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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닥토닥, 카페인보다 휴식
  • 이화영 과학 칼럼니스트
  • 승인 2017.05.27 18:20
  • 호수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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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기간으로 시작해 과제로 이어지는 5월, 학교 도서관을 찾으면 쪽잠을 청하는 학생들과 커피와 에너지 음료를 손에 쥔 학생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약학회지, 2013)만 봐도 그렇다. 전체 응답자의 88.3%가 에너지 음료를 마셔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절반 가까이가(45.7%) 공부할 때나 졸릴 때, 집중력 향상을 위해 에너지 음료 마신다고 답했다. 주로 복용하는 장소는 도서관(45.9%)과 강의실(27.6%) 등 학교였다. 복용량은 1캔(56.4%)이 가장 많았고, 이어 2캔(27.5%), 3캔(8.3%)도 있었다. 소수 의견 중에는 7캔을 마셔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있었다.

커피를 찾는 학생도 많았다. 한 취업사이트가 675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95.1%가 매일 커피를 마시고 하루 평균 2잔을 마신다고 답했다. ‘습관처럼 마신다’라는 응답이 38.5%로 가장 많았고, ‘잠을 깨기 위해’(33.2%),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마신다’(22.2%)라는 응답도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사실 커피와 에너지 음료는 형태만 다를 뿐 주성분은 모두 카페인이다. 에너지 음료의 경우 제품에 따라 과라나 추출물을 더하기도 하는데 과라나는 커피보다 카페인이 3배 더 많은 열매로 결국 카페인 함량을 증가시킨다. 커피나 에너지 음료 한 캔에 함유된 카페인은 70mg에서 많게는 207mg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료 형태로 섭취한 카페인은 주로 소장에서 흡수돼 뇌혈관문을 통과, 5분 내 몸 전체에 확산된다.

카페인의 주 효과는 중추신경계 자극이다. 중추신경계가 자극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는데 수능을 앞두고 긴장했을 때의 몸 상태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심장은 빨리 뛰고 손과 발, 하복부는 차가워진다. 몸에 힘도 잔뜩 들어간다. 코르티솔이 분비되면서 에너지가 생기는 느낌도 든다. 코르티솔은 외부의 스트레스와 같은 자극에 맞서 몸이 최대의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단시간에 몸에 저장된 당을 끌어내 혈당을 올리는 호르몬이다. 당장 쓸 에너지가 부족하다 보니 에너지를 대출하는 것이다. 진화 과정에서 보면 위기가 닥쳤을 때 살아남기 위해 정신 바짝 차리고 도망가기 좋은 몸 상태가 된다.

하지만 매일 긴장하고, 매일 내일 쓸 에너지를 끌어다 쓰면 어떻게 될까. 손과 발이 차다는 것은 말초신경까지 혈액이 잘 전달되지 않아서다. 혈액순환이 잘 안 된다는 뜻이다. 여성의 경우, 혈액순환 장애는 수족냉증과 생리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자궁과 골반으로 혈액 공급이 잘 안 되면서 자궁 내막이 원활하게 생리 혈을 배출하지 못하고 이 때문에 자궁수축호르몬이 과잉 공급되면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 하복부의 체온도 떨어지면서 자궁 내 혈액이 응고돼 자궁근종 등 자궁 질환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게다가 충분한 수분은 혈액량을 늘려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데 카페인은 체내 수분의 재흡수 과정을 억제해 혈액순환 장애를 악화시킨다. 임산부의 경우 하루에 300mg 이상의 카페인 섭취하면 자궁으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 저체중아를 낳을 확률이 높아지고 유산의 위험성이 커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뼈도 약해진다. 카페인은 체내 칼슘 흡수를 방해하고 뼛속 칼슘을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작용을 한다. 커피 한 잔당 4~8mg의 칼슘 손실이 더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출량은 마시는 커피양에 따라 늘어난다. 여성의 경우, 나이를 먹을수록 골다공증의 위험이 높아지는 데 매일 마시는 커피와 에너지 음료는 이를 가속한다. 또 적당량의 카페인은 소화기관의 근육과 혈관을 이완시키고 위산 분비를 촉진해 소화를 돕지만 과한 경우, 위산이 과다 분비되면서 위 점막이 손상되고 속 쓰림과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시험도 보고 과제도 해야 한다. 살면서 무리하는 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책임은 따른다. 내가 오늘 마신 카페인은 내 몸을 긴장시키고 있다. 어깨와 목은 괜히 결리는 게 아니고 생리통과 수족냉증도 그냥 생기는 게 아니다. 아침마다 일어나기 힘든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이화영 과학 칼럼니스트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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