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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대 네트워크, 합니까?] 개혁인가 이상인가, 논란의 15년사
  • 손지영 사회부장
  • 승인 2017.09.11 14:35
  • 호수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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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 입시 경쟁’, ‘대학 서열화’, ‘학벌주의’. 우리나라 교육 문제를 논할 때 매번 나오는 낱말들이다. 이를 해결하고자 몇몇 사람들은 ‘국공립대 네트워크’를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공고한 대학 서열 체제를 뒤흔드는 시도였다. 과감함은 거부감을 일으켰다. 이른바 ‘서울대 폐지론’으로 논란만 될 뿐, 정작 정말 실효성이 있는 제안인지에 대해서는 의논되지 않았다. <부대신문>은 국공립대 네트워크가 그동안 어떻게 논의됐으며, 실현 가능한지 학벌주의를 해결할 수 있는지 살펴봤다.

 

국내에서 ‘국공립대 네트워크’ 논의가 대두된 배경은 대학 서열화와 학벌주의가 문제되면서부터다. 1980년대 대학교육의 대중화 이후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학벌주의 문제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일부 대학의 졸업자들이 사회에서 권력과 부를 독점하는 양상 지속 때문이었다. 대학서열체제는 이런 학벌주의를 굳건히 만들었고, 도미노처럼 과열된 입시 경쟁과 높은 사교육열을 불러일으켰다. 2016년 우리나라 사교육비 총액이 19조억여 원에 이르는 것이 단편적인 예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여러 방안이 제시됐는데 그 중 하나가 국공립대 네트워크다. 학벌주의의 병폐가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몇몇 전문가들은 대학 서열화의 정점에 서있는 서울대학교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는 1996년 발간한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 교수의 <서울대의 나라> 저서에도 드러난다. 그는 책을 통해 서울대학교를 폐지함으로써 학벌 문제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러한 주장은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학벌 문제 타파를 위해 특정 학교를 없애자는 이야기까지 나온 가운데, 2001년 장회익(서울대 물리학) 교수가 발표한 <국립대 협력 및 개방화 방안>을 통해 국공립대 네트워크 안이 처음 등장했다. 해당 안에 따르면 서울대학교는 한시적으로 입학생을 받지 않고 교수진을 타 국립대학에 분산시켜 열린 교육을 한다. 궁극적으로 국립대학 간 상호보완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지방 저소득층 학생에게도 교육을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향후 이뤄질 국공립대 네트워크 논의의 시발점이 됐지만 발표 당시 ‘너무 이상적인 안’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이후 수그러드나 싶었던 국공립대 네트워크는 2003년 11월 정진상(경상대 사회학) 교수의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 구축안> 발표로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왔다. 안의 핵심은 2002년 기준 총 26개의 국립대학교를 하나로 통합하고 각기 다른 캠퍼스로 운영하자는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공동 입학생 선발 및 졸업장 수여, 대학 간 학점 취득 가능 등이 있다. 그의 주장은 ‘서울대 폐지론’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후에 그는 서울대학교 졸업장의 특권을 폐지할 뿐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에 꼭 서울대학교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 구축안>은 2004년 민주노동당의 17대 총선 공약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에서 ‘국립대 공동학위제’를 꾀했으나 반대여론에 부딪혀 좌절됐다. 참여정부는 오히려 그에 반대되는 국립대 법인화 정책을 택했다. 이후 2007년 17대 대선 정동영(당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2011년에는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전국교수노동조합 등이 ‘국립교양대학’안을 내놓았다.

 

 2012년 7월 민주통합당이 꺼내든 ‘국공립대 공동학위제’ 공약은 소강상태였던 국공립대 네트워크 논의에 불을 지피기 충분했다. 동월에 이미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통합 고등기초대학’ 설립을 제안하며 대학입시 체제의 근본적 개혁을 논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민주통합당이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시스템을 모델 삼아 만든 국공립대 공동학위제 안은 여럿 교수들과 상대 후보 진영에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학벌주의 타파의 방안으로 서울대학교를 없애자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주된 비판이었다. 이에 민주통합당은 ‘서울대 폐지론이 결코 아니며, 서울대의 역사성과 정체성은 그대로 유지하고 다른 국립대는 서울대만큼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18대 대선에 당시 문재인(민주통합당) 후보가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공약을 내걸면서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문재인 후보가 낙선하면서 수그러들었던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는 2017년 논란의 중심이 되버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19대 대선시계가 빨라졌다. 이에 대선주자들의 정책 경쟁 속 ‘대학체제 개편’을 교육 공약 카드로 내밀었다. 성남시 이재명 시장과 서울특별시 조희연 교육감은 기존의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에서 한발 더 나아간 공영형 사립대 포함을 제시했다. 서울특별시 박원순 시장도 의견을 보탰다. 그는 국공립대학을 전부 통합캠퍼스로 구축하고 서울대학교를 사실상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대선후보가 확정되지 않았던 때의 국공립대 네트워크 논의는 전초전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당선된 문재인 정부는 2012년과 동일한 내용의 ‘한국형 대학 네트워크’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먼저 국공립대 사이 연합 체계를 구축해 공동선발, 학위제 방안을 수립하고, 국공립대 네트워크에 진입을 원하는 사립대학에 문호를 개방하는 형식이었다. 해당 공약이 발표되자마자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들고 일어났다. 서울대학교 커뮤니티 사이트 ‘스누라이프’에서 국립대 통합 정책 폐지 요구 연서명 제안이 올라오기도 했다.

국공립대 통합 논의는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잠잠해졌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서 해당 내용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6월 한 언론매체에 지역거점국립대학이 ‘한국대학교’로 통합을 논의 중이며, 신입생을 공동 선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이는 사실과 달랐다. 합의된 사항은 입시 자격 기준, 전형이름 등이었지 대학 자체의 통합에 대해서 논의된 바는 없었던 것이다.

손지영 사회부장  sonmom@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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