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부터 대학 내 성범죄 문제가 끊이질 않고 있다. 그 원인으로 ‘성’(性)에 다소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와 이로 인한 초·중·고 교육의 부실한 성교육이 지적돼왔다. 이에 대학생들에게 충분한 양과 높은 질의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 우리 학교에서 그 성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 지난 22일 성학관에서 <이기적 섹스>의 저자 은하선 작가의 ‘학교에서는 안 가르쳐주는 이야기’라는 강연이 열린 것이다. 행사를 주최한 부산대 페미니즘 실천 동아리 ‘여성들의 혁명’의 관계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성지식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기 위함”이라며 “우리는 왜 잘못 알고 있었는지, 우리 사회는 왜 제대로 된 성교육을 제공하지 않았는지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강연 취지를 밝혔다.

은하선 작가는 청중들에게 미리 받은 질문을 소개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질문으로는 △안전한 섹스란 뭘까요? △원나잇이 나쁜가요? △생리할 때 섹스를 하면 위험한가요? △섹스가 재미없는데 문제가 있는 걸까요? 등이 있었다. 이에 그녀는 “이런 질문들이 나온다는 건, 우리가 섹스에 대해서 그만큼 모른다는 걸 증명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섹스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는 현실에 주목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여성 중 다수가 자신의 성기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10대때 받은 부실한 성교육은 성인이 된 후 섹스에 대해 말하기 꺼리는 문제를 낳기도 한다. 은하선 작가는 그 원인을 “여성에게 순결을 강요하는 남성 위주의 사회”라고 비판하며 “여성들은 자신의 몸을 제대로 알고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섹스에 대해 말하기 전, 자신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만약 섹스란 무엇인지 고민하는 과정이 없다면 본인이 원하는 섹스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강연이 끝난 후 청중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한 청중은 상대가 자주 바뀌는 자신의 섹스에 비윤리적이라는 평을 들었다며 “윤리적인 섹스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은하선 작가는 “우리 사회는 윤리적인 섹스에 갇혀있다”며 “윤리적인 섹스란 상대방과 동의하에 하는 것이고, 그것은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피임약 부작용’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은하선 작가는 “피임약의 부작용으로는 하혈을 하거나, 피부가 뒤집어지거나 약한 우울증에 걸리는 것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만약 남성들이 임신하는 구조였다면 아직까지 피임약 부작용이 있을 리가 없을 것”이라며 “여성들이 이러한 피임약의 부작용을 감당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문제이다”라고 비판했다.

2시간이 넘는 강연 내내 청중들은 열띤 관심을 보이며 강연을 경청했다. 강연을 들은 울산대 장연주(재료공학 14) 씨는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대해 생각하지도 못하게 하는 사회인데 강연에서 자유롭게 말하는 걸 들으니 그런 답답함이 해소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한 부산외대 이유진(미얀마학 13) 씨는 “섹스에 대해 진솔하게 얘기할 수 있는 자리여서 뜻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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