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Politics)와 교수(Professor)의 합성어로 현실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교수를 뜻하는 ‘폴리페서’. 최근 정부가 교수 출신 인사를 발표해 이 단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폴리페서’는 주로 정치권에 관심가지거나 참여하는 교수를 비판할 때 쓰인다. 그들이 과연 비판의 대상일 뿐일까'

정치하는 교수, 그 역사는 깊다

 

교수가 정치에 참여하는 형태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직접 국회에 진출하거나 정무직에 임명돼 정책의 입안 및 집행을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간접적으로 정책을 통해 정치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러한 교수의 정치 참여는 역사속에서 꾸준히 등장했다. 다만 시대상황에 따라 그 이름과 내용이 달랐다. 군부정권 때는 많은 교수들이 박정희 정부의 이미지 개선과 입지를 강화하려는 작업에 관여했다. 그들은 △평가교수단 △민주공화당 △ 유정회를 통해 정부의 활동에 동조했다. 이후 노태우 대통령 때까지도 많은 교수들이 정부의 이미지를 높이는 ‘어용교수’라는 꼬리표를 달고 정치권에 등용됐다. 군부정권이 끝나고 문민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교수들의 정치 참여는 활발했지만, ‘어용교수’와는 그 역할이 달랐다. 문민정부의 교수들은 전문성을 살려 정책을 검증하고 결정하는 역할을 해, 이전보다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폴리페서’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참여정부부터다. 노무현 정부 내각에 이전보다 교수 출신 인사가 많았다. 실제 임명된 전체 장관 중 교수 출신 비율이 △김영삼 대통령 16.3% △김대중 대통령 14.3% △노무현 대통령 19.4%로 그 비율이 늘었다. 이에 교수 본업을 뒤로 한 채 정치하는 교수라는 비판으로 폴리페서가 대두된 것이다.

폴리페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도 많은 수의 교수들이 참여해 폴리페서 논란을 빚었다. 특히 안종범(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김종(한양대 스포츠산업학) 교수 등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밝혀지면서 그 비판이 거셌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내각에도 조국(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하성(고려대 경제학) 교수 등이 등용돼 이들을 향한 폴리페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치로 수행하는 사회지식인의 역할

교수의 정치 참여는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킨다. 그들의 전문적인 지식으로 정책에 대한 자문과 결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수가 정치에 참여해 사회에 많은 기여한 사례는 많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제 28대 대통령이었던 우드로 윌슨이 있다. 정치학 교수인 그는 본인의 전문성을 살려 당시 문제가 됐던 엽관주의를 해결했다. 엽관주의란 공직의 임명과 승진을 △정당 관계 △혈연 △지연 및 학벌 관계 등을 기준으로 하는 제도이다. 우드로 윌슨은 행정을 정치 권력적 현상이 아닌 관리 기술로 보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정치행정이원론을 주장했다. 이후 정치와 행정을 분리하는 ‘펜들턴 법’을 제정해 엽관주의 폐해를 극복했다. 이처럼 교수의 전문성과 정치가 결합해 사회에 기여하는 바를 기대할 수 있다. 김규종(경북대 노어노문학) 교수는 “교수들은 각각의 분야나 영역에서 최고의 전문가”라며 “사회에 필요한 정책과 판단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학생 수업은 뒷전, 권력 좇는 폴리페서

 

교수의 정치참여는 참정권의 일환이며, 분야별 전문적 식견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수업과 연구 활동을 내팽개치고 입신양명을 꿈꾸는 교수들로 그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지난 4월 17일 <교수신문>이 전국 대학교수 8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교수 인식도 조사’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드러난다. 응답자의 71.3%(488명)가 선거철이면 정치권을 노크하는 폴리페서에 대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것이다. 이처럼 대학교수로서 소명의식을 잊은 채 오로지 명예와 권력에 관심을 가지는 교수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부정적이다.

특히 학생의 수업권을 침해하는 직접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교수가 정치권에 진출하면 △잦은 휴강 △강사를 통한 대체강의 △이른 종강 △폐강 등이 불가피하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대체강의, 잦은 휴강은 자연스레 수업의 질을 저해시킨다”며 “폴리페서로 학생들의 수업권에 피해가 가는 것이다”고 전했다. 실제로 2008년 고려대학교 학생회는 대자보를 통해 ‘교수들께서 청와대로 들어가면서 학생들은 급히 시간표를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교수라는 직책은 다른 자리를 좇아 나갔다가 쉽게 돌아올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철순(정치외교학) 교수는 “정치 참여와 수업을 병행할 수 있다면 문제없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사직 또는 휴직을 해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에 설한(경남대 정치외교학) 강사는 “관직에 등용되어 휴직하게 되면, 다른 교수들의 안식년이 연기되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논란보다 기대받기 위해

폴리페서를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보는 것은 옳지 않다. 그들의 긍정적인 기대효과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폴리페서가 논란보다 긍정적인 기능을 주목받을 수 있을까?

대학 구성원들은 우선 기존 법제도를 충실하게 지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우리나라는 무책임한 일부 교수의 정치 참여가 계속해서 지적되자, 2013년에 이른바 ‘폴리페서 방지법’이라는 법안이 제정됐다. 이 법안의 주요 골자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되는 교수는 임기 개시일 전까지 교수직을 사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국회의원 선거직에만 해당한다. 현재 교수는 정무직에 임명되면 휴직을 할 수 있고, 복무기간이 끝난 후 바로 강단으로 복귀할 수 있다. 정무직에 대한 사퇴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국정농단 사건에서 장·차관과 청와대 비서관에 임명된 교수들도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무직과 관련된 사퇴 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임은희 연구원은 “선출직에서 정무직까지도 현행 법안을 확대회 사퇴하도록 해야한다”고 전했다. 휴직, 복귀 시 엄격한 절차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실제 미국, 일본 등 많은 나라가 휴직, 복귀 때 까다로운 승인절차를 밟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

폴리페서의 사직, 휴직 논란이 계속되자 자체적으로 관련 규정을 만든 대학도 있다. 성균관대학교는 지자체장이나 국회의원에 출마하면 사직해야 한다. 또한 임명직 공무원이 되거나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출마할 경우 한 학과 당 교수 1명에 한해 휴직을 인정하고 있다. 고려대학교는 임명직을 제외하고는 휴직을 불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 학교에는 관련 규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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