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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순수 예술인에게 물었다 ‘그들에게 부산이란'
  • 장원 추예은 기자
  • 승인 2017.11.05 06:58
  • 호수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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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에서나 청년은 곧 사회의 미래다. 그러나 부산의 순수예술은 미래가 어둡다. 청년 순수예술인들이 부산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지역에 비해 △예술 활동의 기회 △일자리 △환경 등의 인프라가 열악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들의 예술을 펼치는 청년들이 있다. 이들은 어떻게 부산에서 활동하게 됐으며,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영화 △미술 △문학 △무용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 순수예술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정임 소설가      이재은 무용가      김민정 미술작가       박수민 영화감독

Q.어떻게 부산에서 각자의 분야로 활동하게 됐나요?

이정임 소설가 저는 부산에서 대학생활을 보냈어요. 대학교 3학년 때 처음 소설을 쓰게 됐는데요. 소설을 제출해야만 학점을 받을 수 있는 수업을 들었기 때문이죠. 그때까진 소설가를 꿈꾸지 않았어요. 공무원 등 취직 시장을 기웃거렸죠. 그러다 2006년에 부산일보에서 단편작이 당선돼 부산 지역 소설가로 인정받게 됐어요. 매번 제 경험을 기반으로 소설을 쓰다 보니 지금도 살고 있는 부산을 중심으로 소설을 쓰고 있어요. 

이재은 무용가 무용을 배운 곳은 부산이지만,  부산 말고도 다른 지역으로 옮겨다니면서 무용을 해왔어요. 서울에서 7년 활동 후 2015년 부산으로 돌아오면서  부산문화재단 감만창의문화촌에 입주해 공간지원을 받게 되었어요.  ‘서울즉흥잼’과 '쌍방'을 모티브 삼아  무용 전공자와 비전공자들이 함께 하는 즉흥춤판  ‘움직임 즉흥잼’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죠.   

김민정 미술작가 저는 부산에서 나고 자라 부산 소재 대학의 미술학과와 대학원까지 다녔어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부산을 소재로 한 작품을 그려왔던 것 같아요. 그러다 대학 동기들이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에 입주해 있어서 저도 지원하게 됐는데요. 이후 여기서 작업실을 얻게 돼 2년째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죠. 

박수민 영화감독 저는 부산 소재 대학의 영화학과를 졸업했어요. 영화학과 수업 내용이 영화 제작과 연출이다 보니 영화를 매일 만들어야 했죠. 연출에 대해 배우면서 처음엔 제가 그쪽으로 재능이 없다고 생각해 ‘취업을 준비해볼까’ 생각도 했어요. 그러다 4학년 때 교수님의 권유로 상업영화 스태프도 하고, 졸업작품도 준비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냈어요. 이때 기울인 노력들의 결과물이 영화제 출품작에 선정되고 상을 받기도 했어요. 이를 계기로 이후부터는 영화 활동에 전념했어요. 영화의 시나리오는 제작자의 경험으로부터 구성되잖아요. 그러다보니 제가 태어나고 자란 이곳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Q.다른 지역에서 활동할 계획이 있나요?

이정임 소설가 문학 분야에서 다른 작가들은  서울이나 수도권에 가는 것을 성공의 기준으로 여겨서 그쪽을 바라보곤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아요. 딱히 부산 밖으로 나갈 계획은 없어요. 부산에서 살면서 외부 청탁이 오면 외부에 글을 실을 수 있어요. 문학은 ‘글’이기 때문에 활동하는 데 있어 거리가 그렇게 중요치 않다고 생각해요. 

이재은 무용가  앞서 말했다시피 저는 이전에는 서울에서 긴 시간 활동했어요. 부산 밖이 궁금해서 다른 지역의 워크숍에 참석한 때부터 타지 활동은 늘 고려대상이에요. 감만창의문화촌 입주 기간이 올해로 끝나고 내년 2월에 일본 교토 아트 센터에서 레지던시 활동 계획이 있어요.

김민정 미술작가 지금은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그럴 계획은 아니에요. 저는 작품에 있어서 지역적인 경계를 두지 않거든요. 여러 곳을 많이 알아가고 싶은 마음에, 타지역에서도 작업을 시도하고 있죠.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껴요. 

박수민 영화감독 예술에 지역적인 경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현실적으로 영화 제작을 위한 자본이 서울에 집중돼있다 보니 오직 부산에서만 활동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대신 서울에서 투자를 받을지라도 부산에서도 충분히 영화를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수도권에 비하면 부족한 문화 인프라로 많은 청년 예술인이 부산을 떠납니다. 각자 분야에서도 이런 청년 유출이 일어나고 있나요?

정임 소설가 문학계의 경우, 수도권에서는  현역 작가들에게 직접 지도를 받을 수 있는 반면, 부산은 그런 시스템이나 인프라가 부족하죠. 그래서 제 후배나 문학가의 꿈을 지닌 어린 친구들이 문학을 배우기 위해 서울로 가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곳에서 작품을 발표하게 되고, 부산에서 작품을 발표하거나 활동하지 않게 되죠. 이 때문에 부산의 젊은 문학가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 같아요. 

