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포항시 신광면 죽성1리에 첫 태양광 발전소가 설치됐다. 주민에게 사전 설명 없이 이뤄진 공사였다. 태양광 발전소 공사에 대한 생각 차이로 마을 주민 간의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 3월 죽성1리에 두 번째 태양광 발전소 설치가 허가됐다. 과거의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마을 주민들은 두 번째 태양광 발전소 설치를 막아섰다. 시에 민원을 넣고 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누군가는 이를 보고 님비 현상이라 말한다. 하지만 그곳을 직접 다녀온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죽성 1리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는 마을 주민의 일상에 크고 작은 불편함을 만들고 있었다. 사소하게 전자파로 인해 라디오가 안 나오거나 크게는 발전소에서 유출된 흙이 논, 밭으로 흘러가 농사를 망치기도 했다. 태양광 발전소 때문에 손해 입은 사람들이 태양광 발전소 추가 건설을 반대하는 것이 과연 님비현상일까.

“해결이라고 할 것도 없어요.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서 민사소송으로 해결해야 해요” 죽성1리 주민의 태양광 발전소 반대 시위 이후 상황에 대한 질문에 포항시 관계자가 해준 답변이다. 태양광 발전소 건설은 이미 법적 허가가 난 상황이다. 즉, 태양광 발전소 사업자는 법적 절차를 통해 합법적으로 발전소를 설치하는 것이다. 마을 주민과 태양광 발전소 사업자 사이에 갈등이 생겨도 정부는 개입하지 않는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니까.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그 합법적 행위로 인해 피해를 받는다.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항상 피해자가 있으면 가해자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가 보기에 가해자가 정부라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정부의 성급한 신재생에너지 정책 추진이 주민과 발전소 사업자의 갈등을 유발했다. 현 정부의 목표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공급량을 20%로 높이는 것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지어져야 한다. 우리나라 국토의 대부분은 산지며 토지 면적 또한 좁다. 한정된 공간에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추가해야 한다.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 주거지역 인근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소가 들어설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로 인한 해당 지역 주민과 사업자의 갈등이 늘어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갈등 해결을 위한 해결책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공급량 목표 달성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허가만 계속 내주고 있다. 해결책 없이 갈등이 일어날 상황만 끊임없이 조성하는 것이다. 피해자는 생겨나는데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이유만으로 갈등이 방치되고 있다. 방치된 상황에서 갈등으로 인한 피해자는 계속해서 늘어갈 것이다. 정부가 이 갈등에 대한 책임이 없다면 누가 이 문제를 책임져야 하는 것일까. 지금처럼 계속 방치될 수 밖에 없는 건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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