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영화 <청년경찰>은 조선족 동포 비하 논쟁을 불러일으켰는데 청년에 대한 관점도 지적해야 한다. 청년 특히 학생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주요 내용은 주인공인 경찰대 학생 두 명이 우연히 범죄 사건을 알게 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이라는 신분이 발목을 잡게 된다. 그들이 엄격한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해서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점과 경찰대생이기는 하지만 아직 학생이기 때문에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그들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사건을 해결한다. 그런데 교수나 관련자들은 그들의 행동에 대해 노골적으로 그들이 학생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아직 학생이 무슨 범죄 사건을 해결하려 하냐면서 나서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본청 경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도 아니다. 또한 사건을 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징계하려 한다. 이 영화를 통해서 우리는 사회에 만연해 있는 학생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아직도 여전함을 인식한다. 특히 흥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과 학생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지지 않았음은 이를 더 상기시킨다. 흔히 보수적인 관점에서는 학생들을 비주체적인 존재로 상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부분 문제가 있는 대상으로 사물화한다. 기성세대는 완벽하고 청소년을 포함한 학생들은 일탈적이며 가치관에 문제가 있는 존재로 규정한다. 이같은 인식은 보수적인 매체를 통해서 확대 재생산된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같은 관점과 담론은 국가전체에 확장됐다.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을 통해 일부 알려지긴 했지만, 세월호 참사에서 학생들은 선내에서 구조를 기다려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였을 뿐이고, 침몰과정에서 구조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아마 그 안에 학생들이 아니라 다른 인사들이 타고 있었다면 이렇게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권은 그 뒤에도 세월호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외면했고 자신들의 잘못된 행태들을 은폐했으며 이를 비판하는 이들에게 재갈을 물렸다. 그냥 학생들은 말이나 잘 듣고 공부만 하는 존재이다. 그 공부라는 것은 결국 입시 공부나 취직 수험 생활에 불과하다. 그만큼 삶의 환경을 엄혹하게 만들고 복종 순응하도록 시스템을 강화했다. 그 대표적인 것은 비정규직-하청구조의 심화 사례다. <미생>, <치즈 인더 트랩>이라는 드라마는 청년들이 인턴 세대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예전에는 학생들이 바로 사회 구성원으로 진입할 수 있었지만, 현재 불안한 고용구조는 사회구성원으로 대접받지 못하게 했다. 당연히 논리는 능력이나 역량을 끊임없이 평가받고 그에 따라서 임금 차별을 감내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명분과 달리 청년 세대들은 기성세대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도 열정페이를 받기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무조건 기성세대를 폄하하거나 청년 세대가 우월하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은 아니다. 근대 선각자 지식인 노신(魯迅, 1881~ 1936)은 <청년아, 나를 딛고 나아가라>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늙은 사람은 길을 비켜주면서 길을 재촉하고, 격려해주며 나아가게 해야 한다. 도중에 구멍이 있으면 자기가 죽어 그것을 메우면서 그들을 가게 해야 한다. 청년들은 자신을 위해 구멍을 메워준 노인에게 감사해야 하며, 노인도 자기가 메운 구멍 위를 지나 앞으로 나아가는 청년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이런 이치를 안다면 소년에서 장년으로, 노년으로, 죽음으로 기쁘고도 용감하게 나아갈 수 있다.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조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인간의 창출이 되는 것이다.’ 요컨대 기성세대는 청년 학생은 자율적인 주체로 미래세대의 주인으로 인정을 해야 한다. 영화 <청년 경찰>로 돌아가면 스토리 결말이 경찰은 학생이라고 무시하지 않고 그들과 같이 공조 수사하는 내용이었어야 한다. 한편 이런 영화밖에 되지 못한 것은 정치 사회적 환경과 맞물려 있다고 생각된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에서는 청년 학생이 스스로 설 수 있고 자율적인 주체로 미래 주인이 되도록 세대갈등을 넘어 기성세대가 같이 그들과 상호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모두 행복으로 진보하는 길일 것이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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