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1시가 다 돼가자 긴장된 표정의 학생들이 하나둘씩 본관 대회의실에 들어섰다. 이름표를 맨 학생들은 갖고 온 종이뭉치를 보거나 연신 “떨린다”며 호흡을 가다듬기도 했다. 이들은 우리 학교에서 열린 ‘제1회 부산지역문제 대토론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이었다.

부산지역문제 대토론회는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가 당면한 여러 문제에 대해 학생들이 토론하는 기회를 가지기 위해 처음 개최됐다. 우리 학교와 동서대학교에서 꾸려진 8개 팀이 이날 토론회에 참가했다. 토론회는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됐는데, 시작 전 찬반이 정해졌고 대진마다 다른 논제가 주어졌다.

토론에 앞서 우리 학교 사회과학연구원 김형오 석좌교수의 기조 강연이 마련됐다. 그는 학생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가볍게 농담을 건넨 후, 본인이 느낀 부산지역 문제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 부산시가 나아갈 방향을 제안했다. 김형오 교수는 “이 토론회를 통해 학생들이 통찰력과 창의성을 발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후 ‘동서균형발전을 위해 서부개발이 우선되어야 한다’를 논제로 첫 토론이 진행됐다. 총 4차례의 토론이 있었는데, 각 팀마다 다양한 주장이 제기됐다. 찬성 입장에는 △부산지역 동서 간 불균형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심화된다는 점 △낙후된 서부산권을 우선 개발해야 부산시 전체가 발전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내세웠다. 반대 측에서는 △서부산권 개발이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 △현재 큰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고 있는 동부산권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더 이익이 된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4강의 논제는 ‘부산지역 원자력 발전소 추가 건설은 계속되어야 한다’였다. 찬성을 맡은 팀들은 원자력 발전소가 지역 노동력 창출에 기여하고 원자력이 다른 에너지보다 경제적임을 강조했다. 반대 입장에서는 원전 안전성 문제를 주요 근거로 꼽았다.

두 차례의 대진을 거쳐 결승에 진출한 팀은 ‘노루’팀과 ‘동서대양’팀이었다. 두 팀은 ‘부산 청년 디딤돌 카드를 지속적으로 청년 디딤돌 카드를 시행해야 한다’에 대해 열띤 논쟁을 이어나갔다. 찬성 측인 ‘노루’팀은 길어지는 구직상태에 따라 본인에게 맞지 않는 직업을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되는 경우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구직자들이 직업을 가짐으로써 조세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동서대양’팀은 부산 청년 디딤돌 카드가 지원대상이 협소하고, 근본적 해결책 없는 표퓰리즘 정책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결승심사에는 심사위원의 심사와 더불어 특별히 참관자의 투표도 반영됐다. 그 결과, 우리 학교 학생들로 꾸려진 ‘노루’팀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노루’팀 신현욱(경제학 13) 팀장은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 매일 팀원들과 모여서 대회를 준비했다”며 “이런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토론회를 참관한 황지현(사회복지학 15) 씨는 “토론 논제가 흥미로워서 끝까지 참관했다”며 “부산지역 문제에 대해 생각지 못했던 방향의 의견을 들을 수 있어 유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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