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차세대 문화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는 웹툰(Webtoon). 척박한 부산 문화 인프라 속에서도 부산 웹툰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부산에서도 마음껏 그릴 수 있어

웹툰은 창작자와 출판자의 물리적 거리와 상관없이 창작부터 연재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문화 인프라가 수도권에 구축되어있어도 부산에서 웹툰이 성장할 수 있었다. 과거 출판 만화 중심일 때는 수도권에만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서, 부산 작가들이 수도권에 정착하거나 매번 상경해야 했다. 하지만 웹툰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연재돼, 메일을 통해 원고를 보내면 된다. 이에 따라 많은 부산 작가들이 수도권에 갈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웹툰 <슬레이어> 이석재 작가는 “플랫폼 회사에 메일로 웹툰 원고를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작업실에 컴퓨터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다”라고 설명했다.
수도권과 부산 간의 정보량 차이가 없어진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이전에는 웹툰 관련 정보가 수도권에 비해 현저히 적어, 정보를 얻기 위해 상경한 작가들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 웹툰 플랫폼 회사와 에이전시들이 부산에 지사를 설립해, 부산에서도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게 됐다. 부산만화가연대 대표인 배민기 작가는 “부산에 지사를 설립하거나 직접 부산에 내려와 사업 설명회를 개최해 이제 부산에도 충분한 정보가 공급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수도권 웹툰 기업의 부산지사 설립 뒤에는 이전부터 갖춰진 부산의 웹툰 인력이 있다. 이석재 작가는 “부산은 항구도시여서 다른 지역보다 일본 만화 문화를 일찍 접할 수 있었다”며 “이 때문에 다른 곳보다 부산에서 만화 작가들이 많이 활동했다”고 전했다. 현재 부산에서 활동 중인 작가는 총 140여 명이다. 수도권 다음으로 가장 많은 웹툰 작가들이 활동하는 것이다. 특히 부산에는 ‘부산만화가연대’ 단체가 구성될 정도로 작가 간 긴밀한 연대와 활발한 교류도 가능하다.

 

상생하는 ‘부산 X 웹툰’

부산 웹툰은 부산만의 지역 색(色)을 뚜렷하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모든 웹툰 작가들은 웹툰에 그려질 소재를 찾거나 배경을 그리기 위해 직접 출사를 나간다. 이런 이유로 부산에 거주하는 작가들은 자연스레 가까이 있는 부산의 모습을 많이 담는다. 특히 부산은 바다라는 지리적인 이유와 더불어 다양한 문화가 공존해 있어 웹툰의 소재로 많이 쓰이기도 한다. 웹툰 <아이(I)> 남정훈 작가는 “부산에는 예전 모습을 간직하고 시대의 변화가 이뤄진 곳이 많아 과거부터 미래가 함께 공존하는 곳”이라며 “때문에 웹툰의 자료와 소재가 다양한 매력적인 도시”라고 전했다. 이러한 효과 때문에 부산을 홍보하기 위해 웹툰이 활용되기도 한다. 작년 12월 부산광역시청과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네이버에 부산 브랜드 웹툰 <부산스러운 웹툰>을 선보였다. 부산의 맛과 멋을 주제로 해, 부산의 씨앗호떡과 온천천이 등장한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 경영관리부 김가희 직원은 “시민들이 부산 브랜드 웹툰을 통해 부산에 대해 친근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 부산의 멋과 맛을 홍보하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부산에 갖춰진 콘텐츠 산업과 연계하여 2차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부산은 △부산콘텐츠마켓 △부산국제영화제 △지스타 등의 다양한 콘텐츠 행사가 이뤄지는 곳이다. 이처럼 다양한 콘텐츠 행사가 집적된 부산에서 남정훈 작가의 <아이(I)>, 김태헌 작가의 <딥(Deep)>처럼 부산 웹툰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될 수 있어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남정훈 작가는 “콘텐츠코리아랩만 봐도 웹툰, 게임, 영화 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작업환경이 가까운 거리에 모여있다”며 “산업간 연계도 쉽고, 2차 제작물을 만들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 웹툰과 다른 콘텐츠 산업간 연계 가능성을 요원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다. 윤기헌(디자인학) 교수는 “부산에서 나온 웹툰의 작품성이 훌륭할지라도 부산에 영화사와 영화 제작사가 거의 없어 부산 영화 산업과 연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아직 미흡한 제작 환경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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