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고등교육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학재정지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수 천 억 원의 국고를 지원하고 있다. 사업을 선정할 당시 각 대학에 점수를 매겨 사업선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정부 또는 교육부의 정해진 기준에 맞춰 학교를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대학재정지원사업은 그 성과 역시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의 재정 동아줄이 되다

대학재정지원사업(이하 재정지원사업)이란 교육부가 고등교육 관련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업대상자를 공개모집한 후 선정된 대학 및 사업단에 국고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는 특수 목적지원금 형태로, 작년 기준 약 1조 5,000억 원의 규모의 국고가 편성됐다. 입학정원은 줄고 등록금은 동결 또는 인하되는 상황에서 대학은 자체 수입금으로 대학 운영을 하기가 어려워졌다. 때문에 재정지원사업은 현재 많은 대학들의 주요 재원이 되고 있다. 특히 국공립대학교는 자체 수익사업을 펼치기도 어려워 재원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국공립대학은 현재 기본적인 경비 비용만 지원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학 운영과 연구를 위한 재정 부족으로 재정지원사업 선정에 혈안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리 학교도 현재 다양한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해 국고를 지원받고 있다. 주요 참여 사업으로는 △대학 특성화 사업(CK)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ACE) △국립대학 혁신지원사업(PoINT)이 있으며, 올해 교육부로부터 약 300억 원을 지원받았다. 사업별 목적에 따라 해당 지원금은 △장학금 △행사 운영비 △연구 지원비 등으로 사용된다.

재정지원 오히려 교육・연구 환경 헤쳤다

하지만 대학 구성원들은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이 교육과 연구 환경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작년 6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 교수 70.4%(107명)가 교육부의 재정지원 사업이 교육과 연구 환경 개선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먼저 비효율적인 행정과 짧은 기간 내에 사업 공고부터 접수마감까지 이뤄지는 졸속 추진이 문제가 됐다. 많은 재정지원사업의 준비기간은 짧게는 보름에서 길어도 3개월이다. 특성화 분야 선정 사업, 입학정원 이동 등의 준비부터 학내 구성원의 합의과정까지 진행하는데 시간이 촉박해 물리적으로 빠듯하게 추진된다. 캠퍼스기획본부 김두찬 팀장은 “사업 선정을 위해 전반적인 내용을 준비하는데 한 달 내외의 기간은 의견수렴까지 걸치려면 촉박한 편”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단기간 내 준비는 대학 행정력의 낭비도 초래했다. 전국대학노동조합 김병국 정책실장은 “궁핍한 상황 속에 선정을 위해 대학 행정력이 집중된다”며 “교육환경에 소홀해져 학생과 교수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사업이 단기적으로 추진된다는 점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2016 대학역량강화사업 현황’에 따르면 교육부 대표 재정지원사업의 평균 지원기간은 3.1년이다. 사업이 끝난 후 재진입하지 못하면 사업지원이 중단되는 것이다. 사업지원이 중단된 대학의 경우, 장기적인 효과를 누리지 못하며 실제로 느끼는 효과가 적게 되는 것이다. 실제 우리 학교는 LINC 후속 사업에 탈락되기도 했다. LINC사업단 정해도(기계공학) 전 사업단장은 “5년 동안의 사업들이 중단되고 흩어지면서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하는 상황이여서 아쉽고 단기적이고 지속성이 떨어진다”며 “지속적이지 못한 사업백년대계 교육에 적절치 못하다”고 밝혔다.
재정지원사업이 대학의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왔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전문대학 등 고등직업교육기관의 기능인 △평생교육활성화 △산합협력 △취업교육지원을 일반대학에게도 동일하게 적용시켰다는 것이다. 전국교수노조 홍성학(충북보건과학대 산업경영학) 위원장은 “현재 재정지원사업은 일반 대학을 취업기관화 시킨 꼴”이라며 “고등교육법에 명시된 대학의 목적을 어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제멋대로 재정지원

재정지원사업은 평가 지표를 통해 대학을 통제하기도 했다. 각 재정지원사업의 평가 지표를 비교해본 결과 50% 넘게 각 내용이 일치했다. 재정지원사업의 목적이 다른데도 각각의 사업 평가에 동일 평가 지표를 사용한 것이다. 이는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에서 많이 선정되기 위해서는 교육부기조에 맞는 평가지표를 따를 수밖에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임희성 연구원은 “대학정책기조가 경쟁시스템을 도입해 대학을 줄 세운 후 재정지원을 하는 방식”이라며 “정부의 통제에 잘 순응하는 대학에게 더 많은 재정지원이 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 학교는 지난 2012년 재정지원사업에 대한 정부 기조에 반해 불이익을 당한 적이 있다. 총장직선제 폐지 여부가 평가 지표로 포함되면서, 직선제를 고수하던 우리 학교는 교육부의 재정 지원 사업인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선정되지 못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공정성도 훼손됐다. 지난 3월 감사원은 ‘대학재정지원사업 및 구조개혁 추진실태’를 통해 특정 학교가 특혜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작년 4월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사업 2단계 평가과정에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교육부 담당자들과의 연계해 이화여대가 선정될 수 있도록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문화수석실의 부당한 개입에 교육부 담당자들은 기본 계획에 위배되는 일들을 벌였으며, 작년 이화여대는 교육부로부터 55억 원을 지원받았다. 이화여대가 평생교육단과대학지원사업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운영조건을 완화하는 등의 편법을 동원한 것이다.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재정지원의 방향은?

 

 

작년 6월 교육부는 ‘대학재정지원 개편방안‘(이하 개편안)을 발표했다. 작은 사업들을 단순화하고 정부 주도의 목적사업이 아닌 대학자율로 맡기는 조치로 긍정적인 평을 얻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평가 기반의 차등적인 재정지원 사업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반상진(전북대 교육학) 교수는 “결국 평가를 통해 지원하는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며 “평가를 통한 재정지원은 결국 교육부가 여전히 통제권을 가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정지원사업은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할까. 전문가들은 먼저 고등교육예산을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학에 대한 정부재정지원 규모를 OECD 수준인 1%대로 확대해야하며, 일반지원 방식으로 개편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반상진 교수는 “체감이 어려운 특수목적지원사업보다 반값등록금 실현 후 이뤄지는 교육환경 개선으로 부각이 되는 지원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반지원이 늘면 대학의 자율성도 확보될 수 있을 전망이다. 김성수 정책위원은 “대학의 발전 방향은 정부가 아닌 학내 구성원이 정하는 것”이라며 “균등하게 나눠진 일반지원 속에서 대학은 경쟁 속 통제를 탈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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