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부터 서양의 매체에는 ‘오리엔탈리즘’이 내포돼 왔다. 이는 동양의 매체로까지 이어져 우리나라에도 무의식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무엇이 있을까?

광고│서양을 우아하게, 동양을 신비하게

오리엔탈리즘은 광고의 이미지 형성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주디스 윌리엄슨(Judith Williamson)은 <광고 기호학>에서 자본주의 사회 내 지배 이데올로기가 광고를 통해 강화된다고 봤다. 즉, 광고라는 수단으로 지배 이데올로기가 자연스럽게 수용자들에게 투영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오리엔탈리즘이 광고에 내재되면, 서양은 우월한 반면 동양은 신비하고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게끔 하는 이미지가 형성된다. 우실하(한국항공대 인문자연학) 교수는 “각종 광고의 이미지에서 서구는 발전되고 합리적인 모습으로 비치는 반면, 동양의 이미지는 신비하고 발전이 안 된 전통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라고 말했다.

서양이 우월하고 동양이 열등하게 표현된 광고의 예로는 ‘돌체앤가바나’ 2016 S/S 컬렉션 화보가 있다. 여기서 동양인은 턱받이를 하고 손으로 파스타를 먹고 있지만 서양인은 포크로 식사하는 모습이다. 또한 동양을 신비하게 바라보면서 이국적이고 묘한 동양풍을 강조하는 것도 오리엔탈리즘의 연장선이다. 예를 들어, ‘수려한’, ‘후’를 비롯한 화장품 브랜드는 광고에서 전통적인 한국의 미와 현대적인 미를 가미한 퓨전 오리엔탈리즘을 묘사했다. 여창용 대중문화평론가는 “서양의 미는 화려하고 우아함을 강조하는 반면 동양의 미는 단아하고 수수함으로 인식한다”며 “이는 오리엔탈리즘의 또 다른 해석”이라고 전했다.

보도│기잣말에 담긴 ‘타자화’의 프레임

뉴스 보도에서도 다문화 가정과 이주민을 향한 내재적 오리엔탈리즘이 드러난다. 이인희(경희대 언론정보학) 교수의 <다문화 관련 보도의 프레임에 관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최근 다문화에 대한 보도 경향은 △지나친 온정주의 및 타자화 △내재적 오리엔탈리즘의 틀에 묶여있다. 예를 들어 ‘이주노동자가 부당한 임금 체불 등 임금 상환에 대한 상담과 도움을 내국인이 운영하는 단체를 통해 도움을 받았다’는 보도는 온정주의 및 타자화가 작용된 것이다. 사진에서 이주민들을 사건, 사고와 관련된 피해자나 범죄자 등 부정적 대상으로 정형화한 보도도 있었다. 이는 한국 주류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관과 이데올로기에 의해 규정된, 내재적 오리엔탈리즘이 작용된 것이다. 임영호(신문방송학) 교수는 “이주민에 대한 우리나라 보도는 미국처럼 이주민을 부정적으로 그리기보다 동정적, 온정적으로 그리는 경우가 더 많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이슬람권 관련 보도에서도 서양의 오리엔탈리즘이 재현되고 있었다. 연세대 천지우(커뮤니케이션대학원) 씨는 <한국 지상파 텔레비전 뉴스의 이슬람권 스테레오타이핑에 관한 연구>에서 국내 지상파 방송의 이슬람권 보도 경향은 서구 언론이 제3세계 국가들의 사건을 보도하는 형식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서구 언론은 제3세계 국가의 전쟁, 테러, 정치 혼란 등 부정적인 뉴스를 주로 다룬다. 우리나라의 국제 뉴스는 서구 언론 보도에 의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슬람권의 부정적 이미지가 우리나라에서도 고착화되는 것이다. 우실하 교수는 “이슬람권의 부정적인 내용만을 보도하게 되면, 이슬람권 전체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오리엔탈리즘의 재생산에 기여한다”라고 설명했다.

예능 · 영화│재미 아래 숨겨진 오리엔탈리즘

오리엔탈리즘은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일례로 <JTBC>의 <비정상회담>에는 고정 출연진 상당수가 백인들로 구성돼있다. 동양권의 국가는 중국과 일본, 파키스탄 등으로만 이뤄져있으며, 중동 또는 동남아 국가나 아프리카의 몇몇 나라들은 게스트로만 등장하고 있다. 낯선 국가와 그 나라 문화를 대하는 자세도 신기한 듯이 비추고 있다. 이는 TV에 나오는 서양인을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청년경찰>과 <범죄도시>의 내용에서도 내재적 오리엔탈리즘이 드러난다. 영화는 실제 일부 조선족이 저지른 범죄를 바탕으로 각색됐지만, 조선족을 영화 속에서 범죄자로 그리고 있어 조선족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씌우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단일민족이라는 인식에서 기인한 것이며, 민족 편향성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여창용 대중문화평론가는 “내재적 오리엔탈리즘은 자민족에 대한 우월감과 함께 소수자에 대한 혐오 정서도 포함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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