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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있어야 한다
  • 백지호 기자
  • 승인 2017.08.27 15:58
  • 호수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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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다”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 대연동에서 택시업을 하는 A 씨에게 사납금에 관해 물어 들은 대답이다. 사납금을 다 채우지 못하면 그만큼의 금액이 월급에서 빠진다. ‘어쩔 수 없이’ 긴 시간 일을 해서라도 사납금을 채워야 한다. 근로기준법 특례업종에서 택시업이 제외돼야한다는 노조의 의견에 대해 부산광역시택시운송조합 관계자에게 물었다. 그는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실제 일한 시간을 측정하기 어려운 택시 일은 ‘어쩔 수 없이’ 특례업종으로 남는 게 옳다고 말했다.
 

택시 일은 일반 업종과 달리 근무시간과 일을 하는 장소가 일정하지 않다. 이 특수한 근무조건 때문에 택시업계는 다양한 업무방식을 인정한다. 이는 분명 필요하다. 택시에 고정적인 근무시간과 운행 장소를 지정한다면 택시운전기사의 수입은 줄어들게 된다. 회사 역시 운영이 힘들어질 것이다. <근로기준법>에서도 특례 조항을 통해 택시업종의 특수성을 보장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58조와 제59조를 통해 택시운전기사들은 노동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시간에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또한 노사 합의를 통해 임금지급근로시간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도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임금에 수긍할 수 있다. 이 역시 택시업종의 특수성을 고려한 제도이다. 
 

문제는 택시업에 관한 관용이 통제 범위를 넘어가며 발생한다. 자유로운 노동시간 확보는 제약 없는 장시간 노동 착취로 변질됐다. 노사 합의를 통한 임금 설정은 노동자를 저임금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 있었다. 취재를 진행하며 만난 택시운전기사분들은 하나같이 힘든 점으로 많은 노동시간과 적은 월급문제를 말했다. 택시업종의 특수성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제도와 약속은 택시 업종이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갖는 보편성을 위협하고 무너뜨리고 있었다.
 

통제 불능이 돼버린 제도는 노동자와 회사를 가리지 않는다. 사납금 제도는 일정 금액을 반드시 채워야하기 때문에 장시간 근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90%의 택시회사가 운영하는 사납금 제도는 단기적으로는 회사의 수익이 보장되지만, 장기적으로 택시업계의 근로환경을 악화시켜 택시회사의 수익 감소를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회사가 인지하고 있어도 다른 제도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제도를 뒷받침하는 세부조항들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전액관리제를 도입한 10% 남짓한 회사들은 단기적 수입조차 올리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제도가 ‘제 살을 파먹고 있음’을 인지해도 다른 제도로 옮기기 힘든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택시 업종의 특성을 고려하여 제도를 유연하게 만든 결과이다.
 

더 이상 택시업계의 문제는 특수한 업계 상황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문제로 취급되면 안 된다. 통제를 벗어난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특수함을 잡으려다 평범함을 놓치는 실수는 없었는지 국가적 차원에서 검토를 해야 한다. 현재 택시운전기사들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은 물론 택시회사의 운영방식에도 제도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오래도록 곪아온 택시업계의 문제들은 이제 어쩔 수 있어야 한다.

백지호 기자  kkin4u0@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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