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만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문화센터에 가려면 지하철을 타야했고, 창밖 풍경을 좋아라했던 어린 날의 필자는 그게 즐거웠다. 동래역을 지나 지하로 향할 때면 귀갓길만을 기다릴 정도였다. 나이가 들며 설렘이 줄어들 즈음 대구에서 참사가 일어났다. 참혹한 현장에 충격 받았고, 무심히 드나들던 지하철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불안감이 엄습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이후에도 지하철 사고 소식은 간간이 들려왔지만, 잦은 탓에 무감해져버리곤 했다. 한데 며칠 전 기시감이 들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지하철을 탄 채 목적지로 향했는데, 부산대역을 지날 때 흠칫하고 말았다. 전날 같은 역에서 전동차가 멈췄던 탓이다. 다행히 사상자 없이 해결됐지만, 이전의 기억이 눈앞에 다가왔고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부산교통공사가 추진하는 ‘재창조 프로젝트’가 못마땅하다. 골자는 ‘이익’과 ‘효율’이다. 방대한 적자를 효율적인 경영을 통해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공사는 이를 발표하며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다고 자신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늘어난 일감은 기존 직원에게 더 분배하고, 특정 부분은 ‘아웃소싱’을 통해 해결한단다. ‘비정규직’ 채용과 ‘무인’(無人) 시스템 활용을 통해 인건비를 줄인다는 ‘보너스’도 있다. 허나 계획서에 ‘노동’이나 ‘안전’은 존재하지 않았다. 기존 인력의 업무 부담 가중이나, 외주 업체 인력의 열악한 근무 환경, 통합 시스템의 분리가 야기할 소통의 어려움, 기간제 근로자들의 업무 숙달 문제, 긴급 상황 시 무인 시스템의 한계 등 안전을 위협할 요소가 차고 넘치는데 말이다. 심지어 이들은 ‘노후 전동차 리모델링 등으로 안전운행 기반을 확보’했다고 전제했지만, 며칠 전 멈췄던 전동차는 얼마 전 도입한 신형이었다.
 
그럼에도 이를 밀어붙이는 건, 혹 사고가 나더라도 경영진 각 개인은 ‘피해’를 입지 않기 때문이다. ‘재창조 프로젝트’가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경영진은 ‘적자를 줄였다’는 성과를 얻게 된다. 운영 시스템이 부실해 사고의 위험이 있지만, 잦은 일이 아닐뿐더러 임기가 정해져있어 큰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 나아가 퇴임 후에는 ‘외주업체’에서 요직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 정년 안정성까지 보장받았다. 그들이 지하철을 탈 필요가 없다는 점도 명확하다. 늘어나는 노선도 의구심을 자아낸다. 적자 요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노선 확장’이다. 추가 노선을 계획할수록 투자비용이 늘어나고, 개통 이후에는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어 적자 폭이 늘어나게 된다. 계속되는 노선 확장에 ‘시민의 편의’를 명분삼지만, 천문학적인 공사비용과 운영비용을 고려하면 ‘메피아(메트로+마피아)’의 존재에 대한 의심도 꽤나 합리적으로 들린다.
 
우리의 지하철은 역행하고 있다. 2인 승무는 1인으로 전환됐고, 역사의 매표소는 사라진 지 오래며, 전동차 정비는 외주업체의 몫으로 돌아갔고, 무인운전이나 무인역사도 흔해졌다. 그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관사가 여럿이고, 불합리한 구조조정에 반발하다 해고된 노동자도 여럿이며, 반복되는 사고로 다치거나 목숨을 잃은 시민도 여럿이고, 열악한 근무환경에 노출돼 세상을 떠난 이도 여럿이다. ‘재창조’해야 할 건 우리의 안전을 담보삼아 이익을 취하는 ‘안전팔이’들과, 그네들만의 ‘공기업’ 아닌가. 구의역 국화꽃 향이 진하게도 느껴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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