“청년 예술인이 부산을 ‘떠나는’게 아니라, 부산이 이들을 ‘놓친’ 거예요.” 우리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순수예술인을 취재하던 중 그는 이런 말을 했다. 그 순간 필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우리 지역의 청년순수예술인에 대한 기사를 준비하면서 읽었던 자료들 속에서 이런 관점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번도 우리 지역의 청년순수예술인들이 타 지역이나 해외로 가는 현상을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지 못했다. 이 말을 듣고 난 후에 한 가지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정말 부산은 이들을 놓친 것일까?’ 그러나 이 의문은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청년순수예술인 취재원들을 만나면서 확신으로 바뀌어갔다. 부산이 이들을 ‘놓친’ 것이 분명했다. 

이렇듯 부산이 청년순수예술인들을 놓치게 된 것은 우리 지역의 청년순수예술인들이 겪는 어려움의 이유였다. 먼저 이들은 자신만의 예술을 펼치기도 전 좌절을 경험해야만 했다. 교육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순수예술인을 꿈꾸며 이를 배우고 싶어도 우리 지역에서는 배울 수 있는 여건이 부재하다. 심지어 지역의 예술인을 길러내는 대학은 기초예술인 음악, 미술, 무용학과에 대한 지원을 줄였다. 대신 취업에 유리한 학과로 지원을 돌렸다. 통폐합도 더러 일어나고 있다. 작년에는 신라대학교에서 무용학과와 음악학과를 ‘창조공연예술학부’로 통폐합했다. 올해도 경성대학교에서는 무용학과가 폐지됐다. 학과가 살아있더라도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예술관련 학과에 입학하는 학생 수는 줄어들고 있다. 이는 모두 낮은 취업률과 연관돼있다.

예술 활동을 시작해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청년순수예술인에 대한 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문학계를 예로 들면 참여정부 때는 계간지에서 출판물을 발표하면 분기별로 우수작품을 선정해 상금을 수여하는 지원 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보수정권에서는 이러한 지원제도는 줄어들었다. 최근 정권이 바뀌면서 이들에 대한 지원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는 추세지만 그간의 공백을 메꾸기에는 아직 멀었다. 이처럼 지원금 부족은 예술 활동으로만 살아갈 수 없게 했다. 이들은 생업과 예술활동이 주객전도 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미술 작가는 일주일에 2~3일 비정규직 강사 일을 하면서 작업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그나마 예술인에게 작업공간을 무상으로 임대해주는 ‘레지던시’로 인해 임대비가 들지 않아 다행이었다. 자신의 한 동료는 일주일에 5~6일씩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본인이 원하는 예술작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겪었다고 했다. 이러한 청년순수예술인들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시에서 급선무로 해야 할 노력은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하지만 시에서는 이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필자가 만난 청년순수예술인들은 모두 지역에 경계 없이 자유롭게 예술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이 자유롭게 예술 하기 위한 방법이, 지역이 가진 한계로 불가피하게 다른 곳으로 가는 길은 아니어야 할 것이다. 우리 지역이 현재와 같이 앞으로도 청년순수예술인들을 ‘놓친’다면 과연 부산 예술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따라서 우리는 다시금 고민해봐야 한다. 언제까지 이들을 ‘놓칠’ 것인가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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