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 시행 3년을 앞두고, 부산광역시에서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이라는 대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늦은 대응 및 대안의 한계 때문에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20년 공원부지 대다수사유화 된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도로 △공원 △녹지 등 공공시설 건설을 위해 고시한 도시계획시설 중 10년 이상 사업을 벌이지 못한 시설을 뜻한다. 이 같은 시설에 향후 개발 방향에 대한 예산 계획을 정립해 집행할 수 있는 10년이 다시 주어진다. 이에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은 최대 20년의 시효를 지니며, 그 기간이 지나면 해당 시설의 도시·군계획시설 결정이 해제된다.

이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일몰제(이하 공원 일몰제)는 1997년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토지소유주들이 <도시계획법> 제6조가 과하게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 소원을 낸 것에서 시작됐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1999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해당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나, 도시계획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중요 행정으로 잠시도 중단돼선 안 되기 때문에 해당 법률 개정 전까지 잠정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2000년 <도시계획법> 개정에 헌법불합치 결정 내용이 반영됐다. 이는 2003년 <도시계획법>이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로 변경된 후에도 유지됐다. 현재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0년 7월 1일 이전에 도시계획시설로 결정·고시된 도시계획시설의 기산일(일정한 동안의 날수를 계산할 때 첫날로 잡는 날)은 2000년 7월 1일이다. 즉 기산일로부터 20년 후인 2020년 7월 1일 이후로 이에 해당하는 모든 도시계획시설이 해제되는 것이다. 부산그린트러스트 김동필 운영위원장은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의 실효가 한 번에 해제돼서 일몰이라고 칭하고 있다”며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용지에 대한 2020년 7월 1일 실효를 가칭 ‘공원 일몰제’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3년 앞둔 공원 일몰제,부산시 대책은?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는 공원 일몰제를 약 3년 앞두고 대책을 세웠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최대 20년이 지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는 토지소유주에게 일정 금액을 보상해야만 도시계획시설을 유지할 수 있다. 부산시의 일몰제 대상 공원·녹지·유원지는 △2020년 90곳 △2022년 1곳 △2025년 6곳 △2026년 이후 9곳으로 총 106곳이다. 이 중 공원에 대한 부산시의 보상비는 1조 8천억 원에 달한다. 이에 부산시는 보상비의 10%에 해당하는 1,800억 원을 확보해 일부 공원을 존치하고자 한다.

그 밖에 예산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공원에 대해서는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을 시행해 공원 일부를 보존할 예정이다.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은 민간사업체가 도시공원 면적의 70% 이상을 조성해 기부 채납하는 경우, 부지 또는 지하에 비공원시설(녹지지역, 주거지역, 상업지역에 허용되는 시설)의 설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은 △제안서 제출 공고 △최초제안자 선정 △제3자 제안공고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사업시행자 지정 순으로 시행된다. 또한 총 23개소의 대상공원을 △1차 8개소 △2차 7개소 △3차 8개소로 3회로 나눠 사업을 추진한다. 부산시청 공원운영과 최보학 직원은 “자연 녹지나 공원 등이 법률에 의해 전부 해제되면 토지소유주 재량에 따른 개발로 환경 훼손이 심할 수 있다”며 “그것을 방지하고자 일부는 개발하더라도 그외 공원 부지는 확보하기 위해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을 시행한 것”이라고 전했다.

현실성 없는 예산에 공론화도 되지 않아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을 포함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관한 부산시의 행정에 △예산의 비현실성 △공론화 부족 등을 이유로 비판이 가해졌다.

2000년 <도시계획법> 개정으로 인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해제는 예고된 바 있었다. 하지만 부산시가 이를 3년 남긴 올해부터 대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15년 하반기 부산시 통계자료에 따른 도시계획시설 집행률은 △서울특별시 △광주광역시 △인천광역시가 83%로 높은 수치를 보인 반면, 부산시는 64%에 그쳤다. 이에 부산시는 △1단계(1~3년) 9,726억 원 △2단계(4~5년) 2조 5,128억 원 △3단계(6년차 이후) 3조 9,486억 원으로 단계별 집행계획을 세워 그에 관한 예산을 확보하고자 한다. 부산시의 이 같은 예산 편성에 대해 현실성 없다는 지적이 있다. 부산시의회 김쌍우 시의원은 “일몰제는 10년 전부터 문제로 제기됐지만 여태 부산시가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며 “최근에야 연도별 재정 조달 계획을 세웠으나 이 또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원 일몰제가 적용되는 곳의 주민들에게 부산시가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안내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부산시 남구의회 반선호 구의원은 “부산시가 2020년에 일몰제가 시행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아 이를 대다수 주민이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대표 도시자연공원 이기대공원 훼손되나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 대상공원 총 23개소 중 1차 8개소에 속해 있는 부산시 남구 이기대도시자연공원(이하 이기대공원)의 개발을 앞두고 반대 여론이 일고 있다. 이기대공원은 해안 일대 약 2km에 걸쳐 암반이 바다와 접해 있다. 이곳은 1993년 시민들에게 개방되기 전까지 군사작전지역으로 통제됐기에 희귀한 식물과 곤충이 서식하는 등 자연보존 상태가 좋다. 최근 부산시는 이기대공원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에 관해 민간사업체 세 곳에서 개발계획서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후 부산시는 시민단체와 전문가, 주민대표 등을 위원으로 하는 라운드 테이블을 구성해 이기대공원을 포함한 세 곳에 대한 사업의 추진 여부 및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 및 지역주민들은 이기대공원의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 시행에 대해 자연환경 훼손을 이유로 반대했다. 김동필 운영위원장은 “이기대공원은 부산시의 상징적인 장소이면서 해안을 끼고 있는 우수한 녹지”라며 “최근 지역주민들도 이기대공원만큼은 꼭 지켜야 한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반선호 구의원은 “지역주민들은 관광지로서 이기대공원의 역할 역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기대공원이 민간 개발될 경우 △해안도시라는 부산시 특성 상실 △개별 업자의 이익을 위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사업자들은 개발 장소로 전망이 좋은 곳을 선호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김쌍우 시의원은 “경관이 좋거나 시민들에게 유용한 토지는 전부 사업자의 개별 이익을 위해 사용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부산시민들의 바다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기대공원을 찾은 시민들 또한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민 A 씨는 “시민들의 휴식처이기도 한 이기대공원을 부산시에서 보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화(부산진구, 52) 씨 또한 “부산지역에 공원이 별로 없다”며 “민간에 넘어가면 난개발 때문에 자연이 훼손될 것”이라고 전했다.

공원 보존 위한 보완책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공원 일몰제를 앞두고 △일몰제에 대한 공론화 △예산 확보 △전문가 의견 및 여론 수렴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선 공론화를 위해 △해당 주민에게 일몰제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 △시민단체를 통해 주민에게 공원 일몰제에 대한 정보 제공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토지를 적극적으로 매입하기 위한 예산 확보 역시 중요한 사안으로 꼽혔다. 부산시가 2020년까지 확보 예정인 예산 약 1,800억 원이 부족한 금액으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김동필 운영위원장은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라운드테이블의 전문가 의견뿐만 아니라 지역여론을 적극 수렴해야 한다”고 전했다. 

 2020년이 되면 이기대도시자연공원의 30%가 민간사업체에 의해 개발될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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