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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사건현장, 곤충은 알고 있다] 숨겨져있던 또 다른 증거에 대한 연구, 우리나라는?
  • 곽령은 기자
  • 승인 2017.09.10 04:25
  • 호수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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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곤충학은 구더기와 같은 곤충을 통해 범죄사건을 해결하는 학문이다. 사체 위를 꾸물꾸물 기어가는 구더기를 떠올리라고 한다면 대부분 ‘징그럽다’며 몸서리칠 것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아동학대 혐의를 입증하고 억울한 용의자를 풀어주기도 했다. 이렇듯 법의곤충학은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법의곤충학은 현재 어떤 상황일까? 문태영(고신대 생명과학·화학) 교수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과거 우리나라 법의곤충학을 알 수 있는 사례가 있나?
중국에서 발간된 <무원록>이라는 책이 있다. 없을 무, 원한 원, 책 록자를 써서 원한이 없게 하는 책이라는 의미다. 우리나라에 맞도록 고쳐서 <증수무원록>으로 다시 편찬되기도 했다. 책에는 ‘곤충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 혹은 ‘사람이 죽으면 벌레들이 나오는데 그렇게 되면 죽은 지 얼마쯤 된 것’이라는 내용이 수록돼 있다. 역사적 사례라고 볼 수 있는 것이 많지는 않지만, 이는 과거 조선 시대에서의 법의곤충학 인식을 보여준다.
 
△최근 법의곤충학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2015년도에는 전 세계적으로 법의곤충학 관련 논문이 오백 편보다 적었다. 그러나 작년에는 700편이 넘는 논문이 발표됐다. 법의곤충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라 볼 수 있다. 법의곤충학은 사람들에게 곤충학 중 마지막 미지의 영역일 수 있기 때문에 흥미를 끌 수 있다. 그래서 신진연구자들이 이쪽 분야에 많다. 지속적으로 연구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잘된 일이다.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유럽, 미국 등에서 법의곤충학이 많이 발달했다고 들었다.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어떤가?
정확히는 모르지만 독일, 영국, 핀란드 등은 증거채택률이 굉장히 높다고 알고 있다. 이 나라들은 경찰과 곤충학자 간의 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법정에서도 증거채택률이 높은 편이다. 또 이들 나라는 아마추어 곤충학자가 많다. 2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프로수준의 아마추어 곤충학자들이 데이터를 구축해놓았다. 자연스럽게 법의곤충학적 증거의 신뢰도도 높은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곤충학자 수가 적다 보니 판단의 근거가 될 만한 데이터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앞으로 법의곤충학의 전망은?
CSI와 같은 과학 수사물 드라마나 영화가 계속 방영되는 한 이 분야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심도 있게 연구하다 보면 매우 힘든 분야다. 때문에 전문가가 많이 양성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한 번에 많이 양성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이 분야를 연구하고 싶어 하는 전문가가 양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 또 법의곤충학은 우리나라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와 협력해서 연구해야 한다. 곤충이 한 나라에서만 서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나라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의곤충학이 어떤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나?
현대에는 법의학이나 과학수사가 많이 발달돼 있기 때문에 법의곤충학이 아니어도 사건 해결이 가능하다. 정확히 말하면 시체가 부패하기 전까지는 법의학으로 해결한다. 그러나 시체가 부패되고 난 다음부터는 법의곤충학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대부분 시체는 이미 부패가 시작된 후에 발견된다. 이때 초동수사 과정에서 법의곤충학을 이용한다면 사건해결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사 부분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법의곤충학이 채워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곽령은 기자  emily3812@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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