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매사에 주도적이지 못했고 힘든 상황에 직면하면 무엇이든지 피하려고만 했다. 그런 내가 싫고 부끄러웠다. 그랬던 나에게 TV와 영화 속 기자의 모습은 멋져 보였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이든 피하지 않고 끈질기게 취재하는 그 모습은 나와 정반대였다. 그래서 더욱 그들처럼 되고 싶었다. 이후 <부대신문>에 입사 하게 된 이유도 같았다. 나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또한 그들처럼 되고자 큰 결심을 했다.

처음에는 취재 현장에서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한다는 점이 힘들기도 했다. 그래도 내가 원했던 것이라 좋았다. 신문을 펼칠 때마다 보이는 내 바이라인이 괜히 뿌듯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수습기자 생활을 끝낸 뒤 대학부로 배정받았다. 부수습기자가 된 것이다. 부서를 배치 받았다는 것은 실전에 투입됐다는 말이자 책임이 더 커지게 됐다는 뜻이었다. 당시의 나는 충분히 견뎌내고 감수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만만해 했다.
하지만 그 마음은 점점 무뎌져 갔다. 첫 기사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획과 취재과정이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몇몇 기사들도 그랬다. 하지만 일이 많고 바쁘다는 핑계로 무심코 흘려보냈다. 어느새 나에게 기획을 비롯한 취재, 기사 등은 빨리 해치워 버려야 할 것들로 바뀌었다. 그렇게 5번의 발행을 했고 6주차에 결국, 사달이 났다. 본부가 약대를 양산으로 이전하고자 한다는 기사를 맡게 된 것이다. 취재 시작 당시, 본부 측 입장과 약대 측 입장 듣고 끝내면 되겠거니 라며 쉽게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굉장히 예민한 사안이었고 취재과정에서 실수를 하게 됐다. 이로 인해 몇몇 사람이 피해를 봤고 오랫동안 형성된 독자와의 신뢰도 저버린 것 같았다. 너무 괴로웠고, 기사를 쓰기가 두려워졌다. 그 상황에서 피하고 싶었지만 그렇다면 예전의 나로 또다시 돌아가는 것 같았다. 힘든 일이 생기면 피하기 급급한 그런 나로.

피해야 할 지 현실과 맞닥뜨려야할 지 고민했다. 그러나 이미 답은 알고 있었다. 오래전 신문사 입사 면접에서 어떤 기자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난 “끝까지 책임지는 기자”라고 답했다. 그때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에 와서 곱씹어 보니 의미있는 말이었다. 기자가 책임지는 행동은 무엇이고 내가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은 뭘까? 그 실수는 기사로만 만회할 수 있는 것 같다. 취재하면서 보다 사실 확인에 신경 쓸 것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취재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조금이나마 마음의 빚을 덜 수 있을 것 같다.

훗날 정기자를 마치고 내 기사를 봤을 때 후회하지 않고 싶다. 열심히 했다고 나에게 칭찬해줄 수 있었으면 한다. 기자로서 발행은 12번이나 남았고 기회는 아직 있다. 힘든 상황에 직면하면 무엇이든지 피하려고만 했던 나는 다시 한 번 큰 결심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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