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이 7,350원으로 인상되지만 일부 장애인은 이를 누리지 못한다.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법> 제1조에 의하면 최저임금은 ‘근로자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이 목적이다. 하지만 <최저임금법> 제7조는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에 한해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예외로 둘 수 있다.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이부용 직원은 “근로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증장애인(장애등급 1급, 2급, 중복 3급인 장애인)의 고용창출을 위해 이러한 조항이 만들어졌다”며 해당 조항의 취지를 설명했다.  

현재 직업재활시설은 크게 근로사업장과 보호작업장으로 나뉜다. 직업재활시설은 일반 근로 조건에서 일하기 어려운 장애인이 특별히 마련된 작업환경에서 직업 훈련을 받거나 직업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근로사업장은 장애인 30인 이상을 최소인원으로 고용하고 근로하는 장애인 중 최소 60%가 장애 등급 1~3급인 시설이다. 보호작업장은 근로 장애인 10인을 최소인원으로 채용하고 그중 적어도 80%가 장애 등급 3급 이상인 시설을 말한다. 국가인권위원회 이인영 조사관은 “직업재활시설에는 중증장애인을 고용하도록 정해 놓은 비율이 있는데 보호작업장은 특히 그 비율이 더 높다”고 전했다.

생활고로 이어지는 낮은 임금

<최저임금법> 제7조가 중증장애인의 낮은 임금으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있다. 자유한국당 김승희(비례대표) 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기준 최저임금 적용제외 장애인 근로자의 평균 시급은 법정 최저임금 6,030원의 48%(2,896원)에 불과했다. 2012년부터 4년 동안 법정 최저임금은 1,250원 인상됐지만, 최저임금 예외 장애인의 평균 시급은 106원밖에 오르지 않은 것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정책실장은 “생활에 필요한 최저임금이 안 지켜진다는 사실은 생존 조건이 붕괴된 것”이라고 전했다.

낮은 임금은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작년 국가인권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근로작업장의 경우 월평균 임금은 98만 원이었고, 보호작업장의 경우는 월평균 39만 원이었다. 또한 직업재활시설 장애인의 근로시간은 7~8시간이 70%로 가장 많았다. 이인영 조사관은 “중증장애인 근로자의 경우 일부는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고 있다”라며 “하지만 장시간 노동을 해도 생계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백변경희(한신대 재활학) 교수도 “장시간 노동에 비해 낮은 임금이 장애인의 여가 시간을 줄여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 기준 없이 제외 인원만 늘어난다

중증장애인이 최저임금 적용제외를 허가받는 과정도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저임금 적용 여부는 유사업종의 장애인 근로자 중 최저임금을 받는 자의 업무 능력과 비교한 뒤 결정된다. 고용노동부가 △우수(100%) △보통(90%) △미흡(70%) △매우 미흡(70% 미만)으로 능력을 평가해서, ‘미흡’ 이하의 등급 받을 경우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최저임금제도 개선방안>에서 상대평가 방식이 ‘장애인의 실질적인 근로 능력과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처리, 인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최저임금법> 제7조가 본래 취지와 다르게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승희 의원의 자료에 의하면 고용노동부에 접수 건수 대비 인가 건수는 2013년 87.1%에서 작년 94.1%로 상승했다. 또 2013년 4,495명이던 최저임금 적용제외 장애인 근로자는 작년 말 기준 7,935명으로 증가했다. 이에 백변경희 교수는 “<최저임금법> 내에 최저임금 예외 대상을 둠으로써 회사가 고용된 장애인에게 임금 지급을 위한 노력에 소홀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국제기준에 반하는 <최저임금법> 제7조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적용제외 조항은 국제적인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159호는 ‘장애인과 다른 근로자 간의 기회 및 대우에 있어서의 효과적인 평등을 위한 별도의 적극적 조치는 다른 근로자들에 대한 차별대우로 간주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때문에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도 2014년 대한민국 정부에 장애인 최저임금 제외 조항을 폐지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이러한 법 조항에 대해 ‘국제기준과 OECD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장애인 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법 적용을 제외하고 있는 국가는 이례적’이라고 발표했다.

예외조항 폐지하면 “사업장 망한다”

그러나 다수의 직업재활시설 관계자들은 운영난 때문에 <최저임금법> 제7조를 폐지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직업재활시설 운영자 및 종사자들의 인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업재활시설에 최저임금을 적용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점은 △낮은 생산성으로 인한 사업장 운영의 어려움 36.5%(252명) △경영 부담으로 인한 사업장 폐쇄 위험 32.4%(224명) △사업주들의 중증장애인 근로자 고용 기피 22.3%(154명) 순이었다. 울산광역시에 위치한 삼남장애인근로사업장 관계자는 “현재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소액의 고용장려금과 사업수익으로 운영비와 인건비를 지출하고 있다”며 “모든 장애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제공하기 빠듯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인영 조사관은 “직업재활시설 문제는 일반사업장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며 “직업재활시설이 강제로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면 대부분이 문을 닫게 될 상황”이라고 전했다. 

장애인 근로자 삶에 볕 들 날 있을까

2015년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제도 개편안으로 ‘최저임금 감액제’ 도입안을 내놨다. 최저임금 감액제는 중증장애인 근로자의 노동능력을 평가해 감액률을 정하고, 법정 최저임금에서 일정 금액만큼 삭감하는 임금 지급 방식이다. 하지만 일부 장애인 인권단체는 이에 반대했다. 한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다운 정책국장은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최저임금 자체도 낮은 상황”이라며 “그보다 더 감액해서 지급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법> 제7조에 대한 대책으로 몇몇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보전제’를 제시했다. 최저임금과 직업재활시설에서 실제 지급하는 임금의 차액을 국가가 보전해주자는 것이다. 백변경희 교수는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에서 직업재활시설을 운영한다”라며 “우리나라도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가 시설에 예산을 투입해 장애인의 임금보전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부 차원에서 직업재활시설을 금전적으로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직업재활시설의 어려운 재정상황을 정부가 나서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전광역시에 위치한 밀알드림센터 허수영 국장은 “정부가 시설에 지원금을 늘려주면 장애인 근로자의 인건비가 최저임금 수준까지 증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용석 정책실장 또한 “직업재활시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정부의 책임도 커져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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