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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에 충실한 대학을 만들자

 

 
지난 정권에서 임명되어 1년여 재임했던 이영 교육부 차관이 일곱 가지 치적을 열거하는 이임사를 남기고 퇴임했다. 마지막 일곱 번째는 ‘교육청, 대학, 학교, 학생, 학부모와의 소통에서 큰 폭의 개선이 있었다’는 자찬(自讚)이었는데,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누리 과정 예산으로 교육청과 심각한 갈등을 빚었던 게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일이다. 도대체 어느 대학과의 소통에 얼마만큼의 개선이 있었는지도 궁금한 일이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가속화된 일방통행식 교육정책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 절정에 이르렀다. 한때 40여 개 국립대 중 10여 개 대학 총장 자리가 특별한 사유 없이 공석 상태로 방치되었던 것이 지난 정부의 실상이었다. 
 
소통은커녕 불통의 극단을 보여 준 것으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들 수 있겠다. 박근혜 정부는 역사학계, 역사교육계의 압도적인 반대 표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했다. 교육부 차관이 재임한 1년 6개월은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강행되고 정권교체와 함께 폐기된 기간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는 직책상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결정 과정에 대부분 관여하였을 터이다. 몇 달 전 국정 교과서 최종본에 대한 공개적인 언론 브리핑을 한 것도 그였다. 그런데 그 사안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언급도 없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으로 인한 혼란과 시행착오, 예산 낭비에 대해서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우리는 지난 정부에서 중책을 맡았던 고위 공직자의 이러한 진실과 동떨어진 변명, 실상의 왜곡을 너무 자주 목격하였다. 교육부의 공교육 제도 운용, 대학 정책은 정치권력의 자의적인 판단, 교육부 관료들의 ‘갑질’로 채워졌다. 교육부 정책에서 백년지대계의 대의, 명분을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이었고, 원칙이나 일관성을 찾아보기도 어려웠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앞세운 지난 정부는 소통은 고사하고, 국민들에게, 대학에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기를 끊임없이 강요하였다. 
 
안정적인 대학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특정 사업 항목으로 돌려 대학 간의 무한경쟁 상황을 조성하고, 이를 통제 장치로 삼았던 것이 지난 정권의 대학 정책이었다. 대학은 살아남기 위해서 그러한 교육부 정책에 따라야 했고, 우리 대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떤 때는 선제적 대응이라는 논리로 교육부의 정책을 맨 앞에서 이끌기도 했다. 교육부의 교육 정책을 냉정하게 따져 시시비비를 가리고 주체적인 판단을 하기에 버거웠던 것이 현실이었다. ‘을’의 비애였다.
 
그러나 이러한 비정상적인 국가 운영은 촛불로 결집한 민의에 의해 퇴출되었다. 민심은 권력의 술수를 본능적으로 간파했고, 국가 개조를 강하게 요구했다. 망가진 공교육 제도를 본래 역할과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바로잡는 일은 국가 개조에서 매우 중대한 국면이다. 모름지기 국가의 공교육 정책은 사적 이익보다는 공익을 앞세우는 것을 대전제로 해야 한다. 정권 교체 이후 대학의 역할, 기능을 다시 바로 세우는 논의에서 ‘경쟁’ 논리는 그 자체로 미덕으로 간주될 수 없다. 교육의 장에서 ‘경쟁’은 공익에 합당한가, 합리적인가, 공존의 논리에 따르고 있는가를 먼저 따져서 그 정당성 여부를 가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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