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3월 덴마크의 세계적인 음식점인 “노마(Noma)”가 언론에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내용인즉 이 식당의 주인이자 수석 셰프가 아프리카 감비아 출신의 접시닦이를 공동소유 파트너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종업원 신분에서 갑자기 회사 공동대표가 된 셈이다. 언론에 따르면 노마는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랭킹에서 네 차례 연속 1위를 한 대단한 식당이다. 필자는 이러한 사실을 실감한 적이 있다.

2014년 가을, 이 나라 수도인 코펜하겐에서 연구년을 보낼 때의 일이다. 주말에 아내의 생일이 있었다. 아내가 이 나라의 날씨와 더불어 외로움이 겹쳐 매우 고통스러워하던 시기여서 생일만큼은 좀 그럴듯한 식당에 가서 외식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코펜하겐 대학교 동료 교수에게 필자의 뜻을 전했더니, 노마라는 식당이 있다고 귀띔해 주었다. 나는 세상 물정 모르고 이 음식점에 전화를 했다. 주말에 둘이서 식사를 하려고 하는데 예약이 가능한지 물었다. 전화 받은 직원이 잠시 어이없어하는 듯하다가 3개월 후에나 예약이 가능하다고 알려 주었다. 3개월이면 필자는 코펜하겐을 떠나야 하는 시기였다. 나의 상식으로는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전화를 끊기 전에 호기심이 발동해서 도대체 이러한 세계 최고 식당의 음식 가격은 얼마나 되는지 물었다. 또 한 번 입이 벌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우리 부부가 와인 한잔 곁들여 식사하려면 약 6-7십만 원은 족히 필요했다. 결국 우리는 중국집에서 식사를 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필자가 얘기하려고 하는 것은 이제부터다. 덴마크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손꼽힌다. 이 나라 관문인 코펜하겐 국제공항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 나라 직장을 눈여겨보면 행복도가 높다는 사실이 이해가 된다. 참고로 덴마크 직장인들의 동기부여 수준은 늘 세계 최상위권에 랭크된다. 우리는 정반대로 최하위 수준이다.

이러한 차이를 가르는 요인은 무엇일까? 인어공주의 나라로 알려진 덴마크의 직장에는 동반자 정신이 철저하다. 아주 작은 사례이지만 이 나라에서는 사장이 혹은 주인이 직원을 외부인에게 소개할 때 흔히 “나와 함께 일하는 파트너입니다” 혹은 “동료(Colleague)입니다”라고 한다. “내가 데리고 있는 직원입니다(He is working for me)”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이러한 언어 구조 속에 직원을 보는 관점이나 생각이 드러난다. 기본적으로 이 나라의 직장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지배되고 있고, 사람을 귀하고 소중하게 여긴다. 직원들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상처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나라다.

동반자 정신은 노와 사, 주인과 종업원이 정보를 공유하고 늘 머리를 맞대어 상의하고 과실을 나누는 데서도 나타난다. 이 나라에서는 조그만 레스토랑의 경우조차도 주인과 직원이 매월, 혹은 분기별로 같이 모여서 영업 현황을 공유하고, 장사가 잘 안되면 구성원이 같이 모여서 지혜를 모아 대책을 논의하고, 실적이 양호하면 그 과실을 같이 나눈다. 여기에 접시 닦이든 웨이터든 구분이 없다. 이러한 문화에서는 식당의 접시닦이가 공동대표로 발탁되는 것이 그렇게 파격적인 것이 아니다. 노마의 사례는 이러한 덴마크 문화의 일부에 불과하다. 노마가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이 음식점이 세계적인 레스토랑이기 때문이다.

시선을 돌려 우리나라의 직장을 들여다보면 직원을 신뢰하고 존중하지 않으며 권한을 부여하지 않고 과실을 공유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직장 문화이다. 인터넷에 회자하는 내용을 보면 직장인들이 자신을 “노비”나 “노예”에 비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직장생활이 행복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2015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의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나 직장인의 동기부여 수준은 조사대상 61개국 중 최하위권(57위, 54위)에 속한다. 우리의 현실을 보면 설득력이 있는 통계라고 생각된다. 이번 대선에서 직장인들의 애환이 많이 거론되었는데 새 정권이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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