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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맘편히 운동할 곳은 없다] "앞으로 10년 내 대학스포츠 바닥 드러낼 것"-이근모(체육교육학) 교수 인터뷰
  • 박지영 대학·문화부장
  • 승인 2017.11.05 05:22
  • 호수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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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우리 학교 여자농구부가 전국체육대회에서 준우승의 성적을 거뒀다.이근모(체육교육학) 교수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 얻은 값진 은메달”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26일 우리 학교 여자농구부가 전국체육대회에서 준우승의 성적을 거뒀다.이근모(체육교육학) 교수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 얻은 값진 은메달”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26일 우리 학교 여자농구부는 전국체육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아백화점 △사천시청 등 쟁쟁한 우승 후보를 꺾고 결승에 올라 농구 관계자들의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열악한 재정지원과 인원 감축 등의 역경을 이겨내고 빛난 성과를 이룬 10명의 선수. 이를 지도하는 이근모(체육교육학) 교수를 만나 대학스포츠 위기와 위기 속에서 우리 학교 대학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대학운동부가 점점 사라지는 추세 속에 오히려 4년 전 여자농구부가 창단됐다. 당신께서 적극 추진하신 것으로 안다. 어떤 이유였나.
체육 전공 교육자로서 스포츠를 양성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남자 농구는 우리가 신경 쓰지 않더라도 활성화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여자농구는 다르다. 농구를 전공했던 사람으로서 내 남은 정년을 여자농구 활성화에 투자하고자 했다. 그런 맥락에서 여자농구부 창단을 추진하게 됐다.

△현재 대학스포츠의 위기라 일컬어진다. 하지만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같은 소수의 학교는 오히려 활발하게 대학운동부가 활동하고 있다. 소수 학교만 대학스포츠가 발달한 이유가 무엇인가.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는 꾸준히 운동부를 키워왔다. 이는 선순환 고리를 만든다. 언론에 운동부의 활약이 등장해 학교를 홍보하고, 이를 본 동문이 애교심에 후원 의지를 보인다. 두 대학이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대학스포츠가 발달했다. 이와 달리 그동안 우리 학교는 ‘학업’에 초점을 맞춰 운영돼왔다. 그러니 악순환을 겪는 것은 당연했다.

△악순환이 어떤 의미인가?
악순환의 출발점은 학교에서 엘리트 체육에 관심은 없으면서 제재만 가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학교 측에서 성적이 낮으면 출전을 못하게 하는 등 운동부에 의무만 지운다. 이런 식으로 대학운동부가 축소되면 고등학교 학생선수 팀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이게 중학교와 초등학교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대학운동부를 지원하는 학생 수도 줄고, 학생선수를 양성하려 하는 사람도 줄어드는 구조가 형성돼버린다. 선수 저변(底邊)과 대학운동부 지원자 사이에 악순환 고리라고 할 수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학령인구 감소 현상이 일어나면서 대학 구조조정이 시행되고 있지 않나. 여기서 조정 대상은 대학운동부다. 실제 체육교육과도 입학생 정원 2명을 줄일 때 체육특기생 인원에서 감축했다. 일반 학생에 초점을 맞춰 입시를 진행하다 보니, 학생선수 숫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대로 라면 10년 안에 엘리트 체육은 바닥을 드러낼 거라 본다.

△대학 선수 학생이 없는 주된 원인이 대학 구조조정 때문인가.
구조조정에서 기인하기도 하지만, 선수 수급은 그 밖의 원인이 있다. 일단 국내에 고등학교 학생선수가 대학교에 진학하는 문화가 형성돼있지 않다. 이 탓에 대개 학생선수는 고교 졸업 후 프로팀이나 실업팀으로 진출한다. 대학을 졸업하든 바로 시합을 뛰든 연봉이 같으니, 활동기간을 따졌을 때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다.

대학은 이런 상황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 현 제도상 특기생 지원자가 없으면 없는 대로 입학생을 모집해야 하기 때문이다. 3명의 특기생을 모집해도 2명만 지원하면 2명만 입학하게 된다. 미국처럼 사전 스카우트 제도가 활성화되면 좋겠다만, 아직 우리나라에 정착하지 못했다.

선수 부족은 심각한 문제인데, 여자농구부도 이를 겪고 있다. 당장 대학리그가 열리는데 현재 참전이 불가한 상황이다. 대학리그는 프로스포츠나 실업팀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학에 진학한 학생선수만 참가할 수 있다. 우리 팀에 그런 선수 5명 중 한 명이 부상으로 치료받고 있어서, 4명만으로 시합을 뛸 수가 없다.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예산도 감축됐다고 들었다. 이에 따른 어려움은 없나.
다른 학내 구성원이 보기에는 학교 전체적으로 예산이 감소되고 있으니 합리적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선수들이 경기에 출전한다고 생각해보자. 이동을 위해 차량을 빌리는 것과 숙박비, 식사비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런 비용들은 인상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열악한 상황 속에서 훈련을 하고 경기를 다녀와야 한다. 선수들에게 더 저렴한 숙소와 더 저렴한 식사를 제공할 수밖에 없게 됐다. 예산 감축으로 한 방에 숙식하는 인원을 늘리기도 했다. 시합 전 선수에게는 컨디션이 가장 중요한데도 적절한 여건이 마련되고 있지 않은 거다.

답답한 건 한국스포츠총장협의회(이하 협의회)에서 지원받은 예산마저 못 쓴다는 거다. 500만 원가량의 예산이 편성돼 있는데도 1원도 못 쓰고 있다. 국립대학 자원관리시스템(KORUS)으로는 협의회의 예산 집행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문의해보니 시스템을 만든 교육부와 예산을 지급하는 기획재정부는 서로 탓만 하고 있더라. 예산은 내년 2월까지만 운용할 수 있는데, 정작 필요한 데 쓰지 못할까 불안하다.

△대학스포츠가 직면한 어려움을 해결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한가.
먼저 저변이 확대돼야 한다. 이는 비정상적인 학교 체육의 정상화를 통해 이룰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중·고등학교 교원에게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당근 없이 채찍만 가하는 구조 속에서는 아무도 학교 체육을 활성화하려 하지 않는다. 학교 체육이 정상화돼야만 대학스포츠로 이어지는 선수 저변이 확보되는 거다.

그리고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운동선수가 사회에 공헌하는 바가 있고, 이에 따라 자리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 언론 등으로 도움으로 여론이 형성되면 좋겠다. 요즘에는 운동을 다룬 문화콘텐츠가 잘 없다. 옛날 드라마 <마지막 승부> 같은 콘텐츠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학교에 바라는 것은, 외관보다 내실을 좀 더 추구했으면 좋겠다. 뭐든 건물부터 지으려는 경향이 강한데 그런 것보단 제도나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그래서 학내 구성원이 함께 운동하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박지영 대학·문화부장  ecocheese@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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