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학생회의 선거 후보 등록일이 한 달 채 남지 않았다. 그러나 학생회 입후보자가 없거나 선거를 실시해도 낮은 투표율로 무산되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학생회의 위기가 도래했다.

시대 흐르면서 달라진 학생회

학생회는 학생이 주체가 돼 어떤 일을 △논의 △결정 △실행하는 조직이다. 대학의 학생회는 대부분 △총 △단과대학(이하 단대) △학과 단위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은 각 단위의 학생자치를 실천한다. 기본적인 역할은 같으나, 그 내용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해왔다. 과거 학생회는 학생운동과 궤를 같이했다. 1987년 민주화운동의 결실로 대통령 직선제를 이뤄내면서 학생회의 규모는 커져갔다. 그 여파로 등장한 것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하 전대협)이다. 전대협은 통일 운동과 반정부투쟁의 선두에 서며 당시 사회에 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학생운동을 주축으로 하는 학생회는 오래가지 못했다. 전대협의 반정부투쟁에 피로감을 느낀 학생들은 점차 등을 돌리기 시작했으며, 끝내 전대협은 1993년 해체됐다. 이후 전대협의 정신을 계승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 학생운동을 이어갔지만, 조직의 분열과 이적단체 낙인으로 소멸의 길에 들어섰다. 또한 새롭게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이 구성됐지만 이 역시 쇠락했다.

이처럼 학생운동이 학생회와 동일시되는 분위기는 점차 사라져갔다. 그 결과 현재의 학생회는 의사소통 창구로서의 기능이 강조되고, 학생복지영역에 비중을 많이 두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실제 많은 대학의 총학생회(이하 총학)가 내놓는 공약에서 ‘사회참여’ 영역은 사라지고, ‘학생복지’ 영역은 커지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올해 우리 학교 ‘Pride iN U’ 총학도 작년까지 있던 ‘사회연대’ 영역의 공약이 없고, ‘학생복지’에 집중한 공약을 제시했다.

학생회를 하려는 학생이 없다

그러나 이제는 학생회의 존속 여부조차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 내 학생회가 등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선거를 치를 후보조차 없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우리 학교는 특히 단대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작년은 △생활환경대학 △사회과학대학 △경제통상대학, 올해는 △경제통상대학 △공과대학 △예술대학이 정기 선거 때 후보가 없었다. 이중 올해 예술대학을 제외하고는 재선거 시에도 후보가 없어 선거가 진행되지 못했다. 타대학교에서는 총학 후보마저 없었다. 올해 △한국외국어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 등 다수의 학교가 정기 선거 또는 재·보궐선거에서 총학 후보가 없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로 운영되고 있다.

학생회 선거 투표율이 낮아 선거가 무산되는 경우도 잦아졌다. 올해 연세대학교는 총학이 생긴 지 56년 만에 처음으로 선거가 무산됐다. 정기 선거, 재선거 모두 투표율이 과반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남대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학교도 마냥 안심할 수 없다. 근 4년 동안 학생회 투표율은 52~53% 사이로, 과반을 간신히 넘겨오고 있다.

이렇듯 학생회 후보가 쉬이 나오지 않는 이유로 ‘개인’의 삶이 이전보다 각박해서라는 것이 주된 해석이다. 이동일(사회학) 강사는 “학생들은 본인의 미래가 불투명한데, 학생회 같이 사회적 봉사 활동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데 부담을 느낀다”며 “연대 행위를 하기에는 현실의 삶이 팍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공동체의 문제를 개인이 잘 인식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며 “어릴 때부터 경쟁 사회에 익숙해 공동체적 훈련을 받아본 적 없는 탓”이라고 덧붙였다.

대표자 부재가 부르는 문제

그러나 이러한 이유로 학생회가 학생사회에서 유리(遊離)되는 것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학생과 학교 간의 소통창구가 사라질 수 있다. 실제 학생회가 비대위로 운영되는 곳에서는 이런 점이 문제로 나타난다. 한국외대 A(융합일본지역학부 17) 씨는 “학교 본부 측에서 비대위의 의견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듯하다”며 “학생회 체제로 제대로 건의하라는 식으로 대하더라”고 전했다. 사회과학대학 박준표(정치외교학 12) 회장은 “학생의 대표인 학생회는 학생이 자기 권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창구”라며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학생회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운영 부분에서도 차질이 빚어진다. 선거가 무산된 후 이뤄지는 재선거는 대부분 학사일정에 따라 3월에 가능하다. 이 선거에서 당선된 학생회는 한 달여 남짓한 기간 안에 △인수인계 △예산안 작성 및 보고 △대의원총회 등을 준비해야 한다. 이런 압박감에 시달릴수록 양질의 학생회 사업을 보장하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올해 재선거로 당선된 예술대학 강민아(무용학 15) 회장은 “임기 시작 일주일 만에 예산안을 제출해야 했다”며 “이후 결산안과 비교해보니 부족한 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더라”고 말했다.

이는 재·보궐선거를 거치고도 학생회가 없어서 세워진 비대위에서도 비슷하게 드러난다. 비대위는 대개 총학의 경우 단대 학생회가, 단대 학생회의 경우 과 학생회가 도맡아 운영한다. 비대위원장은 해당 단위 내에서 간선으로 호선해 선출한다. 그러다 보니 본래 단위 업무에 더해 비대위의 업무까지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비대위는 대개 3월에 확정되는데, 늦은 구성 시기로 인해 학생회처럼 내부 구성원을 소집하는 것도 어렵게 된다. 경제통상대학 비대위 김영훈(공공정책학 13) 위원장은 “보통 예비대학교에서 학생회가 집행부를 모집하는데, 비대위는 그러지 못한다”며 “3월부터 비대위를 꾸리려고 해도, 이미 다른 단위에서 활동 중인 사람들이 생겨나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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