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끝났다. 5월 16일부터 나흘간 열린 이번 축제도 ‘대중가수 공연과 주점 운영’이라는 대학축제의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축제의 마지막은 ‘카스 콘서트’가 장식하였다. ‘카스 콘서트’는 오비맥주가 전국 대학에 공연을 지원하는 홍보행사이다. 올해도 5월 한 달간 성균관대, 홍익대, 청주대 등 전국 6개 지역 13개 대학에서 ‘카스 콘서트’가 열렸다. 맥주회사가 가수 섭외부터 무대설치까지 대행하고 연예인 개런티도 직접 지불했다고 한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카스 맥주 배너와 풍선이 넉터에 세워졌고 콘서트 중간 중간 맥주광고가 화면에 등장하였다. 진행은 세련되고 매끄러웠다. 유명가수가 나와서 흥을 돋웠고 학생들은 환호했다. 각 대학 총학생회의 요청에 따라 출연 연예인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콘서트의 구성은 13개 대학이 거의 똑같았다. 
 
과거 대학축제는 학생들이 동아리와 학과 활동을 알리고 내부적으로 통합을 다질 수 있는 기회였다. 학생들은 서툴지만 스스로 공연과 전시를 준비하고 축제 기간 동안 체육제전, 예술제, 각종 경연대회 등에 참여했다. 대학축제는 대학문화의 산실이기도 했다. 80년대에는 탈춤과 풍물놀이, 90년대에는 민중가요와 같이 시대를 대표하는 대학문화가 있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이후 이를 대신한 것은 대중문화였다. 대중가수가 없으면 축제 홍보가 안 되고 학생들의 참여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총학생회는 대중가수를 불러왔다. 대학축제의 주인공은 더 이상 학생이 아니었다. 가수 한 팀 섭외하는데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이 들고 학생들의 기대수준은 높아지기만 했다. 각 대학 총학생회의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준 것이 ‘카스 콘서트’라고 볼 수 있다. 다 만들어준 것을 소비하기면 하면 되는 것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콘서트를 통해서 홍보효과를 노릴 뿐 독점으로 맥주를 공급하거나 시음회를 하지는 않는다”고 했지만 총학생회는 학과별 주점에서 가급적 카스맥주를 팔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대학축제마저 학생들이 대중문화와 자본의 착한 소비자로 길들여지는 곳이 되었다. 
 
올해 우리대학 축제의 구호는 ‘부산대 안에 다 있다’였다. 축제가 끝난 지금, 과연 무엇이 있었는지, 무엇이 있어야 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학축제는 학생들이 생각과 이상, 감성을 표현하고 창의적 놀이문화를 꽃피우는 장이어야 한다. 학생들을 구경꾼으로 만드는 행사는 대폭 줄이고 학생들이 주관하는 놀이행사, 문화제, 학술제는 늘리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축제비용은 학생들이 빚을 내서 지불한 등록금에서 나온다. 그런 돈을 연예인을 불러오는 데에 쓰지 말자. 축제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경진대회를 열어서 학생들의 빛나는 문화 기획에 투자하자. 대중가수의 열창에 몸을 흔들며 열광했던 순간은 곧 잊히지만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표현했던 경험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신입생 외에는 많은 학생들이 식상하고 소비적인 축제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맥주와 소주 모형의 대형풍선이 몸을 부풀리며 흔들리는 잔영을 남기고 오월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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