이재은 무용가 저는 청년 예술인들이 타지역이나 해외로 ‘유출된다’ 혹은 ‘떠난다’고 표현하는 것이 부적절 하다고 생각해요. 이들이 원하는 것이 부산에 없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는 것이죠. 이들이 ‘떠나는’ 것이 아니라 부산이 이들을 ‘놓친’ 것이라 생각해요. 

김민정 미술작가 전시를 예로 들면, 정말 훌륭한 전시는 인프라가 좋은 서울에서 주로 이루어지지 부산까지 내려오는 경우는 드물어요. 서울에서 이루어진 전시를 가져오는 것을 ‘대관전시’라고 하는데 이런 것은 부산으로 내려와도 많이 축소돼서 내려온다는 점이 문제인 것 같아요. 

박수민 영화감독 청년 예술인들이 수도권으로 향하는 이유는 현실적인 요건 때문입니다. 자본과 소위 ‘인프라’라는 것이 부산에는 한정돼있어요. 그리고 청년 예술인에 대한 지원이나 투자 받는 형식 자체가 부산에서는 부족해요.

Q.최근 부산이 청년 예술인을 위한 지원제도나 위원회를 마련하고 있는데요. 이를 느끼고 있는지요.

이정임 소설가 참여정부 때 까지는 문학계에서 젊은 문학가를 지원하는 노력들이 꽤 있었어요. 제가 아는 계간지에서는 출판물을 발표하면 분기별로 우수작품을 선정하여 작가에게 상금을 주는 제도도 있었어요. 그런데 보수정권 아래서는 이런 지원이 모두 사라졌죠. 현재 정책적·제도적으로 보자면 특히 문학계는 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에요. 정권이 바뀌었으니 앞으로 지원이 조금씩 확대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어요. 

이재은 무용가 근래에 부산에서 청년예술인에 대한 지원이 생기고 있어요. 특히 거리예술과 청년예술 지원의 비중이 커졌고 작년보다 올해 지원금 액수도 더 커졌어요. 하지만 단순히 지원금이 늘어난다고 좋은 것은 아니에요. 정책적인 면에서는 단기간의 실적을 위해서 큰 규모의 사업을 실시하기도 하죠. 예술가를 위한 정책이 아닌, 행정을 위한 행정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어요. 그런 부분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민정 미술작가 최근 5, 6년전부터 ‘레지던시’ 사업이 늘어나고 있어요. 이는 좋은 환경이 구축된 거라 봐요. 레지던시 사업은 예술인들에게 무상으로 공간을 임대해주는 것으로, 주로 정부나 큰 기업이 시행하는데요. 예산 편성 규모가 크다보니 이 곳에 입주한 작가는 보다 안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어요.

Q.이밖에 부산의 청년 순수예술인이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이정임 소설가
 부산 문학계에서는 젊은 작가들이 적어서 생기는 어려움들이 있어요. 하나는 이 분야의 행사를 기획할 때 종종 저나 제 동료들 몇 명에게 일이 집중된다는 것이에요. 어쩔 수 없지만 가끔씩 부담스럽기는 하죠. 그리고 선배 작가들보다 상대적으로 수가 적다보니 선배님들이 말하는 대로 따라가는 경향도 조금 있는 것 같아요. 

이재은 무용가 부산은 막 시작하는 친구들이 다양한 기획으로 무용을 선보이고 실험할 수 있는 환경, 만약 이러한 시도가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있지 않아요. 무용계의 거장도 매 작품이 훌륭할 수 없는데, 하물며 그들은 어떻겠어요. 사회적인 시선을 신경쓰고 ‘눈치’보다보니,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려 할 때마다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Q.부산에서 순수예술인(후배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 혹은 부산예술계에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이정임 소설가 저는 제 후배들, 그러니까 나이 어린 문학가들이 앞으로 가질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그리고 이들이 하는 문학에 대한 인식이 넓어지고 지원도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그 방법으로서, 지역의 작가와 글쓰기를 사랑하는 분들이 자주 교류하고 글쓰기를 생활화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봐요. 그리고 우리 사회가 지역의 청년 작가들에게 늘 관심을 가져주는 것도 필요하고요. 

이재은 무용가 요즘은 SNS가 중요한 시대잖아요. SNS로 예술분야를 홍보할 수도 있고, 비전공자인 사람이 자신의 예술적 취향을 다른이들에게 보이면 소위 ‘힙스터’가 되기도 하고요. 저는 그런 온라인 파급력이 예술의 저변을 확대하는데 기여한다고 생각해요. 부산에서도 이런 젊은 예술 애호가들을 자극할 만한 요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민정 미술작가 저는 부산이 훌륭한 예술문화 인프라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은 갖추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예술인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거기서 만들어낸 작품이 전시될 수 있는 곳이 필요해요. 이런 조건들이 갖춰져야 청년 미술작가가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박수민 영화감독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결해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산에서 영화감독을 꿈꾸는 젊은 친구들은 불안해하고 고민도 많이 해요. 이 일을 하다가 실패하면 다른 직업으로 전환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호주나 미국에서는 단편독립영화 감독이라는 직업 자체가 있어요. 단편영화를 배급할 수 있는 시스템과 상업적인 수익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인데요. 부산에도 이런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장원 추예은 기자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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