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도착한 우암동의 첫인상은 ‘휑하다’였다. 부산외대 우암동 캠퍼스 정문은 너무나도 조용했다. 정문을 옆에 두고도 그곳이 정문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다.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닐 때도 필자를 스쳐 간 사람들은 대부분은 연령층이 높았다. 그나마 젊은 사람이라고는 주변에 고등학교가 있어 가끔 마주친 고등학생들이 전부였다. 그 모습만으로는 과거 대학생들로 북적이는 곳이었다고 생각하기 힘들었다. 이렇듯 우암동의 모습은 부산외대 이전 이후 많이 달라졌다.

현재 부산시와 부산외대는 전 부산외대 부지 활용에 대해 의견 조율 중이다. 왜인지 부산시와 부산외대 모두 부지 관련 질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부산시청 관계자는 대답을 회피하며 보도 자료를 참고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답변이 힘들다는 부산시청 관계자에게 간신히 들은 답변은 탐탁지 않았다. 부산외대 관계자도 마찬가지로 질문에 대한 답 대신 어떤 이유에서 취재하는지 되물었다. 기획 의도를 알려주고 설득의 시간을 거쳐 상황에 대한 짧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전 부산외대 부지는 부산시의 도시 개발 계획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부산외대에게 이 부지는 캠퍼스 이전 과정에서 생긴 빚을 갚을 중요한 대안이다. 입장은 다르지만 양측 모두 전 부산외대 부지 문제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그렇기에 늦어진다는 생각은 들지만 지금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못한 것이 이해됐다. 하지만 왜 그렇게까지 예민하게 반응했던 건지는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다. 뭔가 본인들도 이 상황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게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하루하루 그곳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상인들의 입장은 또 다르다. 유동인구가 줄어 휑한 거리에서 가게를 지키는 상인들의 마음은 나날이 타들어 간다. 유동인구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인터뷰에 응한 한 상인은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반 이상 줄어든 매출로 집세도 못 낸다는 이야기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이혼하거나 자살을 선택한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취재를 가기 전 예상했던 상황보다 현실은 더 심각했다. 곧 나아질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나가지도 못하겠다고 허탈하게 웃는 상인들을 보며 저런 게 희망 고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힘들지만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니까.

신중하게 우암동 캠퍼스 부지 문제를 고려하는 부산시와 부산외대의 입장도 이해된다. 또한 하루하루가 힘든 우암동 상권 상인들의 고통도 필자에게 강하게 와 닿았다. 부산시와 부산외대에게 왜 대책을 빨리 마련하지 않는지 탓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부산시는 상권 활성화를 위한 제도를 시급히 마련했어야 했다. 그 대안이 꼭 부지와 관련된 것일 필요도 없다. 지금 상인들에겐 작은 변화라도 희망될 수 있는 방안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대안이 제시돼 상인들의 희망 고문이 진정한 희망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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