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 (감독 김기덕|2016)

“이제 내래 그 그물에 단단히 걸려버린 것 같습네다. 고기가 그물에 걸리면 끝난 거지요” 처참한 몰골의 한 남자가 절망적인 표정으로 읊조린다. 그는 그물에 걸린 물고기였고 그물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영화 <그물>에서는 이념의 그물에 걸려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북한의 평범한 어부 남철우(류승범 분)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철우(류승범 분)는 아내, 딸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는 북한의 가장이다. 그물에 걸린 고기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철우는 여느 때처럼 배를 탔다. 그런데 배가 그물에 걸려 강 위에 표류하게 되고, 결국 남북의 경계선을 넘어버린다.

한순간의 실수로 경계선을 넘은 것이 다지만 남한에서는 간첩일 수도 있다는 의심 때문에 강도 높은 조사를 받는다. 6·25 때 가족을 잃어 북한에 적개심을 가지고 있었던 남한 조사관(김영민 분)은 철우가 간첩이라는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의 행적을 끊임없이 적어라 종용하고 재떨이로 머리를 내려친다. 이념, 체제와 무관한 평범한 철우에게 조사의 시간은 너무나 가혹했다. 북한에 돌아가면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거라 생각하며 참아냈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허심이었다. 특별관리대상이 돼 생업인 어업활동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철우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내래도 참을 만큼 참았슈. 더 이상 장난치지 마시라요” 여기서 더 가면 총을 쏘겠다는 군인의 말을 무시하고 배를 저어가던 철우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영화는 감독이 실제 뉴스로 봤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김기덕 감독은 70~80년대 임진강에서 표류하다 남쪽으로 넘어온 어부가 무혐의 처분을 받아 북에 돌아갈 때, 남쪽의 옷을 다 벗어 던지고 가는 장면을 뉴스에서 보고 많은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체제라는 것이 무엇이기에, 한국에서 받은 것들을 가져가면 어떤 고통을 받게 되기에 저렇게까지 하는가. 그가 의문을 품었던 장면은 영화에서도 등장한다. 철우는 북으로 돌아갈 때 남한에서 입고 있던 옷들을 다 벗어 던진다. 보위부에 꼬투리가 잡혀 가족이 해코지를 당할까 두려웠던 것이다. 속옷만 입은 철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만세”를 외치며 북으로 떠난다. 철우가 자신이 여전히 체제에 충성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 이유는 이념이 아니다. 체제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북한에 돌아가서도 안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철우가 귀순하도록 유혹하기 위해 명동 한복판에 혼자 내버려 두는 조사관과 아무것도 보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눈을 감는 철우. 조사 중 자신의 의도대로 얘기하지 않자 폭행을 가하는 조사관과 구타당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철우. 영화에서는 강압적으로 행동하는 조사관들과 그에 속절없이 당하는 철우의 모습이 반복된다. 감독은 이를 통해 이념과 무관한 개인이 이념에 의해 희생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하지만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이는 오로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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