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우리 대학 학사 제도 개편과 관련된 공청회가 개최될 모양이다. 학교 본부의 학제 개편안이 제시된 후 전자우편을 통한 구성원의 의견수렴 과정도 거치고 이제 공청회도 여는 것을 보면 학제 개편 계획이 절차적 민주주의(?)를 거치면서 착착 진행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학내의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본부가 계획하고 있는 학제 개편안의 주요 요지는 변화하는 시대 속에 학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교육과정을 열어주자는 것이다. 거기에 수요자 중심의 대학 발전 계획을 수립하라는 정부의 정책적 지시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누구도 이러한 대의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못할 것이다. 더구나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대학의 구조개혁이 필연적인 현 상황에서 대학의 뼈를 깎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변화는 필연이다.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여러 전공들을 유기적으로 묶어 배우게 한다는 융합전공이나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교육 내용을 설계하게 한다는 학생자율전공, 방학 중 집중 수업, 전과 허용 확대 등 다양한 내용이 개편안 속에 들어 있다. 외형적으로 보면 시대적 요청과 정부의 계획, 본부의 노력이 잘 조화된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학내에서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기에는 대학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 시각의 차이가 자리 잡고 있는 듯이 보인다. “반드시 사회수요를 반영하여 졸업 후 취업, 진로 분야와 연계될 수 있도록 전공 구성(…)”이라는 학제 개편 계획안의 문구에 드러나듯이 대학이 취업을 위한 전초기지로 기능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와 학교 본부의 대학에 대한 기본 시각인 듯하다. 그러나 대학이 취업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중언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취업은 올바른 대학 교육이 가져오는 결과물이지 목표가 아니다. 순수학문과 기초과학을 육성하고 지켜야 하는 것은 대학의 매우 중요한 의무이자 존립 근거 중 하나이다. 대학 발전을 위한 모든 계획들에 이러한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학제 개편안 속에서 이러한 전제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학내 구성원의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이다.   

전공 학점 이수 모형을 다양하게 설계하고 원격수업이나 이동 수업을 확대하는 일은 수요자인 학생들을 위해 필요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구체적 방법들을 마련하는 과정이 자칫 대학의 존재 이유와 장기적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대학을 둘러싼 환경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생존을 위한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기업의 그것과 같을 수는 없다. 부산대학은 국립대학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학이 지켜야 할 가치와 목표가 구체적 정책 시행 과정에서 훼손되어서는 곤란하다. 다가오는 공청회에서 구성원들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지만 신도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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