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교도소에) 들어갈 것 같아?’ 지난 1일 중학교 여학생이 피범벅이 되도록 폭행당했다. 가해자는 죄의식은커녕 폭행 사실을 지인에게 알렸다. 이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국민의 공분을 샀다. 분노는 <소년법> 개정과 폐지 촉구로 이어졌다. 그들에게 <소년법>이 정한 처벌은 가볍다는 것이다. 또한 청소년이 저지른 범죄라도 강력히 처벌해, 경각심을 심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엄벌주의가 이러한 문제의 열쇠가 될까?

소년범에게 한번 더 기회를

<소년법>은 범죄자의 ‘처벌’보다 ‘교화’가 목적이다. <소년법> 제1조는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교정을 위한 보호처분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법의 목적을 규정했다. 즉 <소년법>은 재범하지 않도록 교화하는 예방의 성격을 가진 것이다. 적용 대상은 만 10세 이상~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이다. 이 중 만 10세에서 만 14세 미만은 촉법소년으로 분류되는데, ‘형사 미성년자’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1~10호의 보호처분을 받는다.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은 교정 프로그램 이수 시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만 14세 이상부터는 범죄소년이다. 이들은 형사책임자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검찰에서 담당한다. 다만 동법 제59조에 따라 범죄소년에게 가능한 최대 형벌은 15년 유기징역이며, 사형이나 무기형 선고는 불가능하다.

세찬 여론, 반동하는 정계

최근 △인천광역시 초등학생 살인 △부산광역시 중학생 집단 폭행 등의 청소년 흉악범죄가 언론에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고 있다. 시신을 훼손해 유기하고, 살갗이 찢어질 정도로 폭행했다는 잔혹한 이야기에 국민은 경악했다. 가해자의 처벌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인천광역시 초등학생 살인 주범 A양은 만 18세 미만이기 때문에 1심에서 최대 형량 20년이 선고됐다. 부산광역시 중학생 집단 폭행 가해자 중에 만 14세 미만은 보호처분을 받는다. 때문에 여론은 10대 강력범 처벌에 의문을 제기하여 법을 폐지하거나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솜방망이 처벌에 청소년 범죄가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3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란에는 소년법 폐지 청원 글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법을 악용하는 잔인무도한 청소년이 늘고 있는데 그들을 어리다는 이유로 보호해서는 안 된다’며 ‘본래 취지와 다르게 악용 소지가 있으니 폐지해야 한다’고 청원개요를 밝혔다. 지난 22일 기준으로 약 12만 명의 국민이 해당 청원에 동의 표를 던진 상태다.

이에 맞춰 일부 국회의원이 개정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는 <소년법> 적용 대상을 기존 ‘19세 미만’에서 ‘18세 미만’으로 낮춰 법 적용 연령대상 수를 줄이고, 사형 또는 무기형의 죄를 완화할 때 최대 유기징역형을 20년으로 설정하자는 내용이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대표발의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소년법>이 정한 형량에 예외를 두자는 게 주 골자다.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의 형량은 완화하지 말자는 것이다. 개정 법안들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접수돼 심의를 기다리는 중이다.

