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하다-

지난 8월 17일 고현철 교수 2주기 추도식이 우리대학 10·16기념관에서 열렸다. 정부가 바뀌고 치러진 첫 추도식에는 학내 구성원들은 물론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 연합회, 한국사립대학교수회 연합회,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대학정책학회 등 대학과 관련된 주요 단체들이 참여해 대학과 사회의 민주화를 열망한 고인의 뜻을 기리고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날 참석한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새 정부가 국립대 총장 선출을 전적으로 대학 자율에 맡길 것이며, 각종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간선제를 유도하는 방식을 폐지하겠다고 공식 천명했다. 고현철 교수의 안타까운 희생이 있은 지 2년 만에 정부로부터 받은 첫 응답이자 대학민주화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선언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는 제목으로 시작한 길지 않은 고 교수의 유서에는 ‘민주화’ ‘민주주의’ 라는 단어가 열다섯 차례 이상 언급된다. 돌이켜 보면, 지난날 총장직선제를 수호하기 위해 분투했던 고 교수와 부산대 구성원들에게 총장직선제는 단지 대학의 수장을 선출하는 제도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으며, 대학민주화의 훼손은 비단 대학만의 위기가 아니었다. 87년 민주화항쟁의 결실이자 대학민주화의 상징이 총장직선제이며, 총장직선제의 폐지는 대학민주화의 후퇴를 의미하고, 대학민주화의 붕괴는 민주주의가 종언하는 유력한 징후였다. 2015년 뜨거웠던 여름, 부산대인들이 맹렬히 저항했던 이유는 이 파국적 연쇄를 간취한 때문이며, 고 교수가 자기희생을 불사했던 까닭은 비극적 퇴행을 중지하려는 열망 때문이었다. 저항을 통해 우리는 대학민주화가 “진정한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의 보루”라는 사실을 세상에 타전하고자 했으며, 고 교수는 목숨을 바쳐 민주주의에 대한 사회의 무뎌진 인식을 벼리고자 했다. 

고현철 교수의 2주기 추도식을 맞아 우리는 다시 그가 던진 질문과 마주해야 할 터다. 고 교수가 생명과 바꾸어 지키고자 한 진정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아니 그가 죽음을 통해 증명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한 학생의 추도사에서 우리는 그 답을 발견한다. “민주화 이전 민주주의 적은 군부 독재였습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적은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들의 무뎌진 인식이었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단지 절차상의 문제로만 인식한다면 그것보다 더 큰 비극은 없을 것입니다”. 고 교수의 희생과 지난겨울 광장의 촛불이 역력히 증험한 것은 민주주의를 담보하는 것은 형식적인 절차나 제도가 아니라 깨어있는 정신이며, 민주주의는 부동하는 사물(死物)이 아니라 약동하는 생물(生物)이라는 사실이었다. 생물로서의 민주주의란 우리가 실천하고 행동하는 매순간 언제나 새롭게 도래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엄연한 진실의 망각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적이자 죽음일 것이다. 

지난 7월 취임사에서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광장에는 있고 학교에는 없는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사명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공존의 가치를 내면화하는 교육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 천명한 바 있다. 새 정부와 교육부가 부디 ‘민주주의’의 의미를 무겁게 성찰해 주기를 당부한다. 대학 위에 군림하려는 권위주의, 자기편의적 관료주의, 교육현장을 무시하는 교육부의 끈질긴 불통주의를 청산하지 않고는 교육의 민주주의는 끝내 요원할 것이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교육부의 민주화를 먼저 실천해 주기를 촉구한다. 한국 교육의 민주주의는 바로 교육부의 적폐 청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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