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전부터 어둑어둑 했던 하늘. 아니나 다를까 오후가 되니 비가 쏟아진다. 빗속을 뚫고 멀리서 우즈베키스탄 청년이 다가 온다. 우즈베키스탄을 떠나 한국에 온지 3년째라는 Abdumalikov Azimbek(경영 1) 씨. 유창한 한국말로 이은진(노어노문 3) 씨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소년, 한국드라마로 꿈을 키우다
  비 때문에 마땅히 갈 곳이 없어 고민하고 있던 찰나, 은진 씨가 “한국에선 비 오는 날에 파전과 막걸리를 먹는데, 한번 가볼래요?”라고 말한다. 아짐벡 씨도 “네 좋아요”라며 웃는다.
  학교 근처에 있는 민속주점에 가서 막걸리와 파전을 주문한 뒤, 은진 씨가 먼저 침묵을 깬다. 그녀는 “한국에는 어떻게 오게 됐어요?”라고 아짐벡 씨에게 묻는다. 그는 “어릴 때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드라마를 보고 한국에 늘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라며 “특히 겨울연가를 보고 마음을 굳혔죠”라고 말한다.
  아짐벡 씨는 중학교 시절 우연히 우즈베키스탄에서 부산국제고등학교 입학 설명회를 듣고 한국에 유학을 왔다고 한다. 그는 “입학 설명회에 온 부산 국제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 입학시켜달라고 했어요”라며 “제 한국어 실력을 보신 교장 선생님이 바로 입학하라고 하셨죠”라고 말한다.
  바다가 없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그는 한국에 오면 가장 해보고 싶었던 일이 바다에 가보는 거라고 한다. 아짐백 씨는 “처음 해운대에 갔을 때 바다가 너무 좋아서 그냥 뛰어 들어갔다가 짠 바닷물을 먹고 혼이 났죠”라며 “그래도 파도를 온 몸으로 느껴봐서 정말 좋았어요”라고 회상한다.


막걸리와 보드카의 만남
  주문한 막걸리와 파전이 나왔다. 은진 씨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독한 보드카 많이 먹지 않아요?”라며 “저도 작년에 10개월간 러시아로 유학 가서 보드카를 먹은 덕분에 주량이 많이 늘었어요”라고 말한다. 반대로 아짐벡 씨는 “저는 한국에서 3년간 살다보니 주량이 많이 줄었어요”라며 “지난 방학 때 우즈베키스탄에 가서 친구들과 보드카를 먹었는데 저만 일찍 취했어요”라고 웃는다. 서로의 잔을 채운 뒤 이은진 씨와 아짐벡 씨는 러시아어로 “За друзья(자 드루지야)!”라고 외치며 건배를 하고 막걸리를 들이킨다. ‘자 드루지바’는 한국말로 ‘우정을 위하여’라는 뜻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그는 러시아어도 능통하다. 과거 우즈베키스탄이 소비에트연방(소련)에 편입돼 있던 시절 러시아어를 사용했기 때문. 아짐벡 씨는 “소련 해체 후에 우즈베크어가 공용어로 채택됐지만 수도인 타슈켄트에는 아직까지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요”라고 소개한다.


쇠고기 소시지 주세요
  하지만 한국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어도 다른 나라에 쉽게 적응하기는 힘들 터. 아짐벡 씨는 “이슬람교를 믿고 있어 돼지고기를 쓰는 한국 음식은 먹을 수 없어요”라며 “제가 소시지를 정말 좋아하는데 한국에서 만든 소시지는 돼지고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없어 한국에서는 소시지를 한 번도 먹은 적이 없어요”라고 털어놓는다.
  헤어질 시간이 되자 아짐벡 씨는 못내 아쉬운 기색이다. 은진 씨와 전화번호를 주고받은 뒤 “다음에 또 만나요. Пока(빡까 : 헤어질 때 하는 말)”라고 말하며 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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