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국민 의견 수렴을 위해 전국 토론회가 지난 29일 부산에 열렸다. 장외부터 소란스러웠다. ‘동성애, 동성결혼의 합법화는 개악!’이라는 현수막이 토론장 입구 앞에 걸려 있었다. 보수 기독교 단체는 성평등 개헌을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있었다. 논쟁거리는 <헌법> 제36조 제1항이다.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돼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에서 ‘양성의 평등’을 ‘성평등’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 두성의 평등만을 의미하는 양성평등에서,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성 소수자까지 포함해 그들을 차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해당 조항 개정 논의로 소수자의 가족구성권에 대해서도 조금씩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헌법> 아래 소수자의 혼인과 가족생활이 수호 받을 때가 됐다는 것이다. 여태까지 이들이 겪은 가족제도에서의 소속감 박탈은 합법적이었고 당연시돼왔다. 의료보험등록부터 자녀출생신고까지, 이성애자 부부라면 고민의 여지도 없을 부분에서부터 배제됐던 그들이었다. 때문에 이번 성평등 조항 개헌은 한 줄기 희망이다. 이 조항 하나로 동성결혼, 어쩌면 더 나아가 폴리아모리의 가족공동체도 법이 품을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의 오랜 숙원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부의 태도나 반대 진영의 논리를 보고 있으면, 아직 가능성은 요원해 보인다. 이번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는 차별금지법이 빠져있다. 인선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박성진 교수는 동성애 합법화 반대 서명에 참여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동성애, 동성혼 허용하는 법률이 제정되지 않도록 노력을 다하겠다’던 김진표 의원이 위원장으로 발탁됐다. 정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뒷걸음쳤다. 이러니 반대 진영의 구닥다리 논리가 아직도 유효한 것이다. 성소수자가 가족을 형성하면 사회가 혼란스러워진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 논점을 흐리고 있다. 세상에 이혼, 외도, 자녀 양육 문제가 오롯이 소수자 가족 때문에 벌어진 일인 것 마냥 구는 것이 참 혼란하기만 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한층 발전한 토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제 소수자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지난 5월에 대만 헌법재판소가 동성 간 결혼 금지를 ‘개인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결한 후 대만 의회에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라고 요구했다. 서구 국가는 결혼 외에 ‘시민계약’ 제도를 도입해, 이성애가 아니더라도 가족구성권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거기서 파생되는 생활문제를 어떻게 행정은 뒷받침할 것인가도 논의 중이다. 대체 언제쯤이면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정부조차 이들에게 기회의 문을 닫아버린 이 곳에서, 대체 언제쯤이면 가능한 걸까. 첫 단추가 개헌이라고 해봤자,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수평을 맞추는 식의 제도개선 밖에 더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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