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방망이로 전자레인지를 내려치며) 아아아악!” 혹은 “(접시를 집어 던지며) 아오 짜증나!”. 폭력 사건 현장에서 볼 법한 모습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곳은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새로운 여가 장소이다. ‘스트레스 해소방(레이지룸)’. 일정 금액을 지급하면 밀폐된 공간에서 물건을 집어 던지고 고성을 지르는 등 스트레스가 풀릴 때까지 마음껏 난동을 부릴 수 있는 공간이다.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이곳의 주 고객은 20대, 바로 우리 대학생들이란다.

레이지룸을 나서는 청년들은 ‘스트레스가 풀렸다’, ‘쌓인 것들을 터트리고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우리네 청춘들이 얼마나 스트레스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시다. 이런 스트레스를 풀지 못한 청년은 ‘화병’에 걸리기도 한다. 화병은 주로 부정적인 감정의 표현을 억압하는 우리나라 문화에서만 보이는 질병이다. 작년 기준 화병 걸린 청년은 6년 사이에 53% 증가했다. 화병은 풀지 못한 억울함이 신체이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므로, 스트레스와 우울증의 단상이기도 하다. 청년 우울증이나 청년 스트레스 등 온갖 부정적인 단어가 청년과 결합해 그 몸집을 불리고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원인이야 뻔하다. 청년 문제의 본질은 결국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는 거다. 여느 여론조사를 막론하고 대학생에게 당장의 고민을 말하라 한다면 대다수가 ‘취업과 진로’를 꼽는다. 익숙한 패턴이다. 근 몇 년간 ‘취업·경제적 문제’가 청년 문제의 1위로 꼽히지 않은 적이 거의 없다. 애석하게도 이러한 취업 고민은 청년의 건강까지 좀먹고 있다. 한 취업사이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중 81%가 건강관리를 못 하고, 이로 인해 만성피로나 수면 장애, 우울감 등에 시달린다고 한다. 내 몸 건사할 곳조차 못 찾은 상태에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건강이 악화되는 굴레에 묶여있는 것이다.

그러나 청년 취업에 뾰족한 수가 없는 한 청년의 스트레스에도 해결책이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위와 같은 조사 결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청년이 취하는 가장 흔한 조치는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폭식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로는 여가 활동, 그다음은 그냥 현실을 수긍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근본적인 해결하려면 스트레스 제공 요인을 제거하면 된다. 가시에 찔려서 아프다면 가시를 빼는 게 이치이듯. 하지만 현재 청년은 일시적으로 기분이 나아지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해답만 찾고 있다.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취업 문제가 해결 돼야겠는데, 차라리 취업을 포기 하는 게 더 빨라 보인다.

오늘도 우리의 현실에는 답이 없다. 청년은 스트레스 받으면서도 이를 쉽게 표현할 수 없는 환경에서 끙끙 앓고만 있다. 그러니 일부러 시간을 내서 소리 지르고 화낼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것이다. 물론 그마저 돈이 들고 시간제한이 있지만. 스트레스 소굴에서 근근이 버티며 하루를 사는 우리가 참, 딱할 뿐이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