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항쟁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위원회가 다음달 12일 조사 활동을 끝마친다. 그러나 부마항쟁 진상규명이 충분히 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시작부터 ‘비끗’한 위원회
‘국무총리소속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 및 관련자 명예회복 심의위원회’(이하 부마항쟁규명위)는 출범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부마항쟁은 1979년 10월 16일부터 부산과 마산에서 펼쳐진 유신 반대 시위다. 이 과정에서 시위에 참가했던 학생과 시민들이 군인과 경찰에게 가혹 행위를 당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과거사 청산 공약을 내걸면서 부마항쟁에 대한 진상규명도 약속했다. 하지만 당선 후 부마항쟁규명위 구성을 미루다 취임 1년 뒤인 2014년 10월에 뒤늦게 발족시켰다. 

위원회의 위원 구성이 편향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위원 대부분이 친박계 인사였기 때문이다. 당시 부마항쟁 관련 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위원 대부분이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인사여서 정치적 중립성이나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며 ‘오히려 부마민주항쟁의 역사적 의미를 퇴색시키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비판했다.

자료입수부터 관련자 조사까지 허술
부마항쟁규명위는 구성 이후에 조사 활동이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진상규명의 핵심은 당시 계엄령을 선포한 계엄군과 중앙정보부 및 경찰의 자료를 입수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마항쟁규명위는 아직 이를 입수하지 못했다. 국가정보원과 국방부 등이 자료 제공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부산민주공원 김종세 관장은 “계엄령을 선포했거나 고문을 자행했던 사람들에 대한 조사를 위해서는 당시의 자료 확보가 중요하다”며 “하지만 현재 위원회는 전문조사원 1명과 보조 인력 1명으로 운영되고 있어 제대로 진상조사를 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자에 대한 조사가 미비하기도 했다. 관련자로 입증할 책임이 부마항쟁규명위에 있음에도 관련자에게 그 책임을 떠맡겼기 때문이다. 부마항쟁을 주도했던 정광민(경제학 78, 졸업) 씨는 “위원회가 당사자들에게 자료를 직접 찾아와 입증하라고 해 어이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부마항쟁규명위가 진술 조서조차 검토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었다. 김종세 관장은 “가해자 진술에 왜곡된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위원회는 검사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진술서로 보고서를 작성하면 왜곡된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부마항쟁규명위는 내년 4월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부마항쟁규명위 관계자는 “아직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구체적인 답변은 해줄 수 없다”며 “부마항쟁 관련 단체와 계속 협력 중이고 해외 자료를 입수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진상규명 다시 해야 한다”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부마항쟁에 참여했던 우리 학교 졸업생들은 피해에서 구제받지 못하고 있다. 부마항쟁 당시 고문을 당했던 정광민 씨는 지난달 3일 국가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재판부는 ‘수사 과정에서 고문과 불법 체포·구금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정광민 씨는 “부마항쟁규명위가 진상규명을 확실히 했다면 패소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부마항쟁규명위 활동 종료를 앞두고 현 정부가 부마항쟁 진상조사를 다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부마항쟁규명위의 활동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부마항쟁에 참여했던 엄태언(경영학 78, 졸업) 씨는 “30년 동안 악몽에 시달리며 살았다”며 “이제라도 조사가 철저히 이뤄져 당시 가해자들의 사과와 법적 처벌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