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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죽고 싶지 않아서
  • 이광영 간사
  • 승인 2017.09.24 06:12
  • 호수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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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돌팔매질이었다. 한 사람이 영문도 모른 채 난도질당했고, 신상이 광장에 내걸리며 그를 극단 직전까지 몰았다. 가족이 나서 결백을 호소해야 했고, CCTV를 되돌려 진상을 확인한 후에야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240번 버스 운전기사 얘기다.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은 그를 한순간에 악한으로 만들어버렸다. 아이를 놓쳐 버스를 세워 달라 울부짖는 엄마에게 욕설은 가한 운전기사로 말이다. 사실과 다른 이 목격담은 SNS를 통해 삽시간에 번졌고, 그는 공분의 대상이 됐다. 더 억울한 건 명확한 가해자라 지목할 수 있는 이가 딱히 없다는 거다. 굳이 따지자면 아이에게 신경 쓰지 못한 엄마도, 상황의 단면만을 보고 분개하며 글을 올린 목격자도, 그저 감정에 휩쓸려 돌을 던져대던 우리도 모두 실수를 저질렀고, 책임을 벗어날 수 없는 가해자다.

아니나 다를까. 모든 것이 밝혀진 뒤 언론들은 모두를 폭격하기 시작했다. ‘SNS의 문제점’과 ‘현대판 마녀사냥’이 뉴스를 뒤덮었고, 아이 엄마와 목격자의 책임이라며 날을 세웠다. 전날만 해도 버스 운전기사를 ‘범죄자’ 취급하며 거친 어조로 보도하던 이들이 말이다. 애초에 방아쇠를 당긴 건 언론이었다. 한 매체가 하나의 ‘썰’에 불과했던 일을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무작정 보도했고, 다른 매체들도 뒤따라 베껴 쓰기 시작했다. 보도가 잇따르자 대중들은 이를 ‘사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격하게 반응해버렸다. 명백한 오보임이 드러났음에도 사과는 없었고, 이들은 이틀 동안 엄청난 조회수와 시청률을 누렸다. 책임을 지겠다는 이는 전무했다.

‘기레기’가 성행했던 게 불과 3년 전이다. 이전부터 흔했기에 쉽게 얘기했고, 비아냥대며 욕하다가도 곧 체념하곤 했던 문제였다. 한데 세월호가 가라앉던 수일간 언론이 드러냈던 민낯은 워낙 추악했다. 질문 없는 언론은 다량의 오보를 빚어냈고, 윤리라고는 눈을 씻고도 찾을 수 없었던 보도행태는 이들의 인간성을 의심할 정도로 해괴하고 역겨웠다. 최악의 보도 참사였다.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었던 대중들이 날 세워 비판했고, 더욱 날카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언론은 잔인한 보도행태를 이어갔으며, 언론 불신은 공공연해졌다. 사실 대중이 아니라, 언론이 자책해야 할 일이었다. 저널리즘 정신에 어긋나는 행위를 수없이 자행하며 존재 가치를 스스로 부정해왔기에 그렇다. 허나 이들은 책임을 지기는커녕 뻔뻔했으며, ‘동업자 정신’을 핑계 삼아 서로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았다.

이제야, 비로소 행동으로 나섰다. KBS와 MBC 두 공영방송이 총파업에 들어간 지 4주째다. 가시적으로는 정권의 나팔수를 자처했던 경영진을 타도하고, 부당하게 내쳐졌던 이들에게 권리를 되돌려주며, 공영방송을 정상화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들의 말마따나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 언론의 총체적 개혁”에 성공해야 할 것이고, 화살은 권력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겨눠야 하며, 무엇보다 자성을 유지해야 한다. “진도에서, 팽목항에서 나를 두 번 죽인 건 여러분의 사장이 아니고 바로 그 현장에 있던 바로 여러분들이었습니다”라고 외쳤던 세월호 유가족의 울림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광영 간사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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