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춘들은 욜로(YOLO) 라이프를 즐긴다고 한다. 욜로는 ‘Yon Only Live Once’의 약자로 한 번뿐인 인생이기 때문에 잘 즐기라는 말로 통용된다. 이 말을 널리 퍼지게 만든 <트렌드 코리아> 같은 책에서는 이 말의 기원을 2015년 2월 오바마 대통령이 오바마 케어라고 불리는 건강보험개혁안 독려 홍보영상에서 찾는다. 일부에서는 2011년 인기 래퍼 드레이크의 노래 <The Motto>의 가사에 ‘인생은 한 번뿐이니 작은 일에 연연하지 말고 후회 없이 즐기며 사랑하고 배우라’에도 등장한다고 말한다. 이전에도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맥락은 같아 보인다. 이 말도 욜로와 같이 인생을 즐기라는 말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카르페 디엠이라는 말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등장하면서 대중적으로 유명해졌는데 호라티우스의 라틴어 시 한 구절에 등장하는 카르페 디엠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과 좀 다르다. 그가 말한 의미는 ‘현재를 잡아라(Seize the day)’에 가깝다. 왜냐하면 현재가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허투루 낭비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맥락은 배제되고 이를 ‘무조건 즐겨라’로 쓰게 되었는데, 마케팅에서는 주로 상품과 서비스를 즐기라는 관점으로 적용되었다. 복잡한 미래는 생각하지 말고 현재를 즐기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저축 같은 것은 생각하지 말고 지금의 즐거움을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욜로족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지금의 청춘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암울한 전망 때문에 현재의 쾌락에 충실한 세대라고 정의 내려진다. 삼포세대, 오포세대 그리고 헬조선이라는 비관적인 미래를 내포하는 개념들은 바로 현재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청춘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구성하는 토대라고 한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고 돈을 지불하는 세대쯤으로 규정된다. 따라서 주로 경제지나 트렌드 서적들은 지금의 트렌드는 당연히 욜로족이기 때문에 참여해야 뒤처지지 않는 삶이라고 분위기를 몰아간다.

정말 그럴까? 청춘들은 돈이 없다. 욜로에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그들은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 더구나 시간도 없다. 스펙 경쟁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당장에 취직을 했더라고 그 자리에 머물 수 없으며 비정규직이나 더 안정된 직장에 가기 위해서 주경야독을 해야 한다. 삶의 불안정성은 연애와 결혼을 포기해야 하는 삶이 엄습한다. 그런데 이효리와 김상순은 신혼부부 생활을 텔레비전을 통해 보여주면서 “욜로”라고 외친다. 연예인 부부가 외치는 제주도 민박의 욜로 라이프를 구가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거의 대부분 당장에 제주도에서 며칠을 머무를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욜로족이나 욜로라이프를 대세인 것처럼 대하는 언론미디어의 근본적인 문제는 타자적인 소비를 장려한다는 것이다. 욜로에 담긴 가치는 근본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 없다. 핵심은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구가하는가 하는 점이다. 정말 행복한 삶의 가치를 위해서가 아니라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 판촉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때문에 욜로라는 단어가 확산된 것은 청춘의 현실을 왜곡하기에 충분했다. 욜로라이프가 이 시대에 정말 필요한 가치라면 스스로 그러한 삶을 만들어가야 한다. 비록 돈을 쓰지 않고 상품을 가지 않아도 말이다. 애써 동남아나 유럽, 아프리카에 여행을 가지 않아도 여기에서 그러한 삶을 이룰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더구나 욜로에는 반드시 개인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가치만 담겨 있는 것도 아니다. 욜로 트렌드의 시작이 되었다고 말하는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안을 보자. 그것은 혼자만 잘 먹고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이 함께 모두 다 건강하게 잘 살자는 정신에 기인하는 것이고, 트럼프는 지금 그것을 깨겠다는 것이다. 혼자 돈을 많이 벌어서 편안한 노후를 보내겠다고 생각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개인이 부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같이 서로 도우면서 행복하게 살자는 것이 오바마의 욜로에 담긴 메시지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 반대에 욜로 담론이 똬리를 틀었다. 개개 청춘들에게 무한 경쟁을 강요하고 서로 다투게 하면 소비지상주의에 빠지게 할 때 누구에게 행복이 갈까. 욜로가 필요하다면 그 근본정신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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