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우리 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당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대학 본관 건물에 떡하니 걸려있던 현수막이다. ‘XX대학재정지원사업 선정’부터 ‘기여’니 ‘선도’니 수억의 지원금까지. 퍽 자랑스러운 듯 걸어놨길래 어련히 좋은 거라 생각했다. 그러고 얼마 후 필자는 부대신문에 입사했다. 입사하고 나니 타 학생들보다는 대학 사안을 잘 알게 됐다. 그제야 좋은 게 좋은 것이 아 니란 걸 알았다. 대학재정지원사업은 우리 학교의 자율성을 앗아갔다. 사업 재선정을 위해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학칙 개정을 통해 총장직선제를 폐지했다. 이후 이에 반발한 학내 구성원과 학교 간에는 첨예한 대립이 불가피했다. 잃어버린 자율성은 끝내 한 사람의 희생으로 겨우 되찾을 수 있었다.

일방적인 소통으로 빚어진 갈등 문제는 비단 우리 학교만의 일이 아니다. 작년 전국적으로 큰 관심을 받은 이화여자대학교의 ‘미래라이프 단과대학’ 사태도 비슷했다. 대학평의원회 회의에서 학생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학교는 결정 사항을 일방 통보했고, 이에 학생들은 권리를 되찾기 위해 수많은 고초를 겪어야 했다. 최근 대학 본관 재점거 소식이 들려온 서울대학교도 있다. 그곳은 ‘시흥캠퍼스’ 조성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학교 측의 일방적인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기습 체결 통보로 인해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나 과연 이 대학들만 학교의 부당한 처사를 겪고 있었을까? 대학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대학재정지원사업은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하며, 대학구조개혁도 그렇다. 이로 인해 많은 대학이 학과 통폐합 및 학사제도 개편을 수반해야 했다. 그럼에도 왜 일부 대학만 이런 문제로 주목받고 있을까. 간단하다. 다른 학교의 학생들은 조용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왜 조용했을까. 일단 학교에 무관심해서일 것이다. 학교가 어떤 사업을 진행하는지도 모르는데 비판할 거리가 있을 리 만무하다. 혹은 뭔가 알고 있으나 무엇이 잘못됐는지 몰라서일 거다. 입학 초 필자가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좋은 것’이라 알고 있었듯 말이다. 마지막으로는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모르는 체 했을 것이다. 굳이 나설 필요를 느끼지 못했거나, 괜히 나섰다가 불이익이 올까 무서웠으리라. 저마다 사정이 어떻든 결국 이들은 학교의 지시에 따라야 했다. ‘행동’할 만큼 ‘관심’이 없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같지만 다른 대학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문득 든 생각이 있다. 최근 우리 학교가 꽤 잠잠하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총장임용당위문서 논란으로 관심이 뜨거웠던 것 같은데, 뜨거운 여름 낮의 한때처럼 이내 고요해졌다. 문제가 해결돼서일까? 다른 문제는 없어서일까? 아니다. 전호환 총장의 공식 사과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학교를 분단할 금샘로 공사는 아직 터널식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밀양캠퍼스는 점점 비어가고, 양산캠퍼스를 둘러싼 이해관계의 대립은 첨예하다. 편집국에 흘러들어오는 학내 사안을 듣고 있으면 학교가 왜 이토록 조용한지 오히려 의문이 들 정도다. 이즈음 되니 우리 학교 학생들도 조용한 대학생이 되기로 마음먹었나 하는 걱정이 든다. 어쩌면 학생들은 무관심하지 않으며, 필자가 잘못 보고 있는 것일지도. 라는 합리화로 피어오르는 실망감을 감춰본다. ‘관심’과 ‘행동’은 ‘변화’를 부른다. 지난겨울 혹독하게 배웠던 교훈을 우리 학교 학생들이 잊지 않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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