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변화로 인해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하는 세대가 생겼고, 이들을 ‘팬텀세대’라고 부른다. 

작년 11월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2017년 20대 트렌드 리포트>를 통해 2017년의 20대를 대표할 키워드 다섯 개를 제시했다. 그중 하나가 ‘팬텀세대’다. 팬텀세대는 온·오프라인에서 유령(Phantom)처럼 본인의 흔적은 남기지 않으면서 의견을 표출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세대를 일컫는다. 그들은 특정 단체나 주동자에 이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익명의 온라인 공간에서 자발적 참여로 사회에 목소리를 낸다. 기존 방식과 다른 그들의 소통 방법은 한 세대를 대표하는 사회현상이 됐다.

디지털 환경은 팬텀세대의 주 무대

팬텀세대의 주요한 형성 요인은 그들이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는 점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를 말한다. 팬텀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디지털 기기와 콘텐츠를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김금희 연구원은 “팬텀세대는 디지털 기기를 통해 새로운 것을 쉽게 찾고 접할 수 있다”라며 “면대면으로 얘기하는 것만큼 온라인 공간에서 소통하는 것이 익숙한 세대”라고 전했다. 또한 디지털 환경은 팬텀세대의 목소리가 사회로 퍼지는 데 기여했다. 팬텀세대는 의견을 표현하기 위해 온라인상에서 △해시태그 운동 △서명운동 △후원 만들기 등 직접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동일(사회학) 강사는 “다양한 생각과 관심사를 가진 사람이 각자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네트워크 플랫폼에 모이면서 그들의 견해가 오프라인으로 표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친하지 않아도 뜻을 함께하다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하는 상황에도 팬텀세대는 연대할 수 있다. 지난 7월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전국 20대 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20대의 온·오프라인 의견 표출 활동 행태 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따르면 온·오프라인에서 사회적 의견 표출 시 ‘특정 주도자 대신 각 개인이 자발적으로 모여 자율적으로 행동할 때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것에 416명(69.3%)이 동의했다. 반면 ‘함께 사회적 의견을 표출하는 구성원과 사적으로 친해져야 한다’는 문항에는 135명(22.5%)만 동의했다. 이는 잘 모르는 사이여도 뜻이 같다면 자발적으로 모여서 의견을 표출하고 사라지는 ‘팬텀세대’의 특징을 보여준다. 이런 현상의 이유로는 ‘사생활 침해 의식’이 확대된 것이 꼽힌다. 김금희 연구원은 “본인이 그렇듯 타인의 사적 영역에 대해서도 존중하기 때문”이라며 “팬텀세대는 같이 의견을 표출하더라도 굳이 서로 친분을 맺을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편”이라고 밝혔다.
 
안전하고 솔직한 의사표현의 수단,익명

익명성 역시 그들이 사회로 의사를 표출하는데 한몫 했다. 실제로 위 자료에 의하면 20대의 절반 이상(55.3%)이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활동 중이었다. 또 그들이 온라인 익명 활동을 하는 이유는 ‘개인정보 노출로 인한 피해 방지(48.5%)’ 때문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표출할 수 있기 때문에(37.3%)’가 그 뒤를 이었다. 가면을 쓰고 활동하며 서울특별시 용산구 노들섬에 관련된 콘텐츠를 제작하는‘노들유령’관계자는 “개인 정보를 가리면 타인으로 하여금 선입견을 줄일 수 있다”라며 “실제로 가면을 썼을 때 좀 더 격하고 자유로운 모습이 나온다”고 전했다.

익명성 오용으로 사회 혼란 가져올까

한편 팬텀세대의 우려되는 점은 대부분 익명성에 기인한 것들이다. 그 예로는 타인의 사진이나 정보를 의도적으로 수집한 뒤 익명의 SNS 계정에 올리는 ‘개인신상조사’가 있다. ‘국정원 댓글 조작’사건과 같이 특정 인물에 대한 부정적 여론 생성 및 확산 등을 위해 조직적으로 활동한 사례도 있다. 진보 성향의 대통령이나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조롱을 일삼는 커뮤니티 사이트 ‘일간베스트’의 행태도 익명성을 잘못 이용하는 형태다. 정동훈(광운대 미디어영상학) 교수는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가능한 만큼 상대방에 대한 심한 비방이나 과격한 의사표출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팬텀세대는 책임감을,사회는 이해를

팬텀세대의 주요 특징인 익명은 양면성을 띈다. 이를 어떻게 이용할지는 팬텀세대에게 중요한 과제다. 따라서 팬텀세대는 정보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과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그들의 자생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정동훈 교수는 “본인이 의견을 제시할 때 그 근거가 되는 정보가 옳은지 확인하고 판단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팬텀세대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가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 김금희 연구원은 “팬텀세대는 익명 뒤에 숨는 것이 아니라 익명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라며 “익명성의 부작용을 그들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익명성은 수단일 뿐이라는 사회적 이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팬텀세대에 가치판단을 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었다. 과거부터 존재했던 익명의 의견들이 디지털 환경과 결합돼 팬텀세대로 명명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동일 강사는 “팬텀세대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론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사회현상”이라며 “그런 관점으로 팬텀세대를 이해하기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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