근거 부족한 <소년법> 폐·개정

그러나 이러한 논의 중 명확한 근거를 가진 것은 별로 없다. 먼저 <소년법> 폐지는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없다. 법률 폐지나 특례 제한 배제는 <UN 아동권리협약> 제37조에 따라 국제법 위반과 위헌 가능성이 높다. 제37조는 ‘사형 또는 석방의 가능성이 없는 종신형은 18세 미만의 사람이 범한 범죄에 대하여 과하여져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법 개정은 신중해야 한다. 법조계도 이러한 의견이 대다수다. 이는 형량 강화로 폭력은 근절되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년 강력범죄는 늘지 않았다. 법무부의 <2016 범죄백서>  ‘주요 범죄군별 소년범죄의 발생비 추이’를 보면 2012년 39.8%를 기록했던 흉악 강력범죄가 2015년에 28.2%를 기록했다. 부천시 청소년 법률지원센터 김광민 소장은 “통계를 보면 청소년 강력범죄가 늘거나 흉악해지지 않았다”며 “현재 개정 논의는 일부 사건을 일반화 한 섣부른 행동”이라고 전했다. 그는 덧붙여 최근 청소년 흉악 강력범죄가 문제로 대두되는 이유로 “언론이 자극적인 청소년 강력범죄를 조명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처벌 완화를 철폐해도 범죄예방에 효과가 없기도 하다. 이는 2007년 <소년법> 일부개정 이후 밝혀진 바다. 당시 심각한 소년범의 저연령화와 촉법소년의 흉포화로 법 적용 범위를 넓혀 범죄 행위를 예방하자는 취지로 개정이 추진됐다. 그러나 작년 더불어민주당 박남춘(행정안전위원회) 의원이 발표한 ‘5년간 4대 강력범죄로 검거된 10대’ 자료는 개정 후인 지난 5년간 촉법소년의 범죄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를 보여준다. 2012년 12%였던 촉법소년 범죄 비율은 작년에 15%를 기록했기 떄문이다.

비행청소년 품을 수 없는 사회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두고 국회입법조사처는 ‘늘어난 형량은 청소년에게 낙인을 찍고, 교정시설에서 범죄를 학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소년법> 논의의 요지는 형량강화가 아니라 제정 목적에 따라 교화의 기능을 수행할 사회적 환경이 돼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소년범의 주 교정시설인 소년원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작년 더불어민주당 박주민(법제사법위원회) 의원이 밝힌 ‘소년원별 수용원 현황’에 따르면 정원이 1,250명인 전국 소년원에 1,498명이 수용돼있었다. 과밀수용은 11개의 소년원이 전국구 보호소년(소년원에 송치된 소년)과 위탁소년(판사가 사건의 조사·심리에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소년분류심사원 등에 위탁한 소년)을 맡는 데에 기인했다

이러한 이유로 교정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부산도 마찬가지다. 현재 부산소년원(오륜정보산업학교)에는 약 40명의 소년 관리 인력이 200명이 넘는 보호·위탁소년을 관리한다. 이들이 송치부터 교육까지 맡아 교정 활동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또한 다양한 범죄군별 소년범죄자가 모두 한 시설에 집결돼, 서로의 범죄를 배울 수 있기도 했다. 교화 시설이 오히려 범죄학교가 돼버릴 수 있는 것이다. 실제 2013년 부산소년원에는 비행청소년들이 탈주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부산소년원 김민규 분류심사관은 “현재 소년원의 시설로는 범죄 관리에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국가가 예산을 편성해 더 세분화된 소년원 건설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소년원 외 소년보호시설 환경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은 매한가지다. 보호처분 6호는 ‘아동복지시설 및 소년보호시설 위탁’으로 소년원 밖에서 관리하겠다는 내용이다. 6호 처분을 받은 소년범은 보호관찰관이 관리한다. 그러나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작년 보호 대상 청소년은 25,646명인데 그를 관리하는 보호관찰관은 191명이었다. 보호관찰관 1인당 134.3명을 담당한 것이다. 김광민 소장은 “소년원 과밀화로 보호처분 6호 결정이 많다”며 “처분에 따른 관리 인력이 턱없는 상태 속에서 재범 방지를 위한 교화는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에는 소년위탁보호위원을 위촉하는 제도가 있다. 보호처분을 받은 학생을 지도하는 학교별 책임 교사를 두는 것이다. 위원들은 호처분을 받은 학생을 맡아 교화 또는 더 강한 처분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소년위탁보호위원도 보호관찰관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었다. 2014년 80개교에서 위촉됐던 책임교사 소년위탁보호위원은 현재 41개교에만 남아 있다.

국가는 청소년 교정시설을 내버려두고 있었다. ‘교정’이 주 목적인 <소년법>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이를 수행하는 기관부터 제대로 세워져야 한다. 이러한 환경을 제대로 갖추지도 못한 채 <소년법>을 고치거나 없애야 한다는 말을 내뱉기엔 아직 이르다. 이번 청소년 범죄 사건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배경을 살펴보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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