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찰칵-. 과거부터 사람들은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왔다. 훗날 찍었던 사진을 보며 소중한 추억을 되새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필름사진은 기술의 발달에 따라 디지털사진으로 교체됐다. 그러나 최근 20, 30대 청년들에게 아날로그 사진 열풍이 불고 있다. 아날로그 사진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청년들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은 것일까? 
 
일상 속 아날로그를 더하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필름사진과 흑백사진이 인기다. 특히 필름사진을 찍을 수 있는 필름 카메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필름 카메라는 카메라로 촬영한 피사체를 본체 내장된 필름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필름 카메라는 작은 뷰파인더와 촬영한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 없는 불편함 때문에,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하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그러나 최근 필름사진을 찾는 청년들이 늘면서 필름 카메라의 수요가 증가했다. 작년 12월에서 G마켓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카메라 판매량은 감소한 반면 필름 카메라 판매량은 증가했다. 또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 상에서 ‘#필름’ 혹은 ‘#필름사진’ 등의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이 150만 건을 넘었다. 
 
이와 관련해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오마주한 어플리케이션 ‘구닥(Gudak)’이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구닥은 ‘구닥다리 카메라’의 줄임말이다. 스크루바의 강상훈 대표이사는 “Un do가 만연한 지금, 순간의 선택이 주는 스릴을 다시금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구닥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Un do’란 ‘조금이라도 잘못되거나 실수가 나면 바로 다시 돌아가서 해볼 수 있다’는 뜻이다. 구닥의 아날로그 특징은 △24장의 컷 수 제한 △3일 후 사진 확인 가능 △작은 뷰파인더 등이다. 이에 강상훈 대표이사는 “모든 것이 빠르게 휘발되는 시대에, 소중하게 한 장 한 장 찍은 사진을 3일 기다린 후에야 확인하는 과정이 특별한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구닥을 애용하는 박지수(대구시, 22) 씨는 “감성적인 색감과 필터, 인화 작업을 거치듯이 3일이 지나야 사진을 확인할 수 있어서 즐겨 사용 한다”고 말했다. 
 
필름사진뿐만 아니라 흑백사진도 젊은 세대에게 주목받고 있다. 흑백사진은 그 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예스러운 느낌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우리 지역에는 흑백전문사진관 ‘근대흑백사진관 그리다(多)’가 있다. 1960년대 사진관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이곳에서 청년들은 색다른 경험과 특별한 추억을 쌓고 있다. 아날로그 사진을 바로 받아볼 수 있는 즉석 사진기 부스 ‘인생네컷’과 ‘포토그레이 오리진’도 대학가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작은 부스에서 취향에 따라 컬러 또는 흑백을 선택하면 세로로 4장의 사진이 연달아 찍혀 자동으로 인화된다. 즉석 사진기 부스를 이용한 A씨는 “화려하지 않은 소박함과 흑백사진만의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색다른 사진에 이끌리는 청년들
 
아날로그 세대가 아닌 청년들이 필름사진이나 흑백사진과 같은 아날로그 사진들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원인으로 아날로그가 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이라는 점을 꼽았다. 아날로그가 기성세대에게는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반면, 젊은 세대에게는 미처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라는 것이다. 권상희 문화평론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아날로그는 신선한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며 “새로운 즐길거리로 부각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아날로그를 디지털 환경에 대한 ‘역트렌드’로 바라보는 관점도 있었다. 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 교수는 “원래 특정 트렌드가 나타나면 그와 반대되는 역트렌드가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라며 “디지털의 빠른 트렌드에 대한 역트렌드로서 느린 아날로그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아날로그 환경에서는 카메라에 필름을 끼우고 그것을 암실에서 현상하는 등, 디지털 환경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일련의 과정으로 얻는 ‘참여감’과 ‘성취감’이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사진과 관련된 전 과정에 참여함으로서 젊은 세대는 성취감과 문화적 정체성을 재발견 한다”고 설명했다.
구닥으로 촬영한 풍경 사진이다
즉석 사진기 부스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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