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눈과 홍조를 띤 볼이 매력적인 까만 곰을 본 적이 있는가? 귀여운 몸짓과 행동으로 인터넷상에서 큰 화제가 됐던 쿠마몬은 일본 구마모토현의 지역 캐릭터이다. 2010년 지역홍보를 위해 탄생한 쿠마몬은 2013년 일본 48개 지자체 중 32위였던 구마모토현의 인지도를 18위까지 끌어올리는데 큰 활약을 했다. 현재 쿠마몬은 구마모토현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제2의 쿠마몬을 꿈꾸는 지역 캐릭터가 존재한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지역의 자생력과 경쟁력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각각의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들은 지역홍보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의 브랜드를 만드는데 힘을 쏟았고, 이를 위한 홍보수단으로 지역 캐릭터가 등장했다. 김봉철(조선대 신문방송학) 교수는 “캐릭터는 지역에 대한 총체적인 특색을 하나의 이미지로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라며 “많은 정보를 주는 것보다 하나의 메시지나 이미지를 주는 것이 더 기억에 잘 남는다”고 말했다. 브랜딩에 효과적인 지역 캐릭터를 활용해 지역홍보를 하려는 지자체가 늘어났다. <지자체 캐릭터의 OSMU>에 따르면 전국 지방자치단체 245개 중 캐릭터를 보유한 지자체가 81%인 198개에 달한다.

중복되고, 방치되고…캐릭터 수난시대

그러나 수많은 캐릭터가 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다. 많은 지자체 캐릭터 중 제 역할을 수행하는 사례는 드물다. 지자체 캐릭터는 지역홍보가 목적인 만큼 캐릭터에 지역 특색이 녹아있어야 한다. 그러나 중복되는 소재가 특색 없는 생김새로 사용된 경우가 많았다. △부산광역시 북구 △경상북도 구미시 △경기도 시흥시 △전라남도 여수시 △충청북도 음성군 등 지역이 거북이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캐릭터들은 비슷한 생김새를 갖고 있어 기억에 남지 않는다. 지역과 연관 없는 이미지로 지적을 받은 캐릭터들도 있다. 경산시의 베푸리는 이웃과 정을 나누며 서로 돕고 살아간다는 의미로 연산기호 ‘나누기(÷)’를 형상화한 캐릭터이다. 하지만 이는 교육과 대추의 도시 등의 경산시의 대표적 상징이 부여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행정 체계 문제도 있었다. 먼저 이미 만들어진 캐릭터가 있는데도 유사한 캐릭터를 개발한 경우다. 담양군의 공식 캐릭터는 대나무를 형상화한 ‘대돌이’와 ‘딸리’이다. 그런데 대나무 축제를 개최하면서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팡고’와 ‘다미’를,  담양세계대나무박람회조직위원회는 ‘담이’, ‘양이’ 캐릭터를 내놓으면서 대나무 소재 캐릭터가 난립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난개발과 통합관리 부족이 행정 체계에서 비롯된다고 전했다. 지자체 캐릭터 담당자가 몇 년마다 바뀌어 지속성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윤기헌(디자인학) 교수는 “캐릭터는 콘텐츠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고려 없이 만드는 데 급급하다”며 “담당자가 전문성이 없다 보니 생긴 문제”라고 말했다.

캐릭터가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기도 있었다. 부산시 캐릭터 ‘부비’는 1995년에 등장해 탄생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등 부산시 연관채널에서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이에 부산시청 국제협력과 윤원재 직원은 “현수막에 ‘부비’를 넣거나 인형, 인형탈을 제작해 시민들에게 다가가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역민들에게 ‘부비’는 여전히 낯설다. ‘부비’를 알고 있는지 묻자 이윤정(연제구, 45) 씨는 “처음 들어본다”며 “축제에서도 만나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재호(동래구, 48) 씨는 “본 적이 없다”며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노출이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역을 대표하기 위해

캐릭터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에 전문가들은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희복(상지대 언론광고학) 교수는 “캐릭터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고찰해야 한다”며 “다른 지역을 따라 만드는 캐릭터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지자체 캐릭터 개발과정에서 지역주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단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지자체 캐릭터의 OSMU>를 집필한 윤홍근 CBS 심의편성부장은 “지자체 캐릭터가 관 주도로 개발되는 경우가 많다”며 “특색을 잘 살리기 위해 지역주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김봉철 교수는 “캐릭터는 홍보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며 “대중에게 지속적으로 노출돼야 인상에 남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는 고양시의 고양고양이에서 성공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고양시의 고양고양이는 SNS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고양’이라는 독특한 말투와 귀여운 생김새로 화제가 되면서 고양시의 이름을 알리는데 한 몫 했다. 고양고양이는 현재 SNS 홍보팀을 전담부서에서 관리되며, 다양한 행사나 축제에 참여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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