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탈북자 출신 공무원 유우성 씨가 간첩혐의로 체포됐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은 그가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넘겼다고 발표했고, 언론은 일제히 이를 그대로 보도했다. 국민들은 간첩이 된 남자에게 손가락질하며 종북 세력을 척결한다는 정치인들을 지지했다.

영화 <자백>은 뉴스타파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최승호 피디가 유우성 씨를 간첩이라 가리키는 조작된 증거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다. 조작된 증거는 처음 장면부터 나타난다. 영화는 유우성 씨 여동생 유가려 씨의 자백 증언으로 시작한다. 증언은 모두 검사의 질문에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국정원에서 나온 뒤, 모든 것이 거짓 증언이었다고 폭로했다. 국정원의 고진 고문 끝에 오빠와 살게 해준다는 회유로 거짓 증언했다.

국정원은 유우성 씨가 연변에서 북한으로 밀입국했다는 출입경 기록을 내밀었다. 하지만 연변의 화룡시 공안국은 기록을 발급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조작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국정원은 공안국이 기록을 발급한 것이 맞다는 영사관의 확인증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 또한 거짓이었다. 진실을 밝혀야 하는 대형 언론들은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드러난 사실을 그대로 보도하며 그를 간첩으로 몰았다. 유우성 씨가 이름만 4개에 탈북자 행세로 정착금을 받았다는 등 자극적인 보도가 연일 이어졌다. 동아일보는 유우성 씨 지인의 ‘그의 아버지가 아들이 국가안전보위부에서 일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인터뷰를 보도했다. 이도 후에 거짓으로 드러난다. 언론이 국정원과 결탁해 지인에게 돈을 주어 얻어낸 거짓 증언이었다.

국정원의 증거 조작이 연일 밝혀지면서, 좀처럼 인정 않으려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결국 국민에게 사과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정원이 환골탈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그녀의 측근에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아직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박정희 때부터 대학생들을 간첩으로 조작하는 것에 가담해온 인물이다. 최근 그에 의해 간첩 혐의를 쓴 피해자들이 속속 무죄판결을 얻고 있다. 무죄를 증명하기까지 무려 40년이 걸렸다. 하지만 책임이 있는 자들은 뻔뻔한 얼굴로 눈감은 채 ‘모른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한때 청와대에 맞먹는 최고 권력 기관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국가보안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했는가. 법의 내용은 국민의 안위를 위해서라지만, 여태 일부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악용돼왔다. 그 관계자들은 선거마다 종북 세력을 척결해 국가안보를 보장하겠다고 유세를 펼쳤다. 언론은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자극적인 보도로 그들의 발언에 힘을 실어줬다. 국민들은 만들어진 허상에 위협을 느꼈고, 관계자들은 이익을 취할 수 있었다. 국민은 그들에게 속아 넘어간 피해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 <자백>은 우리 또한 가해자일지도 모른다고 시사한다. 전달되는 사실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진실에 눈감아, 유우성 씨를 간첩으로 몰아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자백>을 통해 알 수 있게 됐다. 진정 자백해야할 사람은 누구인지. 그를 가려내기 위해서 우리의 노력도 필요한 시점이지 않을까.

<자백>(감독 최승호|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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