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 몇 년간 대학구조개혁평가, 재정지원사업, 대학교원 성과연봉제 도입, 국립대자원관리시스템(KORUS) 등을 통해 고등교육을 개혁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교육부의 이러한 노력은 목적한 바를 이루지 못하였다.    

길게 말할 필요 없다. 대학구조개혁평가의 결과는 정책목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귀결되었다. 경쟁력 없는 대학을 구조조정한 것이 아니라 멀쩡한 지방 국립대의 입학정원을 더 줄인 것이다. 더욱이 구조개혁의 초점이 모든 대학의 정원 축소와 일정 수준 이하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 중단에 맞춰지다보니, 경쟁력 있는 대학도 구조조정을 해야 하고 경쟁력이 없는 퇴출 대상 대학도 엉성한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 지원을 받아 연명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재정지원사업은 더 문제가 크다. 교육부는 재정지원을 무기로 대학과 교수를 원하는 대로 주물러왔다. 돈으로 대학과 교수를 통제하고 순응시켜 온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응답 교수의 70%는 CORE, CK, ACE, PRIME 등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이 대학교육개선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답했다. 

대학교원 성과연봉제는 어떠한가?  평가지표를 객관적으로 만들기 어려운데, 어떻게 공정한 평가를 이룰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요령껏 제대로 된 평가를 회피해 온 대학과 교수들은 그 양심과 자존심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다는 말인가? 

국립대자원관리시스템(KORUS) 또한 예외가 아니다. 코러스는 대학의 재정, 회계, 인사, 급여, 산학·연구 등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올해 1월 도입되었다. 그러나 코러스는 도입 전부터 교육부가 대학을 행·재정적으로 통제하기 쉽고, 교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었지만 결국에는 운영 중이다. 

교육부만이 아니다. 대학들은 외부평가에서 좋은 등수를 얻기 위한 경쟁에 스스로 나섰다.  대학이 ‘교육과 연구’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대학의 ‘순위’로 평가 받는 이상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제 취업률, 외교인 교수와 학생 수, 교수 논문 수, 강의실 수, 영어강의 수, 대학평판도 등의 지표가 대학의 생사를 쥐고 흔드는 절대 권력이 되었다. 이들 지표에서 불리한 대학과 학과와 교수와 학생들은 모두 서슬 퍼런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그런데 도대체 인문학자와 사회과학자가 논문수를 늘이기 위해 단행본 저서는 안 쓰고 논문을 쪼개 내는 것이 진정한 대학의 모습이며, 모국어가 아닌 엉터리 영어강의로 학생들의 이해를 떨어뜨리는 것이 좋은 강의란 말인가? 왜 이렇게 형식적이고 계량적이고 수동적이면서 한국대학이 외국대학에 불리한 대학평가에 우리 대학들이 목을 매야 한다는 말인가? 우리 대학들은 결국 그 누구도 이기기 힘 든 대학 순위 싸움의 노예로 전락했다.  

대학은 스스로 개혁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은 스스로를 성찰하고 개혁할 수 있는 지성을 가지고 있다. 대학은 자유롭고 자율적일 때 대학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대학이 타율적이고 돈의 노예가 되고 대학순위에 구속되는 순간, 대학은 이미 대학이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와 미래사회의 급변 가능성이 대학의 개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대학개혁은 필요하다. 대학의 본모습을 찾아야 한다. 이 시대적 요구에 우리 부산대학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주도적으로 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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