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우리 학교 10.16기념관에서 극예술연구회 연극 ‘혀’의 막이 올랐다. 
 
“입장표를 보여주세요” 표를 받는 극예술연구회 관계자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10.16기념관을 가득 메웠다. 관객들은 표를 넘겨주며 기대감에 들뜬 모습으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반면 배우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배우들은 각자 맡은 자리에 서서 절도 있는 동작으로 공연을 시작했다.
 
이번 극예술연구회의 제112회 정기공연 ’혀‘는 이윤택 극작가의 작품을 재해석한 것으로, 실제 있었던 유부녀 성추행사건을 다룬 것이다. 연극의 주인공 ‘송경자’는 술 한잔 하고 귀가하던 중 젊은 두 남성에게 강간을 당할 위험에 처한다. 그녀는 저항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입안에 들어온 강간범의 혀를 깨물어 뜯는다. 이후 송경자는 그들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지만, 혀를 뜯긴 강간범이 상해죄로 그녀를 고소해 버리고 만다. 그렇게 법정에서 서로 다른 진술이 오가던 중, 사건은 송경자의 강간피해가 아닌 그녀에 의해 뜯긴 남자의 혀 등 엉뚱한 곳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를 돕겠다고 나선 여성 운동가들은 송경자의 약점을 들춰내 그녀를 나약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 과정에서 송경자는 피해자지만 보호받지 못한 상황에 이른다. 결국, 그녀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울부짖으면서 연극이 끝난다. 이 연극에서 송경자의 인권은 세 번 꺾인다. 한 번은 강간을 당할 위험에 빠진 순간이었고 두 번째는 법정에서 온갖 치부를 겪는 과정에서. 그리고 그녀의 범죄를 흥밋거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이용하는 여성 운동가와 의원이다. 
 
연극이 끝난 후에도 관객들은 쉽사리 박수를 치지 못했다. 연출가의 의도대로 ‘혀’는 불편한 작품이었다. 1989년의 시대상을 담은 연극이 2017년의 관객들에게 기시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연극은 30여 년 전과 다를 바 없는 현대 여성 인권의 사회적 위치를 여실히 보여주는 듯했다. 연극 속에서 검사는 피해자인 송경자에게 스스로 사건 현장을 묘사하기를 강요하고 그녀의 인권은 철저히 무시된다. 이런 모습은 불과 4년 전까지 성폭행 피해자가 스스로 신고해야 했던 우리 사회 현실을 상기시킨다.
 
연극을 본 후 관객들은 이에 공감했고 분노했다. 신주은(유아교육 15) 씨는 “연극을 보며 운 것은 처음일 정도로 주제가 무거운 연극이었다”며 “옛날이야기임에도, 아직도 여성 인권은 해결돼야할 숙제이기 때문에 연극을 보면서 슬픈 감정을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극을 연출한 극예술연구회 문경원(국어국문학 17) 단원은 “어려운 주제를 담고 있는 연극이기에 단원들이 부담을 느끼며 준비했다”며 “많은 분이 연극이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를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극 ‘혀’는 오늘과 내일 공연을 남겨두고 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목소리를 전하고 싶은 극예술연구회의 열정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극예술연구회 김영섭(건설융합학 15) 기획자는 “가벼운 연극은 아니지만 그만큼 많은 고민이 들게 하는 공연이기에 학생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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