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학교는 졸업생을 대상으로 △졸업 앨범 및 졸업 여행 △졸업 논문(졸업 작품전, 졸업 시험)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 분위기는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20, 30년 전만해도 졸업시즌이 되면 대부분의 졸업생들이 졸업 사진을 찍었고 기꺼이 앨범도 구매했다. 이들은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 마지막으로 대학 생활을 즐겼다. 수년 간 함께한 친구들, 가르침을 주신 교수님과 가보지 못한 장소로 졸업 여행을 가는 것이 당시는 하나의 큰 행사였다.

 

빛바랜 졸업 앨범과 여행
  과거에 비해 졸업 앨범을 구매하거나 단체로 졸업 여행을 가는 경우가 드문 것이 요즘 모습이다. 졸업 사진을 촬영하는 4학년생은 전체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며, 졸업 앨범을 구입하는 학생은 이보다 더 적다. 사회 진출을 앞두고 떠나는 졸업 여행이 대학생의 마지막을 추억하고 서로 간의 우정을 다진다는 얘기도 이제는 옛날 얘기다.


  졸업에 대한 의미가 퇴색되고 졸업을 중시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하는 이유로는 먼저 취업을 해야 하는 사회현실을 꼽을 수 있다. 박희경(국어국문 4) 씨는 “단체로 가는 졸업 여행은 현재 가지 않고 있다”며 “대부분이 취업 준비를 위해 휴학이나 졸업 유예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지은(법학전문대학원 1) 씨는 “중·고등학교 때는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가 있었다면 대학 졸업은 곧 사회에 진출해 취업하는 것”이라며 “학생들도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졸업이 주는 의미와 감동이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학생들의 개인주의적 성향도 지적된다. 노승우(법학 4) 씨는 “최근 학생들은 전체 활동보다는 개인적인 활동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또한 일부 학과의 경우 모집단위 비대화로 인해 서로 단합돼 활동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김정석(기계공) 교수는 “한 학부에 몇 백 명이 모여 있기 때문에 모두가 참여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형식이 우선인 졸업 논문
  현재 여러 학과와 학부에서는 졸업 논문이나 졸업 작품전 혹은 졸업 시험을 졸업요건으로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졸업생들은 열성을 기울여 ‘대학생활의 마침표’를 찍기보다는 형식적으로 넘어가려는 경향이 강하다. 강진성(회계 3) 씨는 “취업 부담감 때문에 형식적인 졸업 논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졸업 논문 등이 졸업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도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또한 졸업 논문이 졸업 요건으로 지정된 일부 학과의 경우 제대로 시행을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에 대해 사범대 ㅈ 교수는 “논문을 작성하는 것은 최소 몇 개월이 걸리는 힘든 작업”이라며 “학생들이 시간적ㆍ정서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흐지부지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졸업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에 대해 조남욱(윤리교육) 교수는 “지금의 학생들은 감성, 시대 상황 인식, 본인의 이해관계가 매우 예민한 것 같다”며 “개별적, 지엽적인 자기의식에서 벗어나 인생 전체를 조망하며 폭넓은 관점을 가지고 변화하는 시대에 대처해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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