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겨울, 유난히 추웠다. 막 수험생 티를 벗고서 이력서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생애 처음 돈을 벌겠다면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는 중이다. 차비라도 아끼려 찾아간 곳은 집 앞 빵집이었다. 제대로 채우지도 못한, 아니 채울 수 없었던 이력서를 내밀었다. 사장님은 초면인 나에게 대뜸 손님이 없다고 털어놨다. 의아했다. 그러나 그 의문은 금세 풀렸다. 손님이 없으니 하는 일은 적을 거라고. 그러니 최저시급보다 적게 받아도 ‘당연히’ 이해해야 한다고. 변명 같은 말에 불편함만 가득 안고 뛰쳐나왔다. 그곳에선 절대 일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이후 제대로 된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으러 번화가 카페를 찾았다. 카페 사장님은 ‘다행히도’ 최저시급을 맞춰주셨다. 대신 그만큼 일을 더 해야 했다. 휴식시간도 없이 일하느라 매번 눈치 보기 바빴다.

아르바이트는 대학생과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다. 혹자는 취업을, 다른 이는 주거비 마련을 위해. 어떤 이에게는 하루를 버티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제는 취업하려 해도 돈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격증이나 어학연수를 위해서 연간 1,500만 원이 든다는 기사도 있었다. 돈이 없으면 취업하기도 녹록지않은 사회다. 주거비는 또 어떠랴. 한 달 약 40만 원가량의 방값을 제때 내기 위해서는 50시간 이상을 꼬박 아르바이트에 쏟아야 한다.

하지만 대학생들에게는 참 어려운 일이다. 그들에게 시간은 항상 부족하다.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해야하는 경우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청년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아르바이트를 선택한다. 그러나 그들이 고를 수 있는 아르바이트의 범위는 그리 넓지 않다. 수업 들으랴 과제 하랴 조별 모임하랴. 시간을 낼 수 있는 때는 야간 혹은 주말뿐이다. 평일에라도 일하려 하면 장소는 더더욱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학업에 영향을 받지 않을 학교 주변이 최선이다. 시간에 구애받는 대학생들이 할 수 있는 업종도 그리 다양하지 않다. 짬을 낼 수 있는 시간동안 할 일을 구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작년 청년 임금체불 신고액은 1,400억 원이었다. 이처럼 매년 최저임금과 아르바이트 문제는 사회의 주요 화젯거리다. 대학생의 근로 환경이 그리 건강하지 않음을 반증하는 듯하다.

마지막 한 학기를 남겨두고 휴학을 결정했다. 다시금 이력서를 꺼내들었다. 대부분의 휴학생이 그렇듯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이력서에 쌓인 먼지만큼 시간도 참 많이 흘렀다. 사회적으로도 그때와 달라졌다. 대통령이 바뀌었고, 내년 최저임금 상승도 확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근로 관련 감독관을 추가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고, 지난달에는 청년들(만 15~34세)의 아르바이트 체불 임금 중 일부를 국가에서 지급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력서를 채우는 손끝에 유난히 추웠던 그해 겨울이 서려있다. 그때와 얼마나 달라졌을까. 조그만 희망을 안고 이력서를 채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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