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탈(Oriental)은 ‘떠오르는 태양’을 의미하는 라틴어 ‘Oriens’에서 비롯됐다. 이는 해가 떠오르는 동쪽을 뜻하기도 하며 ‘동양’이라는 의미로 확대 해석된다. ‘동양’은 서양인을 지구 중심에 두고 그들의 동쪽을 일컫는 것으로 서양 중심 사고가 투영된 단어다. 서양인을 기준으로 동양을 바라보는 시각은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이라는 학술적 용어로 정립됐다.

서양,세상을 동과 서로 구분하다

오리엔탈리즘은 서양인이 동양에 갖는 편향적 시선을 다루는 학술적 용어로 통용된다. 서양은 △이성적 △합리적 △능동적인 곳이고, 반대로 동양은 △비이성적 △관념적 △수동적이라는 사고가 담겨있다. 서양인은 이 왜곡된 시각으로 동양인과 관계를 맺는다. 이 관계에서 동양은 서양과 대조되는 이미지를 가지면서 서양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수단이 된다. 오리엔탈리즘의 편협한 시선은 제국주의와도 관련이 있다. 18~19세기 오리엔탈리스트(Orientalist)들은 동양의 언어와 문학을 연구했으며 이들 중 몇몇은 제국주의 작업에 동원돼 유럽에서 온 지배자들과 식민지의 원주민들이 원만한 관계를 맺게 도왔다. 이 과정에서 동양의 문화를 다룬 오리엔탈리즘이 제국주의 사상과 결부되면서 ‘우리(서양인)가 동양인을 교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20세기 팔레스타인 출신의 학자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는 그의 저서 <오리엔탈리즘>에서 오리엔탈리즘이 가진 차별적인 시각을 폭로했다. 이 책에서 그는 오리엔탈리즘을 학문적 용어로 정의하고, 서양인이 갖는 아랍인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지적했다. 

서구식 이분법이 동양에서 재탄생

현재의 오리엔탈리즘 사고는 다양한 경로로 확산되지만 그 중에서 미디어의 몫이 크다. 특히 상대적으로 발달된 서양의 미디어가 동양으로 전파되면서, 오리엔탈리즘의 확산은 더욱 가속됐다. 이는 ‘미디어 제국주의(Media Imperialism)’가 작용된 것이다. 미디어 제국주의는 한 국가의 미디어의 내용이나 보급, 구조 등이 다른 국가의 미디어에 의해 지배당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우실하(한국항공대 인문자연학) 교수는 “<CNN>, <BBC> 등 세계적으로 보급되는 뉴스들은 서구인의 시각으로 만들어졌다”라며 “이는 서양인 기준으로 중동을 왜곡되게 해석한 것이며 중동의 방송사인 <알자지라>에서는 이러한 양상들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미디어로 확산된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인들 내부에서 변형된다. 오리엔탈리즘이 동양인에게 전파돼 나타난 사고로는 동양인이 스스로를 격하하고 서양을 우상화하는 방식도 있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본인의 저서에서  ‘동양인은 스스로를 동양화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는 서양인과 동양인 각자에게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계급구조를 형성한다.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인 내부에서도 사회적 인식 등에 의해 서로를 타자화 하는 방식으로 재생산된다. 이런 현상을 ‘내재적 오리엔탈리즘(Domestic Orientalism)’이라고 한다. 이는 서양과 동양의 이분법적 구분이 동양 안에서 출신국을 바라보는 인식에 따른 차별로 확대된 것이다. 때문에 동양인 사이에서도 서양인이 동양인에 대해 갖는 이분법적 구분이 그대로 드러난다. 임영호(신문방송학) 교수는 “오리엔탈리즘은 특정 대상을 긍정, 부정적으로 여기는 것과 상관없이 타자화를 기반으로 한다”며 “서울 사람들이 부산은 맛있는 음식과 놀거리가 있는 휴양지로 생각하는 것도 내재적 오리엔탈리즘을 쉽게 설명한 예”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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