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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처음 울려 퍼진 퀴어들의 외침
  • 김미주 기자
  • 승인 2017.09.24 05:49
  • 호수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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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에 퀴어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지난 23일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제1회 부산퀴어문화축제’가 해운대구 구남로에서 열렸다.
 
이번 축제는 오전 10시 부스 행사를 시작으로 1시간의 공연무대, 마지막으로 퀴어문화축제 백미인 퍼레이드 순서로 진행됐다. 축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구남로에는 성소수자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성소수자 인권을 표현하는 무지갯빛 소품을 착용한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다채로운 개성으로 ‘퀴어’를 말하다
 
축제 부스 입구 쪽에는 최근 성공리에 축제를 마친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부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들은 소위 ‘보수지역’으로 통칭되는 곳에서 축제가 열린다는 사실이 반가워 한걸음에 부산으로 달려왔다. 대구퀴어문화축제 배진교 조직위원장은 “퀴어문화축제 선배로서 부스 설치, 퍼레이드 진행 등 실무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며 “지역 간의 성소수자 연대를 보여주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소수자 개념을 설명하는 인권단체 부스에 참가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의 부스에서는 ‘논바이너리(Non-Binary)’ 개념을 배울 수 있었다. 논바이너리는 자신의 젠더를 남성, 여성으로 정체화하지 않거나 정체화할 수 없는 사람을 가리킨다. 남성인 여행자 부스 진행자는 젠더 관념을 탈피해 원피스를 입고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여행자 관계자는 “젠더 외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며 “논바이너리 말고도 편견에 시달리는 성소소수자의 동반자가 되려 한다”고 말했다. 알록달록한 뱃지와 다양한 상품으로 참가자를 이끄는 인권단체 부스도 있었다. ‘사람을 생각하는 인권법률공동체 두런두런’의 부스에서는 24종류의 소수 젠더 배지를 판매하고 있었다. 두런두런 관계자는 “다양한 성소수자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며 “퀴어 당사자들도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권리를 지키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페미니즘 단체들도 곳곳에서 부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페미니즘과 성소수자는 기존 젠더권력의 폭력에 평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공통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날 참여한 ‘페미네트워크’는 참가자들에게 본인도 모르게 저지르는 혐오를 일깨우고 있었다. 페미네트워크 관계자는 “페미니스트를 자처했던 문재인 대통령도 성소수자를 외면하는 발언을 했다”며 “사람의 인권을 반으로 가르는 행위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예술로 퀴어의 이야기를 전하는 부스도 많았다. ‘퀴어연극제’ 부스 운영자들은 분홍색 가운을 입고 작품 포스터를 보행자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퀴어연극제에 속한 단원들은 대부분 퀴어이다. 또한 그들은 퀴어의 삶을 연극할 예정이다. 퀴어연극제 썸머 단원은 “연기로 퀴어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고 싶었다”며 말했는데, 이제야 퀴어 연극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울컥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모두가 하나 되어 이룬 행렬
 
오후 1시가 되자 해수욕장 쪽에서 공연무대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프닝 공연으로 스카웨이커스 정세일 씨가 단독으로 노래를 불렀다. 기타 소리에 맞춘 독특하고 신나는 음악이 참가자들의 흥을 돋우었다. 공연 도중 기독교 단체가 동성애 혐오 표현을 쏟아냈다. 이에 정세일 씨는 공연을 마치고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에게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발언했다. 참가자들은 일동 환호를 터트렸다. 정세일 씨의 오프닝 공연 후 △비크루 △아는언니들의합창단 △보수동쿨러 등의 공연으로 현장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일정보다 앞당겨진 4시 30분에 메인 행사인 퍼레이드가 시작했다. 구남로에서 출발해 동백역을 반환점으로 다시 구남로로 되돌아오는 코스로 진행됐다. 구남로에 흩어져있던 많은 참가자가 모여 거대한 열을 이뤘다. 신나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트럭을 선두로 참가자들이 음악에 맞춰 함성을 지르며 뒤를 이었다. 참가자들의 개성 있는 옷차림으로 퍼레이드는 더욱 거리의 이목을 끌었다. 영화 속 캐릭터로 분장하거나 노출이 많은 옷을 입은 것이다. 무지개색 눈 화장과 망사 스타킹으로 자신을 꾸민 김윤아(연제구, 22) 씨는 “독특한 옷차림은 기존 젠더관을 탈피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라며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으면서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전했다.
 
부산퀴어문화축제는 퍼레이드를 끝으로 종료됐다. 이는 비수도권에서 대구퀴어문화축제에 이어 2번째로 열렸다. 전인 단장은 “성소수자에게 척박한 보수 지역에 열렸지만 많은 관심을 받고, 큰 문제 없이 잘 마무리한 것 같다”며 “부산 내 성소수자의 연대가 더욱 돈독해질 수 있던 기회”라고 하며 축제 소감을 전했다.
 
맞불 지핀 혐오 세력
 
한편 부산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현장 반대편에 동성애 반대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충돌을 막기 위해 부산경찰들이 주위를 둘러싸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그들은 퍼레이드 진행로까지 파악해 참가자들을 따라다녔다. 반대 집회자들은 ‘동성애 OUT!’, ‘하나님 앞에 동성애는 죄악’이라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그러나 축제 참가자들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그들에게 “다음에는 목소리 더 키워오세요~” 등의 재치 있는 말을 건넸다. 부산퀴어문화축제 전인 기획단장은 “일상에서 이미 만나고 있던 사람들”이라며 “오히려 퀴어문화축제를 홍보해주는 역할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축제 참가자가 군대 내 동성애 처벌에 반대한다는 피켓을 들고 있다
스카웨이커스 정세일 씨가 오프닝 공연으로 노래를 불고 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 부스에서는 프리허그 행사가 진행됐다
퍼레이드 행렬에는 수많은 무지갯빛 깃발이 휘날렸다
축제 맞은편에는 동성애 반대집회가 열렸다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참가자들이 탄 트럭이 퍼레이드 선두를 달렸다

김미주 기자  o3oolo@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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