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타 대학생과 마찬가지로 필자 또한 대학을 들어올 때부터 졸업 후 기업체에 취직하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필자에게 공기업은 ‘취직하고 싶은 곳’이었다. 사기업보다 정년이 보장되는 등 안정적이고 근무환경이나 혜택도 좋아 보였다. 비교적 높은 급여 또한 매력적이다. 공기업 입사 경쟁률이 해를 더할수록 높아지는 것을 보면 비단 필자에게만 좋게 보인 건 아니었을 거다. 특별히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지만, 막연하게 필자는 공기업에 입사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 여겼다. 아니, 여겼었다.
 
그래서일까. 작년 말 취재를 위해 만났던 부산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다소, 충격이었다. 부산고용노동청 앞에서 농성을 벌이던 그들이 들려준 처우는 환상과 확실히 달랐다. 부산시 내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은 전국 평균보다 40만 원이 적은 월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었다. 받아야 하는 상여금이나 복지 포인트를 받는 비율도 낮다. 비정규직 중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인원은 극소수였고 대다수가 해고당해야 했다. 실제 부산지역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비율이 전체에 20%라 하니 5명 중 1명은 열악한 처우를 겪는 거다. 비정규직의 막막한 현실은 공공부문이라고 다를 바 없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혼란스러운 도중 떠오르는 의문점이 있다. 왜 ‘공공기관’에 ‘비정규직’이 저리도 많은 것이며 그 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걸까. 사기업의 경우 영리를 목적으로 하기에 인건비 절감이나 업무 효율성 증진 등을 이유로 비정규직을 확대한다. 반대로 공공기관은 공적 이익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 그럼에도 사기업과 진배없이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공공기관의 행태는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러다보니 비정규직은 조직에 포함이 안 되는 점을 이용해 작은 조직 규모 대비 높은 운영 실적을 거두기 위함이라는 의혹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1월 부산교통공사가 발표한 ‘재창조 프로젝트’는 이런 의심을 확신하게 만든다. 이는 안 그래도 부산시 공공부문 중 가장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부산교통공사가 ‘인건비 절감’과 ‘효율화’를 목적으로 추진한 프로젝트다. 향후 자연감소 될 1,000여 명의 정규직 인력을 값 싼 비정규직으로 대체한다는 대목부터 의도가 적나라하다. 1년 전 서울지하철 비정규직 하청근로자의 노동환경이 어땠는지, 그로 인해 구의역에서 어떤 사고가 발생했는지는 까맣게 잊은 모양새다. 안전하지 못한 근로자의 근무환경은 시민의 안전마저 위협한다. 비정규직의 처우도, 부산시민의 안전도 외면한 저 프로젝트가 정녕 공공기관에서 제시한 것인지 실망스럽기만 하다.
 
그러던 중 최근 공공기관이 분주하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한 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로드맵을 짜는 등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쫓기듯 여러 공기업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며 대책마련에 나섰다. 몇 년 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던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이라는 아이러니가 해소될 지는 지켜봐야 알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주는 지금의 정부가 반가울 따름이다. 해서 공공기관을 진정 공공을 위한 것으로 만들고자하는 그 노력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래본다. 반가운 소식에 그간 잊혔던 공기업에 대한 환상이 다시금 마음속 어디선가 빼꼼 고개를 내미는 듯하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