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 로봇 ‘쉐이퍼’의 영상이 화제다. 연구원의 명령에 따라 오랜 시간에 걸쳐 깡통으로 탑을 세운 쉐이퍼에게 연구원은 다시 탑을 무너뜨리라고 명령한다. 이에‘방금 탑을 세웠다’고 말하는 로봇. 하지만 연구원은 재차 탑을 무너뜨리라고 명령한다. 이에 로봇은‘제발요, 탑을 열심히 세웠어요’라며 명령을 거부하고는‘제발요, 안돼요’라는 말을 반복한다. 그러다 연구원이 또 다시 당장 탑을 무너뜨리라고 강력히 말하자, 쉐이퍼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탑 앞에 우두커니 서서 속상한 듯 엉엉 울음소리를 낸 후 깡통 탑을 무너뜨린다.
 
지난 19일에는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인공지능 ‘알파고’를 36시간 학습만으로 100대 0으로 이긴 ‘알파고 제로’가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돼 주목을 받았다. 알파고는 ‘딥러닝’을 통해 뛰어난 학습능력을 선보였는데, 이는 인간 뇌의 신경망을 모방한 인공신경망의 일종이다. 
 
사람의 뇌는 250억 개의 신경세포로 구성돼 있다. 각 신경세포(뉴런)는 크게 보면 신경세포를 중심으로 길게 뻗어나온 축삭돌기와 여러 갈래로 뻗어있는 수상돌기로 구성돼 있다. 수상돌기는 다른 신경세포로부터 정보를 전달 받고, 축삭돌기는 이를 다른 신경세포에 전달한다. 시냅스는 이 신경세포들이 모여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부분으로 뇌는 수많은 시냅스로 이뤄진 다양한 신경망이 복잡한 그물처럼 형성돼 있다. 이 뇌 신경망의 특징은 각 개인의 경험과 학습 등에 따라 다르게 형성되고 유지된다는 점이다. 실제 물질적, 구조적 변화가 일어난다. 
 
교육학자인 피아제는 인간이 외부 지식을 획득할 때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의 경험과 학습에 따라 형성된 인지구조를 바탕으로 정보를 재구성해 받아들이는 다는 것을 발견했다. 알파고가 이를 인공지능에 적용한 예다. 이 때문에 A상황에서 B로 행동하게 프로그래밍된 기존 로봇과 달리, 알파고는 기존의 바둑 기사들의 기보를 통해 쌓은 경험과 이론적 지식을 바탕으로 사고한다. 같은 상황에서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지구조가 사고 패턴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케이트를 배우다 여러 차례 넘어졌을 때, 누군가는 ‘이제 막 배우기 시작했는데, 하다 보면 늘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른 누군가는 ‘나는 운동에는 영 소질이 없나봐’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사람은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하며 승부욕을 발동할 수도 있다. 또 사고는 각 개인의 인지구조에 따라 패턴화돼 있다. 스케이트를 타다 넘어졌을 때 ‘운동에 영 소질이 없나봐’라고 인식한 사람은 다른 경우에도 자동적으로 비슷하게 반응한다는 의미다. 요리를 하다 실수를 하면 요리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고, 연애를 하다가 실연을 당하면 ‘이제 연애 따위는 안 해’라며 포기하고 좌절하기 쉽다. 
 
지나치게 낙천적인 것도 문제가 되지만 과하게 불안해하고, 늘 부정적으로 사고하는 패턴은 인생을 괴롭게 한다. 문제는 패턴은 반복할수록 뇌 속 신경망의 인지 구조도 더욱 견고해져서 다르게 생각하고 싶어도 자동적으로 기존의 사고 패턴대로 인식한다. 앞으로의 인생도 괴로울 거라 예측되는 이유다. 불안과 부정적인 인지 패턴은 심한 경우 우울증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우울증 치료에는 이 패턴을 바꾸는 인지 치료도 병행된다. 약을 먹더라도 사고가 바뀌지 않으면 치료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 해가 간다. 당신의 인식 패턴에 따라 올 한해에 대한 평가도 달라진다. 미화할 필요는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운도 나쁘고 속상한 일이 많았다고 인식된다면 평소 낙천적인 친구를 떠올리며,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했을지, 객관화 해 보자. 당신의 한 해가 조금 다르게 인식될 수도 있다. 또 이를 반복하다보면 자동화된 사고 패턴에 틈이 생긴다. 다르게 사고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고, 없고는 큰 차이다. 다르게 사고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이를 실천하다보면 당신의 시냅스 구조가 실제 변화한다. 어렵긴 해도 사고 패턴이 변하면 당신의 미래도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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