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으로 기계를 움직일 수 있을까? 그런 상상을 실현하는 기술이 있다. 
바로 BCI(Brain Computer Interface)다. BCI는 꽤나 오래전부터 연구됐으며 현재 새로운 산업 소재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BCI, 이 기술은 무엇이고 어떻게 발전했을까?

최근 BCI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뇌공학 전문가뿐만 아니라 정부와 기업에서도 이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기술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의료기술로 활용되는 것을 넘어, 미래에는 어떤 분야까지 적용될 수 있을까?

뇌와 뇌를 연결하기까지

BCI 기술은 뇌파의 측정이 시초였다. 1924년 독일의 한스 베르거(Hans Berger)가 처음으로 뇌파를 측정하는 기계를 고안했다. 이를 통해 뇌파를 그림으로 그리는 뇌파연구가 시작됐다. 이후 2000년, 미국 듀크대학교 미겔 니코렐리스(Miguel Nicolelis) 교수 연구팀이 원숭이 대뇌에 미세 전극을 부착해 신경 신호로 로봇 팔을 작동시키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 연구가 BMI(Brain Machine Interface)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BMI 기술을 인간에게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대뇌 피질에 미세 전극을 꽂으면 감염과 발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004년 매튜 네이글(Mattew Nagle)이 BMI 기술 실험에 자원했다. 게르하르트 프라이스(Gerhard Friehs) 박사가 대뇌 운동 피질에 미세 전극 배열 칩을 삽입했다.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그는 수술 전 전신 불구상태였지만 수술 이후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TV 전원을 켤 수 있게 됐다. 

이어서 뇌 신호를 컴퓨터 신호로 받아내는 BCI 연구도 진행됐다. 뿐만 아니라 최근 컴퓨터 신호를 뇌의 신호로 바꾸는 작업도 가능해졌다. 뇌와 뇌 사이를 연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을 BBI(Brain to Brain Interface)라고 부른다.

치료목적을 넘어 활용분야는 어디까지?

BCI 기술은 주로 신경계 중증 환자들의 치료 목적으로 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게임 산업에는 실리콘 밸리의 뉴로스카이(NeuroSky)가 머리에 헤드셋을 착용해 뇌파로 물건을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뇌파로 조종하는 게임기와 장난감이 만들어졌다.

인간의 기억을 저장할 수도 있다. 테슬라(Tesla)의 엘론 머스크(Elon Musk)는 ‘뉴럴링크’를 설립했으며, 인간 뇌에 초소형 칩을 삽입해 인간의 생각을 읽고 저장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 기술이 성공한다면 개인의 연령대별 기억을 별도의 칩에 저장해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뇌의 언어 중추를 해독해 타이핑하는 기술도 가능하다. 페이스북의 ‘빌딩8’ 연구그룹은 뇌파를 이용해 생각만으로 글자를 쓰는 ‘브레인 타이핑 기술’ 완성을 목표로 한다. 또한 사람의 피부를 통해 언어전달이 가능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계획이다. 달팽이관 대신 피부를 통해 직접 뇌로 소리를 전달하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이 개발되면 피부로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

마케팅에 적용될 수도 있다. 소비자의 의사결정과 선택 과정에 뇌파를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뉴로 마케팅이라 하며 제품 선택 과정에서 개입되는 소비자의 주관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현재 구글, 디즈니 등의 기업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BCI 연구는 현재진행형

이처럼 다른 나라는 BCI 기술을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유럽연합(EU)은 기업이나 나라 차원에서 BCI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EU는 2012년 ‘휴먼 브레인 프로젝트’라는 뇌 연구 프로젝트에 10년간 10억 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13년 4월 미국에서는 ‘브레인 이니셔티브’가 생겨났고,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이 프로젝트에 10년 간 3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연구는 뒤처져있는 상황이다. 작년 5월,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뇌과학 발전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국내의 뇌과학 기술이 선진국 대비 72%라고 진단했다. 유니스트 김성필(디자인 및 인간공학) 교수는 “최근에 정부나 기업에서도 예전보다는 BCI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투자 중이다”며 “아직 침습적 방식으로는 타 선진국에 비해 뒤처지지만, 비침습적 방식으로는 대등한 위치에 든다”라고 말했다.

뇌공학 전문가들은 BCI 기술 연구를 위해 연구비 투자를 강조했다. BCI 기술이 단순히 하나의 기술만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오공대 황한정(메디컬IT융합공학) 교수는 “BCI 기술은 융복합 분야이기 때문에, 다학제간 교류가 잘 이뤄져야 한다”며 “때문에 각 분야의 인력 양성을 위한 투자가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우리나라 BCI 기술의 활용은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뇌공학 전문가들은 우선적으로 중증 장애인들이 BCI라는 매개를 통해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게끔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소형 뇌파 측정기를 통해 일상생활에서도 BCI가 사용될 수 있도록 상용화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인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