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맞은 봉하마을, 추모객 줄이어

  지난 21일 찾은 김해의 한 마을은 노란색 물결로 넘실되고 있다. 그곳은 경상남도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햇볕이 내리쬐는 날씨에도 故 노무현 대통령을 애도하기 위해 봉하마을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저녁 무렵이 되서도 끊이지 않는다.


봉하로 모이는 추모행렬
  전국 각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를 위해 봉하마을로 사람들이 모인다. 마을로 들어오는 길에는 부산, 경남 지역을 비롯해 전라도, 수도권, 강원도 번호판을 단 차량들이 눈에 띈다. 최우진(광주, 40) 씨는 “보고 싶은 사람을 보러 찾아왔다”며 “살아생전에 찾아뵙지 못하고 돌아가신 후에나 이렇게 찾아왔다”고 안타까워한다.


  마을 어귀에 있는 노란색 건물이 제일 처음 추모객들을 맞는다. 작년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임시 분향소로 쓰였던 이 건물은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이 운영하는 전시관으로 사용 중이다. 전시관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흘러나오며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전시관 내부에는 노사모 회원들이 제작한 노 대통령 부부 모습을 담은 십자수 액자와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 등이 전시 중이다. 전시관 자원봉사자 이성훈(부산, 52) 씨는 “그 분이 떠나신지 1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그립다”며 “사람들이 단지 구경만 하고 돌아갈 것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을 가슴 깊이 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지금 봉하마을에는...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길을 따라 노란 리본이 수를 놓는다. 추모객들은 노 대통령에게 하지 못한 말을 담아 정성껏 써내려간다. 최은아(강원도 삼척, 16)씨는 “대통령께서 살아계셨다면 더 많은 것을 이룩하셨을 텐데 죽음을 선택해 슬프고 안타깝다”고 말한다. 지난해 9월 개장한 대통령 사저 앞 생가에서는 추모객들이 노 전 대통령의 흔적을 카메라에 담기에 여념이 없다. 노 전 대통령 관련 서적과 기념물을 판매하는 쉼터도 방문객들로 하루 종일 북적인다. 대형 걸개그림이 설치된 ‘추모의 집’에도 전시물을 관람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추모의 집을 지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주 작은 비석’이 있는 박석묘역에는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이 묘역은 23일 추모식에 정식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추모객들은 박석묘역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묘역 옆에 마련된 임시 참배소에서 고인의 넋을 달랜다. 백기연(경상남도 진해, 65) 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슷한 연배라 그런지 더욱 애착이 간다”며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찾아오는 것을 보니 대통령이라는 지위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것 같다”고 말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길
  지난 17일에는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자주 거닐었던 길을 따라 ‘대통령의 길’도 공개됐다. 이 길은 대통령 묘역을 출발해 봉화산 마애불~사자바위~정토원~호미든 관음상~편백나무 숲길~장방리 갈대집~본산배수장~약수암~생태연못~대통령 추모의 집까지 2.5km 가량 이어진다.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명을 달리한 부엉이 바위에도 가 볼 수 있다. 부엉이 바위를 찾은 추모객들은 노 전 대통령이 마지막 순간에 담배를 찾았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그 곳에 담배를 두고 가는 사람도 있다. 추모객 ㄱ씨는 “노 대통령이 생전에 즐겨 폈던 담배를 사왔다”며 “담배 한 대만 피우고 가시지...”라고 말끝을 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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