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동안 읽은 두 권의 소설에는 공통적으로 아이를 잃은 부모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태양이 작열하는 바깥 날씨와 달리, 소설 속 이야기는 서늘하고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읽고 나면 목덜미가 싸늘해졌던 소설들, 오늘은 그 소설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김영하의 소설집 <오직 두 사람>에 실린 <아이를 찾습니다>는 제목 그대로 아들을 찾는 부모의 이야기이다. 윤석과 미라는 세 살배기 아들 성민과 함께 대형 마트에 들른다. 쇼핑 카트에 성민을 태우고, 휴대폰 매장에 들러 점원의 안내를 받는다. 성민이 얌전하게 카트 의자에 앉아있을 줄 알았는데, 뒤돌아보니 카트가 통째로 사라졌다. 화장품 매장에 간 아내 미라가 카트를 끌고 갔나 싶었지만, 뒤늦게 나타난 미라는 성민의 행방을 윤석에게 물을 뿐이다. 
 
  시간을 훌쩍 넘겨 11년이 지난 어느 날, 대구 경찰서로부터 전화가 오고 아들 성민이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니까 그들이 그렇게 애타게 찾고 있던 아들이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 사이 윤석은 직장을 그만두고, 가지고 있던 재산도 아들을 찾는 비용으로 다 써버렸다. 공사장에서 자재를 지키거나 야간 경비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아내 미라는 아들을 잃은 충격으로 조현병이 생겼다. 하지만 그들은 아들이 돌아오기만 하면, 원래의 삶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총명하고 상냥했던, 자신들의 아들이 다시 집으로 오기만 하면, 이전의 삶으로, 행복하고 단란했던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하지만 삶은 야속하게도 그렇지 못한다. 세 살 때 사라졌던 성민은 자신을 ‘종혁’이라 여기며, 자신을 납치한 여성이 어머니라 믿는다. 깔끔하고 세심했던 납치범이 조현병에 걸려 아이처럼 구는 친모보다 낫다고 여긴다. 결국 한 번 깨져버린 일상을 다시 회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삶이란 스카치테이프로 붙일 수 있는 장난감이나 종이책이 아니어서, 원인이라고 여긴 지점으로 돌아갈 수도 없으며, 설사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한다 해도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김영하의 소설은 그 지점을 영민하게 포착해서 풀어내고 있었다.
 
  김애란의 소설집 <바깥은 여름>에 실린 <입동>도 아이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영우는 후진하는 어린이집 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숨진 아이에 대한 보상금이 나왔고, 마을 사람들은 아이 잃은 부모의 표정을 보고 싶어 그들을 흘낏거렸다. 이사를 가고 싶지만, 무리하게 대출내서 산 아파트는 산 가격에 비해 이천만 원이 떨어졌으며 그 돈으로 이사를 갈 곳 역시 막막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이집에서 추석 선물로 ‘국산 복분자 원액’이 온다. 추석 선물 겸 영우 사건으로 흉흉해진 평판을 잡기 위해서이다. 소설은 하얀 벽지에 벌겋게 튄 복분자 자국을 없애기 위해, 부엌 도배를 하는 부부의 모습으로 끝이 난다. 아내는 보험금을 헐어서 그동안 밀린 이자와 카드값을 내자고 한다. 그 말을 들은 남편은 도배할 벽지를 들고 눈물을 흘린다.  
 
  죽은 영우에게 미안하지 않으려면 보험금을 쓰지 않고 살아가야 하는데, 삶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아들의 핏자국 같은 복분자액을 덮고 살아가기도 힘들고, 그 상처를 그대로 드러내놓고 사는 것은 더 힘든 일이다. 벽지를 손에 든 남편의 모습은 아들을 잃은 부부가 ‘그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고 있는지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김영하의 소설처럼 ‘그 이후’란 ‘그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임을, ‘그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암시하고 있었다. 
 
  <아이를 찾습니다>와 <입동>은 모두 2014년 겨울 문학 잡지에 실린 소설들이다. 작가들은 2014년 봄에 있었던 가슴 아픈 사건을 직접 언급하지 않지만, 그 사건을 떠올릴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해 놓았었다. 우리는 ‘그 이후’ 어떤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책을 덮으며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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